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습격하려다 마음을 습격당하다.....강은일 해금 앙상블@대구공연
  • 등록일2012.07.15
  • 작성자김유겸
  • 조회2336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살다가


근처  북구문화예술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빗길 속에 달려가 앉은 무대위.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은 느낌.


 


강은일씨는 오래 전부터 알아왔고


각종 영화음악에서 익히 들어온 해금소리였지만


실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인데다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영광이었다.


더군다나


오늘의 공연은 연주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춤과 낭독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구성이었다.



맨발의 연주자들이 티벳항아리 종소리와 함께 등장한다.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영산회상


 



그리고 춤,


처음 그의 춤은 아팠다.


나에게서 깨어나오지 못하는 자의 슬픔과 절망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몸짓


 



그의 낭독은 소리가 울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어둡고 가슴아픈 존재에 관련된 소설,


섬뜩하기까지 했으나


애잔한 해금과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춤은 더욱 몸부림쳤다.


그의 발자국은 박자였고,


해금의 선율은 그를 그 안에서 이끌어내는 유일한 통로.


 



2부로 들어가면서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춤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최고조로 달려가는 해금과 함께


그의 티벳종항아리에서 실 한 줄이 나오고


줄이 흐르듯, 풀리듯


마음이 풀린다.


 



드디어 그가 난다.


 



내가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마룻바닥을 통해 전해오는


그의 발자국 리듬,


해금의 떨림,


마음이 진동한다.


 



고통끝에 찾은 정적.


그는 자유롭다.


 


 



공연 후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강은일씨의 발과 해금


 



춤꾼의 발과 티벳종


 



아름다운 그들.


무심코 앉은 내 자리는 명당이었다.


 



한 엄마가 국악시키는 딸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해야할지를 물었다.


한 2-30초간의 정적.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에게 음악은 고통스럽고 많이 아플 때에 왔다.....


그 첫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그거 수습하느라 그 다음 말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강은일씨 얼굴을 코앞에서 지켜봤었다. 


침착한 표정으로 그 밑에 있는 오묘한 감정들을 다스리던 그 사람, 


아, 나는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다.


어느 누구보다도 힘들 때마다 음악의 힘을 믿는 나로서는


그의 표정과 첫 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음에 와 박혀버렸던 것이다.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안에서는 새벽 2시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밖에서는 홈통을 타고 내리는 빗물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


오늘


무대 마루를 울리던 춤꾼의 발자국과


마음줄을 떨게 한 해금까지


하나의 앙상블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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