제96회 하우스토크 | 박흥우(Baritone)
  • 등록일2017.10.27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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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7년 10월 25일(수) 8시 
출연: 박흥우(Baritone)
96번째 하우스토크는 바리톤 박흥우와 함께 했습니다. 박흥우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바리톤 중의 한 사람으로, 특히 독일 가곡 연주의 독보적인 존재이지요. 하우스 콘서트 주인장 박창수와 박흥우의 인연은 십여년 전에 녹음된 한 장의 CD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박창수는 CD를 듣자마자 “한국에 이런 사람이 있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지?” 하고 놀랐다고 하는데요, 그의 역량은 두 차례의 하우스 콘서트에서도 과연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자유로운 생각을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_^
 
박흥우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학을 하고 90년대에 귀국을 하게 됩니다. 그 후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독일 가곡 중심의 독창회 숫자가 무려 200회에 육박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지요? 하지만 마냥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지병으로 음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위기를 느끼기도 했고, 귀국 후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던 것은 연주회에 대한 자세를 바꿀 때였습니다.
 
“연주라는 게 묘해서 큰 무대에서 하면 신나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아마 99년도였을 거예요. 가장 바뀌어야 할 문제로 생각했던 건 초대권이었어요. 그 전에는 사람이 많이 오는 걸 성공으로 여겼는데, 뭔가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가는 연주와 노래로 경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독주회 무대에 한 번 오르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을 들이고, 또한 그 공연을 보기 위해 금액을 지불하는 관객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초대권이 발행되는 거죠. (...) 슈베르트 연가곡 3개를 일주일에 한 개씩 하도록 연주회를 기획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팸플릿 마지막 줄에는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대관은 독일문화원에 후원을 부탁했고, 프로그램지도 직접 만들었어요. 그게 저한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회에서 초대권 발행하지 않기’라는 사이트도 만들고, 그 이후부터는 ‘나만 준비가 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두렵지가 않았어요. 돌아오는 월요일에도 독창회를 하는데, 제가 직접 팸플릿을 만들었어요.”
 
기량이 뛰어난 후배들을 무대에 세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은 연주회를 시작했던 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귀중한 프로그램으로 연주회의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무대의 특징 중 하나는 한 피아니스트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인데요. 박흥우는 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 걸까요?
 
“여러 피아니스트들과 연주를 하면서 정통을 중시하는 비엔나의 스타일과는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어요. 평소에 몰랐던 새로운 것들도 얻게 되는 거죠. 가곡이라는 것은 성악과 피아노의 앙상블인데, 새로운 피아니스트와 연주할 경우에는 제가 그 곡에 대한 고민을 더욱 하게 되고, 그게 참 재미있죠. 제 음악이 다양한 색깔을 가진다는 것이 너무 재밌어요.”
 
연주회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도전으로 연주를 채워나가는 그의 도전정신이 빛납니다. ^_^ 이어서 빈에서의 유학 경험으로 이야기가 옮겨가며 그가 연주에 임하는 자세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흥우는 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지, 또 소박한 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귀국 직전 독일에서 공연을 했어요. 당일에 몇 미터 앞이 안 보일정도로 비가 많이 와서 ‘이 비를 뚫고 올 관객이 없겠구나.’ 했는데 일곱 분이나 오셨더라고요.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 이후로 저에게 최소 관객의 의미가 없어졌어요.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관객이 한 분만 계셔도 얼마든지 공연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지금 제 음악회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아닌 ‘찾아오는 음악회’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요. ‘왜 연주자들이 관객을 찾아가기만 해야 하지? 관객이 찾아오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죠. 하지만 이제는 바꾸려고 해요 ‘페스티벌 포 원(Festival for One).’ 한 분만 있어도 노래를 하겠다고 바꾸려고요.”
 
질의응답시간에는 유독 대중문화와 기초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습니다. 대중문화의 범위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초가 되는 예술의 중요성이 많이 간과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대의 예술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활발한 연주 활동을 바라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