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하우스토크 | 유경화(철현금 연주자)
  • 등록일2017.05.26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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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7년 5월 24일(수) 8시 
출연: 유경화(철현금 연주자)
‘철현금(鐵絃琴)’을 아시나요? 철현금은 1940년대 말 명인 김영철에 의해 거문고와 기타를 차용해 만들어진 국악기입니다. 네모반듯한 몸통에 8개의 금속성의 철줄이 얹혀 있으며, 오른손으로 술대를, 왼손으로는 연주용 옥돌인 농옥을 사용해 연주합니다. 철현금은 아직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이지만, 연주자들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88번째 하우스토크는 철현금 연주자 유경화와 함께 했습니다.
 
유경화는 4세 때 전통무용을 배우면서부터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거문고를 탔고, 대학원에서는 타악을 전공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악기들을 찾아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유경화는 우연한 계기로 철현금을 만나게 됩니다.
“임동식 명인의 음반을 듣게 되었는데, 그 음반에 거문고 말고도 다른 악기가 있었어요. 거문고보다 저음은 더 넒고, 고음은 더 낭랑한 소리를 내서 너무 매력이 있는 거예요. 제 영혼이 딱 멈추더라구요. 안행년 명창의 철현금이라는 걸 알고 수소문해서 공부하기 시작했죠.”
유경화는 전해 내려오는 철현금 산조 말고도 궁중음악, 민요, 관현악곡 등을 철현금만의 매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하지만 기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말이지요.
 
한편, 유경화가 강은일, 허윤정 연주자와 ‘상상 트리오’라는 이름으로 즉흥음악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 세대만 해도 전통음악을 배울 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많았고 강조 되었어요. ‘슬프되 비통하면 안 되고, 기쁘되 즐거움으로 가면 안되는 게 국악’이라고 많이들 생각했어요. 스승의 가르침을 벗어나서는 안 되는 절제를 가르쳤지요. 그런데 오히려 제 안에는 끊임없이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자유로움, 탈피, 파격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유경화는 전통으로부터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창작음악, 굿음악도 연주하고 있습니다. 우려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그게 유경화니까요.’라고 말합니다. 하고 싶은 음악, 무대에 섰을 때 자신이 즐거운 음악을 ♡는 모습이 자유롭고 강인하게 느껴집니다.
 
유경화는 인도에 가서 타악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에도 그는 넓은 세계의 뮤지션과 교류하며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만 안주하지 않고 더 넓게, 더 깊게 음악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그의 열정이 와 닿았습니다.
“하나의 큰 강줄기가 되려면 가는 물줄기들이 있어야 그 강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거잖아요. 다양한 물줄기를 접하는 시간을 통해서 (자신의) 강줄기가 깊어지는 것 같아요.”
 
철현금 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명주실과 오동나무에서 울려나오는 거문고의 음색과는 달리, 금속성의 거친 음색과 영롱한 울림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유경화는 철현금을 만난 게 행운이기도 하고 동시에 불행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더 조심스럽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어요. 산조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곡이 없었던 상황에서 공연을 해나갔던 힘겨운 시간들. 그냥 내가 오롯이 다 끌고 가야 한다는 게 아직까지는 힘들지만, 그렇게 힘겹게 가는 길이 내가 가는 길이라서 행복하기도 합니다.”

하우스 콘서트 주인장인 박창수의 말대로 유경화를 단순히 철현금 연주자로 규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악기를 넘나들며 한국 음악의 얼을 되살리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독자적이고 활발한 음악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봅니다. 다음 주 월요일 하콘에서 만나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