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좋은, 혼자여서 좋은 탱고
- 등록일2012.06.09
- 작성자DH
- 조회2398

직장으로 걸려온 얼굴도 모르는 까마득한 학과 선배의 전화에 등떠밀려 시사주간지 일년치를 정기구독하게 됐다. 눈물을 흘리며 3개월 할부로 끊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값을 치렀으니 매주 꼼꼼히 챙겨 읽게 된다.
두꺼운 정치사회 섹션을 지나 문화면에 닿을 무렵, 내 눈을 잡아끄는 공연 소식이 있었다. 이번달 내내 탱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단다. 날짜를 찾아보니 마침 민방위훈련 받으러 서울집에 오는 날과 뙇!! 겹친다. 그것도 고상지씨의 공연. 지난주 바호폰도 공연에 못 가서 얼마나 아쉬워했던가. 이건 꼭 가야 해!
주변 사람들에게 탱고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다. 우리네에게는 아직 낯선 음악이라 선뜻 같이 가자고 나서는 이가 없다. 영화 속 "Por una cabeza"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서일까. "가서 춤추는 거 보는거야?"란 반응도 나온다. 결심했다. 혼자 가련다.
비가 쏟아졌음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오늘의 주인공 넷이 등장해 각자의 악기를 잡는다. 콜론 극장의 마에스트로들이 그랬듯 역시 탱고 공연을 여는 곡은 La Cumparsita가 제맛이다. 이어서 고탄프로젝트 라이브앨범에서 좋아했던 Nocturna까지. 처음 몰아친 빠른 템포의 두 곡만 듣고도 난 만족해버렸다. 거기에 오늘은 들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Libertango와 Oblivion의 기습공격까지 맞고나니 그 또한 좋더라(맞던가? 이상하게도 Oblivion과 Milonga Del Angel이 종종 오버랩될 때가 있다).
그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려니 문득 혼자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춤으로서의 탱고"는 두 사람이 만나야 온전히 즐길 수 있지만, "듣는 탱고"는 혼자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듣는 탱고는 때로 혼자일 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날 들을 수 있었던 "El dia que me quieras-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 "Adios Nonino-안녕, 아버지", "Oblivion-망각", 그리고 최문석씨가 이별 뒤에 만들었다는 "La noche del Marzo-3월의 밤(맞나요?)" 같은 곡들은 혼자서 곱씹을 때 더 깊은 맛을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네 사람이 땀흘려가며 연주하던 오인조를 위한 콘체르토, 그리고 앙코르에 이르기까지 사람도 음악도 꽉꽉 들어찬 자리였다.
하우스콘서트에 와서 좋았던 건 그뿐만이 아녔다. "자비로운" 이벤트 덕에 막차로 당첨되어 씨디까지 받을 수 있었으니까. 주저없이 바드를 골라 윤종수씨에게 싸인을 받아놓았다. Ay Caramba!! 오늘 공연도 꼭 씨디로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리며 하우스콘서트 첫 방문기는 여기까지.
-스태프님들께 말씀드릴 두 가지. 하나. 망고보드카 비율이 막 제각각이었어요. ㅠㅜ 둘. 싸인펜 빌려갔는데 그만 들고 왔네요. 다음번 방문 때 꼭 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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