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번째의 하우스컨스트가 주던 선물
  • 등록일2013.10.27
  • 작성자김한
  • 조회1632
  이 선물을 주신 박창수님이 참으로 고마왔다. 그런데 고마움을 표현못하고 와서 지금 머리를 뜯고 있다!
5명에게 물어 기를 쓰고 찾아간 하우스컨서트장. 연주자들은 모두 반겨주던 그 천정과 바닥과 벽의 투명하고 정겹던 나무와 같았다. 우선 바리톤  이규성님은 그 수려한  이력과 용모와는 달리 소탈했다!서울대를 나오고 이태리 명문 국립음악원과 아카데미의 수석 졸업,마리아칼라스 국제 콩쿠르1 위수상에다 줄리에타 시쿄나토 국제 콩쿨 심사위원,이태리 프랑스 미국 등지의 오페라무대를 통해 한국 성악가의 위력을 그만큼 톡톡히 보여주며 국위선양에 단단히 기여한 분이라면 어지간히 자의식이 목과 어깨에 들어갈만한데, 놀랍게도 그게 없었다. 진솔했고 소년같았고 그래서 정겨웠다.대지깊숙히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노래는 구성지고도 힘을 싣고 있었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고 편안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장은령님 만큼이나 편안한 시작인사였다. 이규성 님이 들려주신  비목은, 한국인들에게 여태껏 그리도 애창되던 이 곡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명희라는 청년장교가 노랫말을 쓰도록 이끌었다는 저 이름모를 병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이 자리했던 비무장 지대는 아직도 현존하는 현실이구나--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인 이 우리나라에 말이다! (나는 평양 고향을 두고 떠나오셨던 피난민의 딸이다).  문득 겨울방학에 비목공원을 찾아가 거기 돌에 새겨진 노래비의 가사를 더듬고 싶어진다.
   내가 좋아해서 즐겨불러왔던 동심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꽃임을 허정림님으로부터 처음 배웠다. 다음으로 들려주신 가르델의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은 주로 남자가 불렀는데, 그래서 도전하고싶다고 밝히는 소망만큼이나, 통쾌하게 멋지게 증명해 주었다-- 이 곡은 결코 남성 전용이 아님을^^ 들려주기 전, 51 세에 들어선 이제 사랑의 허상을 알았노라는  고백은 청중과 나누는 윙크처럼 즐거웠다. 이 쏘프라노의 노래는 아마도 그 마음만큼이나 열정과 동시에 평화을 실어주었다.
  휴식후에 이어진 이규성님의 첫 모짤트곡 은 더블 바스를 위한 콘서트 아리아로서 희귀한 현존하는 컨서트 아리아로 알려진 "아름다운 그대의 손과 눈에"였다. 이 곡을 뜻밖에 도곡동  하우스 컨서트 홀에서 바리톤 이규성님의 노래로 감상하게 되다니! 이중의 휴지들)과 동시에  빠른 스케일의 작업으로 꽉 차서 연주하기가 골때리기로 악명높은 이 곡을! 우아한 레가토와 함께 넓은 폭과 기술적인 장식을 요하는 지라 베이스 음성을 위한 매력적인 작품이라 평가되기도 한다는데, 단순하면서도 장식적인 하나의 선의 흐름 속에서 그윽한 깊이와 질감을 다분히 담아 내주는 이 곡의 효과를 이규성님은 우리에게 바리톤의 가능성을 체험케 해주셨다!  다른 분들도 모두 나같이 공부하는 기분이 되어 경청하고 계셨는데 모두 하도 진지하게 숨을 죽이고 음미하시는지, 저녁굶은 나의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배를 살짝 움켜쥐었다^^
   이규성님이 들려주신 두번째 모짜르트 곡 피가로의 결혼 중 "더이상 날지 못하리"를 통해서 나는 주위의 청중들과 함께 모짤트의 재미가 이런 거구나를, 만끽했다. 즐거웠다.( 노래와 연극배우의 끼로써 서구의 성악가들 꿀리지 않게 청중들을 흡인시켰을 법했다.) 이태리어라고는 비록 커피 베네밖에 모르지만  몸의 언어를 통해 휘가로의 결혼의 이 유명한 대목을 알뜰하게 즐길수 있는 재미가 쏠쏠했다
   첼리스트 장은령님의 마지막 곡은 몽티의 차르다쉬에서 도전정신의 힘을 목격했다. 바이올리니스니인 몽티가  아마도 본래는 바이올린을 염두에 두고 쓴 이 곡이 주로 바이올린의 전유물처럼 되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므로 도전하고싶었다는 장은령님의 도전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도입부의 분위기는 첼로에 궁합이 잘 맞았고, 후에 이어지는 강렬함은 가히 야성적이라 첼로를 통해 선사하는 써프라이즈였다!
    두 쏠리스트의 듀엣으로 들려준 마지막 곡은 돈죠바니의 1막 3장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그대 손을 내게 주오"는 세상만사 다 잊고 점점 행복해져가던 우리들에게 축제의 절정으로 인도해주었다.   희대의 탕아 무신론자 플레이보이 돈 조반니(이규성님)가 다른 남자의 약혼녀 체를리나(허정림님)와 단둘이 남게 되자 그녀를 노골적으로 꼬시면서 부르는 이  2중창이 그리도 싱싱하고 달고 연한 물많은 최고의 배  맛으로 다가왔다!
   피아노 첼로의 반주와 어우러진 마지막 듀엣이 You raise me up은 노랫말 만틈이나  일말의 은혜로움을 체험케했다. 전율을 느끼던 그 순간 아 이것이 음악이 선사하는 구원적인 힘이구나 느끼던 그 순간의 전율. 비록 순간이지만 그 여운은 깊이 오래 갈 것 같다.  어째서일까?  아마도 저 연주자들과 이 무대을 마련한 박창수님의 진솔한 삶과 진정성과 순수한 영혼과 사랑이 전하는 파장이리라.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