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에 앉아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83회 하우스콘서트 이후 두번째 만나는 피아니스트 Oliver Kern 의 연주다.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의 다소 생소한 피아노 작품은 다채로움 만큼이나 인내심을 요구한다. 작곡가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많았던 것일까? 방석 사이로 다리를 좀 뻗어보려는데 하우스를 가득 메운 관객들로 제법 열기까지 더해져, 레스피기의 끊임없는 말을 잘 듣고 있던 누군가 지쳐 고개를 떨구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Oliver Kern은 끄떡없다. 아니, 오히려 더 집중한다. 그동안 얼마나 레스피기와 대화를 나눴는지 짐작이 간다. 모짤트와 슈만, 그리고 Daniel Seel 까지 감상하고는 하우스 문을 열고나가 테라스에서 바람 한바가지 마시고 다시 만난다. 이제, 바다로 풍덩 들어가는 것이다.

푸른빛 보다 검은빛에 가까워질만큼 아주 깊은 바다다.
그곳에서부터 물결이 인다. 브람스, 쇼팽과 함께 물가에서 살랑거리며 노닐게했던 대부분의 그런 물결이 아니다. 비록 어렵게 숨을 참고 아주 깊이 들어가야하지만 그곳에선 분명히 움직이는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Oliver Kern의 브람스와 쇼팽은 다르다.

관객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커튼콜을 본 적 있는가?
몇 번의 커튼콜 끝에 누군가 나지막히, 하지만 격양되어 말한다.
"오늘 너~무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다시 물가로 나온다.

- 관객 -

제117회 하우스콘서트

일시: 2006년 4월 20일 목 8시
출연: Oliver Kern

PROGRAM

* Ottorino Respighi(1879-1936)
  3 Preludes upon Gregorian Melodies
  - Molto Lento
  - Tempestoso. Largo
  - Lento

*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 Sonata E b major No.4
    I.Adagio
    II.Menuetto I - Menuetto II
    III.Allegro

* Daniel Seel(1970- )
  - Night Pieces

* Robert Schumann(1810-1856)
  - ABEGG-Variations

-- Intermission --

* Johannes Brahms (1833-1897)
  - Klavierstuecke op.118
  No1. Intermezzo in a minor Allegro non assai
  No2. Intermezzo in A Major Andante teneramente
  No3. Ballade in g minorAllegro energico

* Frederic Chopin(1810-1849)
  - Fantasy op.49
  - Ballad No.1 op.23

앵콜곡: Chopin / Nocturn No.20 in c sharp minor Op.pos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