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엘가와 타네예프의 선율: 잊지 못할 1140회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25.12.09
- 작성자문수복
- 조회45

2025년 12월 1일 월요일, 밤 여덟 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술가의 집은 고요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본관이었던 이 건물은 오랜 시간과 역사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왔다. 오늘 밤, 이곳은 제1140회 더 하우스 콘서트의 장소가 되었다.
다섯 명의 연주자가 무대에 올랐다. 전채안, 임동민, 신경식, 박유신, 유성호. 그들은 서로에게 낯설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줄라이 페스티벌에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기억이 있었다.
첫 곡은 에드워드 엘가의 피아노 오중주 A단조, Op.84. 엘가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 길을 찾아 걸어온 한 인간의 기록이 그의 음악에 배어 있었다. 피아니스트 유성호의 손에서 흘러나온 선율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단단했다. 'Adagio' 악장에서 첼리스트 박유신의 첼로는 깊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그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 노버트 앙어에게 "테크닉은 흠잡을 데 없고 둥근 음색은 온화하며 풍부한 색깔을 자랑한다"는 극찬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 울림은 비애라기보다는, 견뎌낸 시간의 침묵에 가까웠다. 다섯 개의 악기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풍경을 완성해갔다. 영국 시골의 안개 낀 풍경, 그 안을 걸어가는 한 사람의 뒷모습.
잠시 숨을 고른 후, 세르게이 타네예프의 피아노 오중주 G단조, Op.30이 시작되었다. 타네예프는 엄격한 대위법의 대가였다. 그의 음악은 감정의 폭발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구조 속에 감춰진 열망을 보여주었다.
'Introduzione: Adagio mesto - Allegro patetico'. 도입부는 느리고 어두웠으나, 이내 격정적인 알레그로로 전환되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은 2022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를 차지한 독보적인 테크닉을 선보였다. 아레테 콰르텟의 전채안 역시 그와 함께 복잡한 악보 위를 망설임 없이 질주했다. 비올리스트 신경식은 타베아 치머만으로부터 "매우 따뜻한 톤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은 인물. 2024 막스 로스탈 국제 콩쿠르 비올라 부문 한국인 최초 1위 수상자인 그의 음색은 따뜻하면서도 서늘했다. 'Scherzo'의 빠르고 격렬한 움직임은 불안한 시대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연주는 'Finale: Allegro vivace'로 향했다. 다섯 악기의 소리는 얽히고설키며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쳤다. 그 안에는 슬픔도, 기쁨도 아닌, 살아있다는 것 자체의 거대한 에너지가 있었다.
마지막 음이 정적 속으로 사라졌다. 객석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가 이내 박수 소리로 채워졌다. '미니토크'가 이어졌다.
역사적 공간에서 마주한 두 거장의 음악. 엘가의 고독과 타네예프의 치열함. 2025년 12월의 첫 번째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 게시물 삭제하기
-
게시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역사적 공간에서 마주한 두 거장의 음악. 엘가의 고독과 타네예프의 치열함. 2025년 12월의 첫 번째 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인상적인 문장이었어요. 정성스런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2월 첫 번째 밤을 마주하신 그 기억으로, 앞으로도 자주 하콘에 찾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