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th [2013 Gala, 반팔콘서트 II] 감동의 순간을 글로 남기며...
  • 등록일2013.12.29
  • 작성자김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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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6개월 전쯤 알게 된 율하우스 하우스콘서트...
매번 관심있게 지켜보던 중 연말 갈라콘서트를 계기로 처음으로 이 곳을 찾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공개되지 않은 공연은 처음 경험해보는지라,
설레임과 기대, 호기심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렇게 만난 첫번째 하우스콘서트는 연말에 받은 서프라이즈 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저녁 늦게 어둑어둑한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감동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신선했던 것은 젋다 못해 어린 음악가들의 실력이었다.
총 10개 팀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그 중 3개 팀이 중학생 연주자들의 공연이었다.
첫번째 공연이 바로 오늘의 연주자 중 최연소인 진예훈 군의 바이올린 공연이었는데, 처음 공연장으로 입장할 때 그 앳된 얼굴에서 그가 과연 어떤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연주가 시작되고 무르익을수록 나는 마치 과거 오스트리아에서 모차르트의 공연을 본 어른들의 느낌이 이런 것이었을까라는 상상을 할 정도였다. 그의 바이올린 선율에 나는 그야말로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는 세번째 팀에서 또다시 앳된 중학생의 입장을 보게 되었는데, 그는 반짝이는 트럼펫을 들고 들어왔다. 연주가 시작되고, 피아노가 한 소절을 띄우면 이를 받아서 트럼펫이 맬로디를 풀어놓기 시작하는데, 트럼펫 소리가 이렇게 맑으면서도 부드러웠구나... 그리고 그 맬로디의 이어짐은 결국에 또다시 나를 사로잡아서 심지어 숨을 쉴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그 공간에서 만들어진 소리는 마치 나를 휘감는듯한 느낌이었다. 오늘의 10개 팀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당찬 젊은 바이올린리스트들의 연주도 기억에 남는다.
다섯번째 팀으로 피아노 트리오(피아노, 첼로, 바이올린)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조진주 바이올린리스트의 공연 전 짧은 설명은 음악을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주하였는데, 전 후의 우울한 시대를 묘사한 3악장과 이어진 냉소적인 4악장까지. 특히 4악장 연주는 마치 연극이나 오페라 배우가 팔짱을 끼고 아래로 쳐다보며 코웃음을 치는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나는 이 부분을 들으면서 레미제라블의 악역 테너르디에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는 김다미 바이올린리스트의 연주도 기억에 남는다. 아리따운 외모에 걸맞지 않게 파워풀한 그녀의 연주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첫번째 곡은 너무나 유명한 카르멘 판타지였는데, 피아노와의 협연이라서 그러했는지 내가 아는 곡과 조금은 다른 진행이었다. 바이올린의 우렁찬 연주가 있는 부분을 피아노가 커버하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 곡이 좀 더 그녀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La vida Breve(허무한 인생)이라는 오페라 곡인데, 바이올린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음색을 감상할 수 있는 화려한 곡이었다.

색다른 악기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네번째 공연은 "동화"라는 국악 악기로 구성된 팀이었다. 공연장에서 국악악기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특히나 해금의 애절하면서도 때로는 귀여운 음색이 재미있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번에 들었던 두가지 곡이 모두 해금의 특색을 살리는데 초첨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었다. 대금의 그 청아하면서도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높은 음색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그러하지 못했고, 거문고 소리를 감상할 기회는 조금 드물었다.
여덟번째 팀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반도네온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항시 새로움에 대한 갈구가 있는지라, 그 악기소리는 나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연주모습은 신기하게 보이기도 하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공연을 통해서 자주 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성악 공연도 한 번 있었다.
이충만테너의 공연이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그의 터져나오는 듯한 음량에 넋을 놓게 되었다.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오 솔레미오"와 같이 우리에게 참으로 친숙한 곡을 선사해주어서 더더욱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계속해서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었다.

마지막 공연은 서프라이즈 선물의 클라이막스였다. 어린 바이올리스트와 첼리스트 두 명이 아리랑 선율을 조용히 뽑아내기 시작했는데, 차츰 다른 연주자들이 끊임없이 입장을 하면서 그 선율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더니 열 명 가까운 연주자들이 협연을 하고 있었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관객들 중에서도 연주자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어지던 아리랑 & Amazing grace연주 중 또 다시 관객 중에서 노래 소리가 들리기까지 하였고, 그들의 협연과 그 공간을 꽉채운 아리랑 선율에 감동은 극에 달하여 눈물을 자아낼 정도였다. 알고보니 이들은 인사동 아리랑이라고도 알려진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팀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곳에 적지 않은 팀의 공연도 있었는데 모두 너무나 훌륭하고 멋진 시간의 연속이었다.

최선을 다해서 공연한 모든 연주자들과 이렇게 멋진 공연을 준비한 하우스콘서트 팀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젋은 연주자들의 공연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2013년 갈라 하우스 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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