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 받은 생일 선물 - 하우스 콘서트
  • 등록일2012.02.25
  • 작성자주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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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가평에서 군 복무 중인 청년 주시완입니다. 휴가 날짜를 잡을 때 하우스 콘서트 스케줄을 보고 잡는 하우스 콘서트 열혈 팬이기도 하고요. 주변에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이고, 국방색 얼룩무늬 옷을 입은 남정네들뿐이라, 팍팍해진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어서 휴가 때마다 하우스 콘서트를 찾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제는 직장 생활을 하는 동생이랑 하우스 콘서트를 찾았습니다. 평소에 업무가 많아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동생이 칼 퇴근할 용기를 내고 아산에서 KTX를 타고 달려와 하우스 콘서트를 찾은 것도 저랑 비슷한 이유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예술에만 모든 것을 쏟아 온 대가의 풍모가 느껴지는 분들이 나오셔서 기대가 많이 됐죠. 곡이 시작되자마자 느꼈습니다. 아, 이거 대박이겠다. 소리 자체가 크지는 않았지만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다정하고 따뜻했습니다. 하우스 콘서트를 찾게 하는 원동력,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녹아서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무지무지하게 찬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밤 열기가 가득한 잡탕밥을 호호 불면서 먹으면 느껴지는 온기, 행복함인 거지요. 한 악기가 두드러지면 다른 악기들은 받쳐주고, 주고 받았다가, 소리가 커졌다가 잦아들었다가 하는 조화로움이 참 좋았습니다. 무질서한 세상이 그 순간만큼은 아름다운 질서로 돌아가고 느꼈습니다.

요즘 군대에서 무척 인기있는 프로그램이 K-Pop 스타인데, 거기서 박진영 씨가 자주 하는 말이 "작전"이에요. 똑같은 느낌으로 일관적으로 진행되는 곡은 금방 지루하고 질리니까 처음에는 잠잠히 가다가도 나중에는 폭발시키는 식으로 전체적인 구성을 염두에 두고 감동을 극대화시키라는 뜻이죠. 감정이 절제되있고 교과서적인 바흐에 이어 날카로운 음 위주의 프로코피예프를 배치하고 그 후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가 흘러나오니까 훨씬 더 감동적이고 행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게 우연이 아니라 공연진의 의도된 연출일 거라고 확신을 했습니다.

이후 흘러나온 새들의 노래에서 첼로 연주자의 매력을 물씬 느꼈고요. 첼로 연주자의 70번째 생일을 맞아 출연진 모두가 다양하게 편곡된 Happy Birthday to You가 흘러나올 때도 무척 기뻤습니다. 모차르트 풍, 베토벤 풍, 하이든 풍, 헝가리 풍, 폴카 풍 등 여러 가지를 들려줬는데, 한가지 곡으로 참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고, 연주를 하면서도 자유롭게 발을 구르고 장난을 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멋있었습니다. 게다가 2월 25일이 제 생일이거든요. 생일 전 날 밤 다른 사람의 생일에 힘입어 큰 선물을 받았지요.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간 동생도 무척 행복해보이더라고요. 멋진 공연을 준비해준 연주자들과 하콘 관계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런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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