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회 하우스토크 | 무세중(전위예술가)
  • 등록일2016.12.23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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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12월 21일(수) 8시 
출연: 무세중(전위예술가)
굿 하는 광대, 무세중
 
무당 무(巫)자를 한 번 살펴볼까요? 위 아래로 수평선이 그려져 있고, 두 선을 잇는 수직선 옆으로는 사람 인(人)이 두 개 있습니다. 바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자신의 성씨를 버리고 무(巫) 자를 자신의 성으로 삼은 무세중은 정말 ‘굿 하는 광대’라고 부를 만합니다. 80번째 하우스토크는 무세중과 함께 했습니다.
 
그의 굿은 원한을 풀고,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간다는 “해원상생(解冤相生)” 또는 “홍익(弘益)”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굿의 기본적인 개념은 죽은 넋을 구슬리고 위로해서 원한을 풀어줌인데요,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이 바로 해원이고 또 홍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에도 토속신앙으로 살아남아 전통과 예술, 가치를 전해주고 있지요. 그는 우리나라에서 연극의 뿌리는 굿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에도 ‘굿’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에게서 과거로부터 전해져 오는 무당이자 광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세중은 굿뿐만이 아니라 천지인의 조화, 민간에서 모시던 토속신, 아리랑 등 한민족의 정서가 담긴 한국 고유의 사상과 신앙에 심취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통과 근원이 되는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한편, 그는 스스로를 ‘전위주의자(아방가르드)’라고 부릅니다. 그는 어떤 점에서 기존의 관습과 전통을 깨뜨리는 전위를 실천하고 있는 걸까요?
무세중은 ‘전위는 새로운 생각’이며 ‘예술가의 사명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말로는 무세중의 전위를 다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조선시대에 이 땅에 수많은 배우들, 광대들이 있었어. 광대들한테는 먹고살 길이 전혀 없어. 근데 걔네들이 만들어 놓은 탈춤이 무지무지한 전위예술이었다고. 그 광대들이 만든 탈춤을 보니까 그들이 한 말들이며, 짓거리들이 도저히 그 시대에 용서할 수 없는 것들을 잔뜩 써놨던 거야. 위대하지. 그들은 만들었어. 근데 왜 나는 못 만들어? 왜 못 남겨? (...) ‘이 사회의 부조리를 우리가 해결한다’는 광대들이 신선한 충격이었고, 부르르 떨 만큼 그들의 전위정신이 살아있음이 느껴졌어. 과감하게 가는 거야. 혁명예술이야. (...) 그런데 그들이 했던 정신이 오늘날 우리 연극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그런 정신이 이어오지 않는단 말야. 부끄럽게도. 과거에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에 비해서 우리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 그 사회에 말 한 마디 던지지 못 하고 나르시시즘에 젖어서 ‘나 이쁘지? 나 좀 봐줘.’ 이게 오늘날 무정신의, 미친놈의 예술이야. 전위예술이 매도되면 안 돼.”
 
예술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삶으로부터 고통 받으면서 지내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굿에 대한 정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습에 그의 ‘전위정신’이 서려 있는 듯합니다.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무뎌지지 않은 날카로운 눈빛과 깊은 울분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세상 속에서의 문제의식과 부조리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우리 예술계에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