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X MOVEMENT : 라벨의 피아노 작품과 무용의 만남
- 등록일2025.10.27
- 작성자이경선
- 조회37

아이디 생성이 번거로워 친구에게 예매를 부탁했으나, 상당히 불쾌했던 이번 관람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직접 아이디를 만들어 후기를 작성합니다.
**1. 공연장 안내 체계의 심각한 문제**
공연 시작 전 입구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공연장 입구를 안내하는 피켓이 현저히 부족했고, 홈페이지와 현장 피켓 모두 'B3'로 안내되어 있었으나 해당 층은 지하주차장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공연 주최 측의 별도 안내는 찾을 수 없었고, 건물 내부의 콘솔레이션 홀 안내 화살표는 중간중간 끊겨 있어 한참을 헤매야 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다른 출입구를 찾아보니 B2에서 박물관을 통해 들어가는 정식 루트가 있더군요.
저희는 티켓 배부 시작 시간인 4시 30분 이후인 5시 직후에 도착했습니다. 결코 준비가 부족했던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이 아닙니다. 엘리베이터에서 B2에 내렸을 때 발견한 피켓은 단 한 개로, 엘리베이터 앞 부적절한 위치에 세워져 있어 화살표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B3으로 다시 이동해 지하주차장을 통과했습니다.
해당 장소를 처음 방문하는 관객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었습니다. 안내 인력 배치나 명확한 동선 표시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2. 관람이 불가능한 좌석 배치와 무대 설계**
공연장에 들어서자 더 큰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단차 없는 평지에 접이식 의자를 3면으로 배치해놓았습니다. 소규모 공연장도 최소한의 단차는 확보하는데, 이 규모의 공간에서 이런 좌석 배치를 선택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무대 높이였습니다. 좌석에 앉자 무대가 너무 낮아 공연이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주 공연이라면 소리로라도 감상할 수 있겠으나, 이 공연은 연주와 무용을 함께 선보이는 기획이었고, 특히 현대무용은 플로어 워크를 중요하게 활용하는 장르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3면 중 중앙 맨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처음엔 앞쪽에 앉았으나 시야가 너무 불편해 맨 뒤로 이동했습니다.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나와 인사할 때도 어깨 아래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무용수가 바닥으로 내려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 역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주자는 그나마 소리로 전달할 수 있었지만, 무용수는 관객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번째 공연부터는 눈을 감고 음악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90분 내내 '음악만'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기에, 결국 스태프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스탠딩으로 관람했습니다.
서서 봐도 종아리 중간 아래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대에도 단차가 있었는데, 무용수가 그 아래로 내려와 춤출 때는 스탠딩 관람에도 절반 이상이 가려졌습니다. 네 번째 발레 공연의 경우 중앙 관객석 기준 좌측 무대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는데, 무대 중앙에 두 대의 피아노가 배치되어 있어 우측 관객석에서는 제대로 보였을지 의문입니다.
**3. 촬영 중심 세팅, 소외된 현장 관객**
공연장이 암전되지 않아 다른 관객들의 얼굴, 핸드폰 불빛, 스태프들의 움직임은 다 보였지만, 정작 무용 공연은 보이지 않는 주객전도 상황이었습니다.
뒤에서 촬영 중인 집카메라 화면을 보니 무대가 근사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이 무대가 촬영용으로 세팅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실망했습니다. 저는 EBS '공감 스페이스' 같은 프로그램에 동원된 시청자가 아닙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한 유료 관객이 왜 무용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촬영용 배경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관객석이 가득 차지 않았더라도 진행하시는 스텝분들이 맨 뒷좌석에라도 앉아보셨다면 이 문제를 인지하지 않으셨을까요?
**결론**
PIANO X MOVEMENT라는 기획에서 '움직임'은 피아노의 단순 '소품'이었던 걸까요? 공연 진행 방식에 먼저 깊이 실망했고, -취향을 탄다고는 하나- 무용수들의 퍼포먼스 수준 또한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겉모습은 화려했으나 실제 관객 경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기획이었습니다.
관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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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이번 공연은 공간의 특성과 무용·음악의 밀도 있는 호흡을 관객과 가까이에서 나누고자 한 실험적 시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좌석과 무대가 한 평면 위에 놓인 구성 또한 그러한 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만, 말씀 주신 대로 일부 구역에서는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점은 향후 공연 시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대와 연주, 움직임의 균형을 고민하며 오랜 기간 정성을 다해 준비한 무대였기에, 관람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말씀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저희 공연이 음악과 움직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