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콘 335회 _ 재즈, 그 너머
  • 등록일2013.02.09
  • 작성자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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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에 있는 카덴차는 본래 솔리스트가 기량을 한껏 발휘하여 즉흥적으로 기교를 뽐내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에는 정형화되어서 즉흥으로 연주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클래식에 푸욱 빠져 살면서도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에 재즈가 문을 두들겼습니다.
  무제라서 더 생각이 많아지는 곡들, 단지 아름다운 선율만으로 행복한 곡들, 사연이 깃든 곡들 그리고 더욱 풍부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트리오 모두가 즉흥적인 긴장 속에서 귀를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하우스콘서트에서 짙은 교감과 만감을 느끼는 것에서 나아가,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감동을 꺼내어볼 수 있도록 우리는 머리 속에 이것들을 저장합니다. 우린 이를 ‘기억(Memory)’이라고 부릅니다.
  허대욱 씨가 언급하신 것처럼 사랑, 기억 같은 단어는 너무나 익숙해서 그것이 가진 깊이와 가치가 많이 퇴색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대욱 씨 음반에 2번이나 각기 다른 버전으로 수록된 ‘Memory’라는 곡은 우리에게 말하려는 것이 많아 보였습니다.
  강하고 명확한 음들로 시작한 곡은 자를 이용하여 피아노 줄이 풀린 듯한 선율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강렬한 기억도 점차 시간에 굴복하여 느슨해지고 옅어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느슨한 기억마저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추억입니다. 그런 소소한 행복을 굉장히 매력적인 주제선율이 흥겹게 써내려갑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지막은 ‘말하자면’ 비극적입니다. 피아노 줄이 끊기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오랜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제대로 된 기억조차 남아 있지 않은가 봅니다. 그리곤 조용히 곡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슬퍼해야할까요? 수십 년이 지난 뒤, 기억은 흐릿해질지라도 하콘에서 함께한 시간들은 막연하게나마 마음속에 남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억’이라는 것을 현명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길이라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려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즈를 제대로 접한 적도 없고, 실험적인 곡은 평소에도 거부감이 많았지만 이렇게나 큰 기쁨을 얻고 돌아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흥겨운 재즈, 그 너머를 경험하여 행복합니다. 간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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