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하우스토크 | 정성일(영화감독/영화평론가)
- 등록일2017.08.16
- 작성자하콘
- 조회3093

제91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7년 8월 9일(수) 8시
출연: 정성일(영화감독/영화평론가)
91번째 하우스토크는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인 정성일과 함께 했습니다. 더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는 평소에 정성일의 영화 평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요. 정성일은 비평이란 영화에 대한 질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오로지 주관적인 비평만이 흥미롭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비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영화감독과 비평의 관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영화 비평에서 읽어야 할 것은 ‘좋은 영화냐 나쁜 영화냐’가 아닙니다. 비평에서 흥미로운 건 딱 한 가지,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입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은 나를 각성시키죠. 질문이 없는 비평은 비평이 아니라 그저 리뷰일 뿐이죠. 비평은 그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읽을 수 없는 글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본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하는 때에만 그 긴장이 만들어지고, 그때 비로소 이 질문은 생산적일 뿐 아니라 창조적인 것이죠.”
그는 뒤이어, 영화 장면에 감독 본인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의도와 비평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때로는 비평하는 사람들 덕분에 만든 사람 자신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영화감독은 애초에 그 장면을 만들 때 특별한 의도 없이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가 감독이 부여한 의미로 만들어진 건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감독 본인들도 모르는 그런 의도가 담긴 결과물이 나와요. 즉, 비평가들의 관심은 작품 안에 있는 무의식, 예상치 못한 방해물 혹은 블랙홀에 있는 것이죠. 그걸 발견하는 것이 비평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임무도 같다고 생각하고요. (...) 그리고 예술가인 영화감독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그 질문에 대답할 의무는 없어요. 그 대답할 의무는 비평가에게 있는 거죠.”
이 날 진행된 토크는 정성일이 만든 지난 영화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해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었습니다. 과연 정성일은 영화를 어떻게 정의할까요? 또 앞으로 영화는 어떻게 발전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까요?
“영화가 다른 예술 그러니까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무용 같은 예술과 가장 다른 점은, 기술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겁니다. 테크놀로지가 단순히 영화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테크놀로지 때문에 영화가 질적으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뜻이죠. 20세기가 끝날 무렵 영화이론의 화두는 ‘영화의 죽음’이었습니다. 여기서 ‘영화의 죽음’이란, 영화의 기술적인 개념 자체가 진화되었을 때, 이제까지의 개념은 과거의 개념으로 정리된 후 폐기하고, 새로운 의미의 개념을 발명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개념은 ‘모바일 시네마’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들은 가장 고전적인 개념으로 영화관에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좌석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았는데, 이제는 극장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먼저 깨진 개념입니다. 내가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게 되었죠. 극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는 거에요.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죠. 영화라는 포괄적 개념 안에 세분화 된 다른 개념이 우리에게 필요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정성일은 한 명의 비평가로서 영화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를 만드는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이런 예측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점에서 저의 태도는 분절적일 수 있는데요, 비평가로서는, 전망을 보고, 테크놀로지에 관한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예측과 비판들을 기반으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며 대중을 끌어들이려 합니다. 영화제작자로서 제가 갖는 태도는 ‘현재에 충실한다’입니다. 제가 1년 후, 5년, 10년 후를 예상하여 준비하는 건 불가능해요. 토대의 근본적인 변화,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이라는 거죠. 이 때에 감독에게 남은 선택지는 영화를 ‘찍을 것인가, 말 것인가’입니다. 창작자의 입장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 선택이겠지요.”
제91회 하우스토크에서는 영화뿐 아니라 철학과 예술 전반에 대한 정성일만의 새로운 시각을 접해볼 수 있었는데요, 예술이 하나의 질문이라는 그의 비유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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