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등록일2013.02.09
  • 작성자최예원
  • 조회5649
하우스콘서트에 오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평소 한 시간이면 올 거리를 두시간 반동안 와야 했으니까요. 가까스로 7시 57분에 도착하여 또다른 문제가 생겼으나, 추위를 녹여주는 스태프 님의 감사한 배려 덕분에 저는 방석을 꺼내들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흠, 저의 의중을 읽으셨던 걸까요?
이거 진짜 즉흥 맞다고. 미리 연습해오는거 아니라고. 아, 물론 연습은 하지만, 구체적인 흐름같은 건 연주하는 그때그때 만들어가는 거라고.
재즈를 가끔 들으면서도, 이게 정말로 즉흥연주 맞나 하는 의심을 품었던 저에게 건네는 말 같았습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그의 즉흥 솔로연주가 시작됩니다. 피아노는 현악기도 되었다가, 타악기도 돼보고, 전자음도 한번 내보며 저를 저 멀리 어디론가 데려갑니다.

고도, 영상, 기억이라는 단어에서 긴 여행의 빛바랜 한 컷을 떠올립니다. 설렘을 안고 떠나던 총천연색의 장면, 멀어지며 잊혀져가는 세피아 톤의 기억, 노이즈 가득한 오래된 필름.. 그 한가운데서 그것은 와장창 깨지며 머릿속을 흔들어놓고는 뒷걸음질쳐서 사라집니다.

와인 한잔 하고 2부의 트리오가 시작됩니다. 이런 분위기 좋네요, 바닥에 앉아 와인 안주로 "닭다리 잡고 뜯"으며 공연보기.
항상 궁금했습니다, 왜 유독 재즈 연주자들이 공연 중에 인상을 많이 찌푸릴까. 오늘은 한술 더 떠서 엉거주춤 일어나 피아노를 치네요. 어느 순간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춤추시기에 편하도록 아예 다리가 긴 전용피아노를 하나 만들까봅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도로시와 함께 오즈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이 꿈에서 언제쯤 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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