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회 하우스토크 | 이해경(무속인)
- 등록일2016.11.18
- 작성자하콘
- 조회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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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11월 16일(수) 8시
출연: 이해경(무속인)
78번째 하우스토크는 무당 이해경과 함께 했습니다.
“무당 그거 미신 아니에요? 어지러운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장사꾼 아니에요?” 하는 당신, 잠깐 멈춰보세요! 오늘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다른 ‘무당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무당의 입을 통해서요.
전세계, 특히 북아시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원시종교의 한 갈래인 샤머니즘(Shamanism)이 우리나라에서 자리잡은 형태가 바로 무당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무당은 역사에 처음 기록된 시기를 찾기조차 힘들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한민족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무당을 ‘미신(迷信)’, ‘음험하다’, ‘무속(巫俗)’이라 하며 격하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지내면서부터라고 합니다. 거기에 영적인 능력을 앞세워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까지 생기면서, 오늘날 무당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무척이나 차갑고 의심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우스토크에서 이해경과 함께 나눈 이야기는 무당과 굿의 숨겨진 가치, 그리고 나아가 종합 예술인으로서의 무당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이해경이 무당이 되어 굿을 공부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해경은 황해도 굿을 하는 강신무인데요, 강신무는 일반인으로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무병을 앓고 내림굿을 통해 신령을 모시게 된 무당을 말합니다.
“서른다섯 살에 내림굿이라는 입문절차를 밟고서 무당 새끼가 되었어요. 그렇게 무당판에 들어왔는데, 옛날 TV에서나 보는 옷들을 입고, 이상한 칼을 들고 춤추고, 돼지 피를 먹고, 노래도 이상한 노래들을 하는 거예요. (...) 도대체 무당이 뭐고 굿은 왜 하는 거냐. 지금 달나라 별나라에 가고, 이렇게 과학이 발달이 돼서 데이터에 의존하는 세상에, 이 현실감각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그래서 굿 공부를 시작했고, 제 나름대로 파고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너무 잘못 알려진 것이 많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들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이게 내 힘으로 바로잡기는 힘들지만 한두 분이라도, 젊은 사람들에게라도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소통을 해야겠다 싶어서 ‘공연’이라는 걸 생각했어요.”
이해경이 무당이 된 89년도 당시 우리나라에서 집계된 무속인이 약 30만 명 정도였으나, 무분별하게 무당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 더 많고 진정한 무당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무당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과 함께 내면의 깊은 성찰이 맞물려, 그는 굿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럼 그가 바라보는 굿, 그리고 무당은 어떤 존재일까요?
“기독교나 불교나, 어느 종교나 경전에서 내세우는 게 사랑이에요. ‘원수를 사랑하라, 화합하라, 착하게 살라.’ 제가 굿을 25년 넘게 했는데, 굿 속에 그런 종교적인 요소가 다 들어있어요. 상생, 화합, 배려, 나눔, 사랑이 다 들어있는 게 굿이에요. 굿을 하루 종일 하다 보면, 굿 속에 이렇게 예쁘고 좋은 게 많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 (어째서) 돈을 버는 도구로만 사용돼서 이렇게 천시를 받고 있나 안타까울 때가 정말 많습니다.”
“무당은 내가 갖고 있는 노래, 춤, 모든 재주를 부리고 신에게 예쁘게 보여서, 만약 저 아가씨가 시집가려고 한다면, 신에게 자꾸 ‘이 사람을 시집가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는 사람이에요. (...) 무당은 점을 못 보면 안돼요. 그럼 점만 치는 게 무당인가, 하고 기도했는데 무당은, 어느 날 친구도 되고 언니도 되고 엄마도 남편도 애인도 되는 거예요. 넋두리 속의 해결책이라고 하죠? 넋두리를 같이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앞이 보여요. 그럴 때 (제가) 한 마디 해줘요.”
이해경은 굿이란 단순히 소망을 기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걱정하고, 또 즐기는 공동체 사회의 의식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속에서 무당은 절대자와 소통하면서 한 치 앞도 못 보는 인간들을 어루만져주고 그 고민들을 같이 아파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이해경은 최근 강원도 화천에 ‘희방신당’이라는 이름의 신당을 세웠습니다. 그 동안 사회에서 천대받으며 많은 슬픔과 아픔을 겪었던 그는, 자신의 신당과 더불어 신이 아니면 갈 길이 없는 후배 무당들을 위해 그들이 마음껏 수련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만들었다고 하네요. “무당이 되어서, 제 자유로운 영혼이 너무나 많이 날아다녔어요. 그래서 제가 하루에 두 번 감사기도를 꼭 합니다.” 하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만의 원칙을 지키며 신과 인간의 중재자로서 살아가는 순수한 마음이 엿보입니다. 주어진 길을 올곧게 걸어가고 있는 이해경의 삶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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