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회 하우스콘서트(문웅휘&서현일) 관람기예요:]
  • 등록일2012.03.25
  • 작성자김서린
  • 조회3044
첼로 선율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금요일 밤, 첼리스트 문웅휘님과 피아니스트 서현일님의 하우스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갈라콘서트를 인터넷 중계로 함께한 뒤 처음으로 직접 방문 하는 율하우스입니다. 그동안 여러 연주자의 하콘 실황 CD를 구입하여 하우스 콘서트의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마다 꺼내어 들었어요. 그 실황 녹음을 한 곳에 발을 디디니 한없이 두근거립니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의 아늑함은 첫 방문에 약간은 긴장했던 제 마음을 풀어주네요. 지인들과 벽 한 켠에 기대어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창수 선생님이 들어오셔 오프닝 무대를 열어주십니다. 조곤조곤 이야기는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어느 유창한 달변가의 말보다 더 효과적으로 하콘에 대한 열정을 전달받는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가볍지 않은 패르트의 형제들로 문을 열었습니다. 익숙치 않는 이에게 언뜻 불협화음으로만 느껴지는 낯선 현대곡들과 다르게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라 생각됩니다. 건조한듯한 아르페지안도가 몰아친 후 쿵 떨어지는 피아노의 선율은 고조되어가던 기분을 한없이 떨어뜨립니다. 숙연함이 드는 선율에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곧 한없이 쓸쓸해지곤 합니다. 아주 조심스러운 피치카토와 함께 첼로의 지판에서 떨어진 손이 순간 모든걸 내려놓은 듯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러나 한없이 고독해지는 선율 한 편의 피아노 소리는 구원을 주는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마지막 부분의 하모닉스와 피치카토 소리로 더 이상 닳아 없어질 것 같은 마음에 위안을 얻습니다. 주로 바이올린으로 듣다 첼로 연주로 이 곡을 들으니 그 쓸쓸한 기운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이어지는 곡은 마르티누의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입니다. 파가니니의 변주곡에 비해 마르티누의 변주곡은 도전적으로 느껴집니다. 순간순간 뭔가 어색한 화음들이 느껴져 고개를 갸웃 하다가도 어느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익숙한 선율들이 자리를 채우며 익살스럽게 꾸며져 나갑니다. 연주 내내 젊은 연주자의 생동감 넘쳤던 소리와 몸짓이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오네요.

1부의 마지막은 드보르작의 론도 사단조가 장식합니다. 론도 주제가 반복될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을 느낍니다. 강하게 운지를 하면서 지판과 부딪혀 나는 소리, 현에서 손가락을 떼면서 나는 그 소리들까지도 모두 음악과 어우러져 연주에 감칠맛을 더해주네요. 연주자와 관객이 가까이 위치해야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미션 후 이어지는 2부에선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이 연주되었습니다. 강렬하게 시작하는 첼로와 피아노는 1악장 내내 격렬하게 에너지를 내뿜으면서 긴박하게 곡을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서정적인 선율이 등장할 때마다 오히려 그것과 대비되어 더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피아노가 노래하는 선율 위에 첼로의 피치카토 소리가 얹어지면서 2악장을 시작합니다. 첼로와 피아노가 번갈아 연주하는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에 마음이 울컥하면서 음악에 더 깊이 빠져드는 기분입니다. 평온함도 잠시 3악장에선 다시 폭풍이 몰아칩니다. 한순간의 격정이 지나가고 시린 선율이 이어지다 첼로와 피아노가 다시 한 틈의 양보없이 부딫칩니다. 마지막 4악장은 한결 가벼운 선율로 시작하여 첼로와 피아노가 번갈아가며 선율을 이끌어 나가다 시작이 그러했듯 화려하고 정열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악장이 바뀔 때마다 연주자가 땀을 닦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집중하며 연주하는지를 느끼니 관객으로서도 같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음악에 흠뻑 젖어 온 몸과 마음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를 보니 어느순간 저도 저절로 동화되어 즐기고 있더라구요.

본 프로그램이 끝난 후 앵콜로 피아티의 카프리스 중 7번을 연주해주었습니다. 연주자의 말대로 화려한 첼로 솔로곡이었는데, 다른 어느 공연장에서 이런 곡을 앵콜을 들을 수 있을지. 매 연주마다 관객 입장에선 실험정신이 투철하게 느껴지는 생소한 레퍼토리를 빼놓지 않는 문웅휘님스러운(?) 마무리였어요.

첼로와 피아노의 소리에 연주자들의 표정변화와 호흡, 그리고 기댄 벽에서 느껴지는 떨림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온 몸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시에 첼로와 피아노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자리에 앉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긴 했지만,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 현란하게 지판 위를 날아다니는 첼리스트의 손가락들을 보니 그마저도 리듬의 일부로 느껴졌구요.
같은 자세로 앉아있느라 저릿해지는 다리를 위해 자세를 바꾸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공연장에 흐르는 진지한 분위기가 너무도 좋았습니다. 두 젊은 연주자의 음악에서 전해져오는 에너지는 일주일동안 쌓인 피로를 싹 잊게 할 만큼 열정적이었구요. 덤으로 공연 후 환하게 인사하는 연주자의 모습에 덩달아 흐뭇해지며 역시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의 막히는 길을 뚫고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와인 한잔을 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어요. 공연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같은 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끼리 의견도 나누고, 또 자연스레 연주자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공연에서 이어졌던 소통들이 연주 후에도 이어짐을 느낀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마음 가득 전해져왔던 첼로와 피아노 소리 덕분에 황홀한 금요일 밤, 그야말로 일주일의 마무리를 황금같이 보낼 수 있었어요. 박창수 선생님을 비롯한 하콘 스탭분들, 연주자분들, 같은 순간을 나눈 관객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여담이지만, 페이스북에 하콘 공연 시작 전의 공연장 모습을 찍어 올리니 와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여럿 있네요. 다음번엔 또 새로운 친구들과 공연장을 찾아야 겠습니다:D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