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롭고 달콤한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 등록일2013.11.12
  • 작성자김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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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개월간 하콘을 포함해 꽤나 많은 공연을 다녔지만, 그동안 일부러 후기나 감상평 쓰기를 멀리하였습니다.



공연을 보며 느낀 순간의 감동과 여러 감정들을 변변찮은 글솜씨와

보잘것없는 말재주로 표현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너무나 빈약하고 얇은 배경지식으로 감히 예술을 "평가"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어느순간부터 예술을 감상하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기보다

펜과 종이를 든 채, 평가하고 정의내리며 즐기지 못하는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무언가 앞뒤가 뒤바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공연은 지금의 이 감정을 적어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벤젤푹스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베를린필의 클라리넷 수석연주자 자리를 지켜 온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공연을 접하며 이러한 타이틀에 얽매이지않고 연주를 감상하려 노력했지만

이미 눈과 귀에 씌여진 색안경을 벗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편안하게 연주를 즐기려고 힘을빼고 노력하는데, 연주자인 그는 저보다 더

이 모든 상황과 연주 그 자체를 편안하게 즐기는 듯한 인상을 받아 적잖이 놀랐습니다.



연기를 하는 배우도 그렇지만

연주자 역시 그의 연주 스타일을 보면, 대략적인 그의 성격과 성향도 짐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는 연주에 있어 모든 몸짓과 손짓, 순간의 호흡 하나조차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웠으며 전혀 과하지않았습니다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으나, 지극히 유려하고 부드러웠으며 가볍고 사뿐사뿐했습니다.

때문에 순간, 그가 평상시에도 굉장히 여유롭고,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게됐습니다.



그는 지나치게 비장하거나 무겁지도 않았고,

폭풍처럼 몰아치며 감정을 쏟아내지도 않았지만 그러한 그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물흐르듯 담담하고 아름답게 보여주는 연주실력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슈만과 베버의 곡이 끝나고 연주는 그 자체로도 나쁘지않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단지 몇 곡의 연주를 통해서 그의 진짜 실력을 느끼며

그와 감정적으로 교류하기에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뿔랑의 소나타가 연주되고 2악장으로 넘어가며,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 순간의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공기와 분위기를

애수에 젖게 만들었고, 그 작은 공간에 그토록 긴 호흡으로 감수성이라는 소나기를 흩뿌렸습니다.



2악장을 들으며 저는 감동할 수 밖에 없었고 조금은 허황되지만,

문득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란다는 생각마저 하게됐습니다.



타이틀과 네임밸류 같은 것은 이미 무의미했습니다, 그가 누구든지 이미 그는 저를 감동시켰고

그 순간을 행복감이 넘치는 아름다운 순간으로 장식해주었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중요한 사실이었습니다.  



영원히 이어지길 원했던 뿔랑이 끝나고 생상 특유의 섬세함으로 마무리 된 오늘의 공연은

이어진 4곡의 앙코르들로 더욱 빛이 났습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며 저를 비롯한 관객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그는 정말 유머러스하고 밝은 사람이며, 진정으로 관객들을 사랑하고 연주를 사랑한다는 사실말입니다.



한 주의 시작을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장식해준 하우스콘서트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싶습니다.



















여담이지만, 모두가 자리를 뜨고 난 뒤 2명의 여고생이 슈베르트 환상곡을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D.940이라는 곡이었고 분명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이상하게 왠지모를 익숙함이 저를 휘감았습니다.

연주에 있어 해석이나 감정 이입 혹은 테크닉적인 부분에 있어서

분명 어느정도 실수가 있었을 것이고 미흡한 부분도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음악을 처음접하는 저에게 그 두 여학생의 연주는 본 공연의 감동을 이어갈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고



그들의 연주는 완전하지 않은 미숙함이있었지만,

미완의 아름다움 그 자체로 저를 감상에 젖어들게 만들었습니다.

바람이 매우 차가웠던 11월의 어느 한 월요일인 "오늘"을 기억하고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해준

멋진 연주를 보여준 그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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