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통해 떠올린 추억 두 개와 하나의 소망
  • 등록일2012.04.29
  • 작성자미시시피
  • 조회2834
BBC에서 상영한 "The Choir"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개러스 멜론이라는 젊은 지휘자가
학교를 찾아가 합창단을 만들고, 세계합창대회에 출전시키는 내용의 다큐인데요,
하나의 완전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뿐 아니라
노래를 통해서 개인의 삶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이 다큐를 다시 보면서 하우스콘서트의 "서울레이디스싱어즈"의 무대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아는 한 하우스 콘서트에서 열리는 첫 합창 공연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합창과는 꽤 인연이 있어서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오랜 시간 "소년소녀합창단"의 일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덕분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보는 영광스러운 순간도 있었고,
시청의 작은 무대에도, 중식당에서 짜장면을 먹으려다 갑작스레,
그리고 이동하는 버스에서 다른 탑승객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노래를 부르던 소소한 기억도 있지요.
크고 작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했던 그 시간들과
무대에 오른 순간 떨림과 설레임,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그 감정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반 대항 전교 합창대회가 열릴때면
만일 제쳐두고 합창대회 생각 뿐이었던 그 시절은 또 어떠했는지요.
재미난 노래를 선곡해 "1등은 우리의 것"이라며 의기양양했으나
변성기 때문에 제 음을 내기가 힘든 친구들의 "고음불가"로 좌절하고,
열심히 개성있는 퍼포먼스를 준비했으나
"나는 절대로 못한다!"며 손사레를 치는 급우들 덕분에 또 한번 좌절하고...
그 고통의 터널을 지나 결국엔 1등을 거머쥐고 친구들과 얼싸안고 좋아하던 기억은
여전히 저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이런 기억 때문일까요?
공연을 보는 내내 저는 온 몸이 들썩거렸고, 이미 노래도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단원들의 얼굴에 띄워진 미소를 보면서
저와 객석을 함께 공유한 다른 관객들의 표정도 이미 환하게 밝혀져 있었지요.
멋진 공연을 선물해준 "서울레이디스싱어즈"에게도
무대에 올랐던 수많은 시간들 중에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겁니다.

이번 하우스 콘서트의 공연을 기다리며 본 다큐멘터리 한 개와
그리고 역시나 특별했던 "서울레이디스싱어즈"의 무대를 통해
음악이 우리들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더했습니다.
그 생각이 너무 멀리 가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합창"은 우리 자신이 곧 악기가 되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기에
세상과 소통하는 아주 소중한 도구가 될 것이라는 믿음 또한 가져봅니다.

공교육에서 음악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재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같은 음악교육의 방향을 따라가는 모델들이 종종 보이는데요,
합창을 통해서 우리의 목소리로 화합을 그려보는 건 어떨지...
그런 날이 곧 오기를 조용히 소망합니다.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