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 연주가 그립던 무대
  • 등록일2012.08.27
  • 작성자미시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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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피아노를 무척 잘 치던 친구가 있었다.
공부를 아주 잘 했던 그 친구가 피아노까지 잘 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 음악시간, 현란한 기교로 빈틈없이 연주한 그녀의 쇼팽 "혁명"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날, 나는 그 선율을 기억해 와 하교와 동시에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더듬거렸다.
물론 당시 실력으로 쇼팽 에튀드란 어림도 없었기에
4마디 정도를 쳐보고는 이내 포기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는 학교 축제에서 새로운 곡을 선보였다.
바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너무나도 익숙한 그 선율은 하나의 피아노에 앉은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자아내는 것이었다.  
헝가리 무곡이라면 주로 피아노 솔로 작품만 접했던 내게
두 명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four hands 버전은 젓가락 행진곡 이후 최고의 곡처럼 느껴졌다.

나는 "혁명"은 따라 할 수 없어도 "헝가리 무곡"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사리 악보부터 구해 저음이든 고음이든 어느 파트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밤낮으로 연습했다.
내일 당장 콩쿠르에 나가는 여전사 태세였다.

그러나 자고로 four hands란 같이 연주할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법.
연습량이 무색하게 나는 단 한번도 그 곡을 제대로 연주해 본 기억이 없다.
좁은 자리에 살갗을 부대껴가며 연습할 파트너를 찾을 수도 없었고,
밑도 끝도 없이 그 곡을 제대로 완성하겠노라는 내 의지를 함께해 줄 파트너를 찾는 일은 더더욱 어려웠기 때문이다.

꿈을 실현하지 못한채 추억속에 남겨져 있는 이 곡은 이번 하우스콘서트 four hands 공연 연주곡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종일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이번 무대는
나의 친구의 연주를, 그리고 미완성이나마 내 손으로 빚어내던 연주를 더욱 그립게 만들었다.
살 부비며 함께 연주할 파트너가 있고, 더불어 하콘이라는 멋진 공간에서 연주할 기회가 왔다면
연주에 임하는 자세는 더욱 준비된 것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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