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회 하우스 콘서트 | 임미정
  • 등록일2007.09.10
  • 작성자정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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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회 피아니스트 임미정의 독주회는 연주자 본인이 연주 전 이야기 했듯 자신의 어린시절 음악 상자를 다시금 열어보는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누구나 어렸을 적 초등학교 하교길에 친구들과 손잡고 피아노 학원의 문지방을 지나쳤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쳐보고 싶었던 혹은 휙휙 돌아가는 손가락을 자랑하고저 어깨에 힘 잔뜩 넣고 당당하게 친구들 앞에서 연주한 적이 있을 법한 그런 곡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짚는 음악들 이었지만 실제의 연주는 어린 아이의 미숙함이 아닌 깔끔하고 정돈된 연주였다. 너무 투명하고 순수해서 어떠한 감정을 집어넣기 보다는 그 음 자체가 얽혀서 만들어 내는 음악적 공간안에서의 음향적 유희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만큼 완성도 높고 연주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확신에 찬 모습을 전반부에 배치된 2개의 모짜르트 곡에서 여실히 보여주었다. 영화 음악이 가장 단적이 예 이겠지만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자신에게 있는 그 음악과 얽힌 추억이나 그 음악과 함께 보았던 장면을 무의식중에 떠올리게 된다. 물론 필자도 어린시절 피아노 학원의 작은 골방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던 그때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고도의 정제된 울림에 어느새 그 소리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1부 마지막 곡이었던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과연 연주가가 어린 시절에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떠한 표현으로 이 곡 1악장을 쳤을지 사뭇 궁금해졌다. 비창의 사전적 의미는 "슬프고 마음아픔"이다. 이곡의 1악장에선 이 감정이 여실히 들어난다.
이날의 연주에서도 비통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1악장이 연주되었다. 하지만 온 머리를 다 풀어헤치고 "나 죽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애통함이 아니라 감내할수 밖에 없는 슬픔에 결국은 멍하니 초점을 잃어버린 하지만 그 눈에서 보여지는 순수한 광기와 애통함이 서슬퍼렇게 어려있었다. 자칫 쿵쾅거리고 휘몰아치는 것만으로 점철될 수 있는 이 곡을 적절한 절제를 통해 잘 표현해낸것 같았다. 2악장은 평소에 들어왔던 연주들에 비해 조금은 담백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낭만적인 풍취와는 다른 고아한 풍취가 새로운 느낌을 전해 주었다. 그래도 새로운 느낌이 조금은 낯설기도 했다.
3악장에서도 역시나 힘차면서도 깔끔한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음악적 표현력을 보여주었다. 이성과 감성의 적절한 배분이 빛을 발했던 연주라 생각 된다.

- 일부 내용 생략 -


// 163회에 관객으로 오신 양수철님의 관람기입니다. //
* 양수철님의 관람기 원문 보기



제163회 하우스콘서트

일시: 2007년 9월 7일 금 저녁 8시
출연: 임미정



PROGRAM

W.A. Mozart / Piano Sonata in C Major, K.545
Allegro
Andate
Rondo

W.A. Mozart / 12 Variations on "Ah, vous dirai-je, Maman", K.265 

L.v. Beethoven / Piano Sonata No.8 in c minor, op.13 "Pathétique"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Adagio cantabile
Rondo: Allegro

-- Intermission --

L.v. Beethoven / Piano Sonata No.23 in f minor, op.57 "Appassionata"
Allegro assai
Andante con moto
Allegro ma non troppo

앵콜곡 1: E Grieg / Peer Gynt 중 Moning mood
앵콜곡 2: 전권 /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