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하우스토크 | 최강희(작곡가)
  • 등록일2016.10.21
  • 작성자하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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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하우스토크

일시: 2016년 10월 19일(수) 8시 
출연: 최강희(작곡가)

76번째 하우스토크는 작곡가 최강희와 함께 했습니다.

“색이 굉장히 독특하다, 굉장히 가능성이 많다. 근데 그 가능성이 얼마나 갈지, 저는 그게 궁금한
거예요. 일단 어떤 가능성은 봤는데, 그걸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건지, 분명하게 어떤 시점에 한계를 느끼게 될 텐데 그걸 극복할 방법이나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퍽! 토크 시작부터 하우스 콘서트 주인장 박창수의 거침없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작곡가이자 즉흥연주자인 최강희는 지난 원먼스 페스티벌 당시 격리병동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공연을 진행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박창수는 그 공연을 보고 단번에 하우스토크에 섭외할 것을 결정했다고 하는데요, 최강희가 얼마나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작곡가인지 의심하고, 또 관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럼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음악과 최강희, 최강희와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그의 삶의 굴곡들이 모두 음악과 관련되어 있었는데요, 최강희가 음악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지금 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알아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에선 음악을 못하겠구나’ 싶어서 두 번째로 관심이 있었던 범죄심리학 쪽을 전공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되었어요. (...) 여느 날처럼 열심히 공부하고서 새벽에 잠깐 쉬려고 방을 나서다가 갑자기 기절을 했어요. 근데 그 순간에 떠오른 생각이,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작년 말에, 작업하다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너무 아픈 거예요. 처음엔 감기인가 했는데, 너무 심해져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암일 수 있으니) 큰 병원 가서 조직검사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어요. (...) 그리고 그 때, 나 자신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명확해졌어요. 그 전까지는 (나를 위한 게 아닌 일들에) 치여 살았거든요. 이젠 그런 생활 말고 정말 나를 위한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면, 처음엔 많았는데 지금은 두 가지 밖에 안 남았어요. 가족과 음악. 저는 당장 내일 음악작업을 하다 죽는다고 해도 행복할 것 같아요.”

미국 유학 중에 돌연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고, 또 음악 활동을 하던 중에 갑상선 암에 걸려 활동을 중단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한 최강희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무척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은 ‘의미가 있는 소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소리엔 노이즈나 모든 것들이 포함되고요.”
“제 음악을 통해서 결국 음악이 안 들리더라도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구나’ 하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제 음악의 의미는, ‘가리키기(pointing)’가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필드레코딩을 사용하면 살짝 숟가락을 올려요. 양념만 치고. (제 음악을 통해) 그때 느꼈던 분위기,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요.”

한편 최강희는 앞으로 1년 정도의 휴식 기간을 가질 예정이라 합니다. 건강상의 이유보다도 다른 부분에서 더 필요성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그 동안 제가 분명히 느꼈던 한계들이 있거든요. 전 즉흥연주를 해왔는데, 소리를 먼저 듣고 그 소리를 최대한 살려서 연주를 하려고 해요. 근데 분명히 들리는 걸 표현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걸 해결하려면 이론적인 부분을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에 대한 박창수의 따뜻한 충고도 이어졌습니다.
“존 케이지가 ‘4분 33초’라는 걸 만들었거든요. 그거 나도 할 수 있는 거거든. 근데 그 사람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다시 말해 철학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철학이 있기 위해서는 베이스(공부)가 깔려있어야 해요. (...) 추상적인 작품을 만들다 보면, 자기가 생각한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의미를 담는다는 건 철저히 구조적이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건데, 그런 과정이 (강희 씨에게는) 일 년 안에 생길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 것들이 됐을 때, 지금까지 해왔던 무언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하우스토크에서는 음악에 깊은 열정을 지닌 서른 살 최강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년 뒤, 10년 뒤에 만나는 최강희는 또 어떤 사람일까 무척 기대가 되는데요, 무엇보다도 많은 고민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음악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곧 하콘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