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회 연주회 후기> 반칙......이건 반칙입니다.
  • 등록일2011.11.16
  • 작성자손승희
  • 조회3256
히히히



안녕하세요. 일주일에 2~3회씩 클래식 연주회를 다니고 있는 고3입니다.

평소에 이렇게 극적인 후기는 잘 쓰지 않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아래부턴 저의 일기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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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일

where? 박창수 하우스!

굉장히 기대된다. 처음 가보는 곳이다. 어릴 때 가던 하우스 콘서트가 생각난다. 비슷할까? 일단 분위기도 궁금하고 그곳을 찾는 사람도 궁금하다.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들어야겠다. 무뚝뚝한 그대여 내가 당신께 반하게 해주오!



11.15일

너무나 행복해서 지금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다. Wenzel Fuchs씨의 하우스 콘서트.

난 두 가지를 기대하고 갔다. 첫번째로, 하우스 콘서트를 제대로 느껴보고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지 확인하고 싶었다. 두번째로는 클라리넷에 대한 나의 생각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나 또한 관악기를 하고 있지만 언제나 클라리넷은 다소 성격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좋게 말하면 단아하고 깨끗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재미가 없달까. 또한 제대로 된 하우스 콘서트는 가본적이 없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으로) 일단 공연장과 연주자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위계질서랄까, 또한 공연의 산어화 때문에 이러한 소규모의 장소에선 좋은 공연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있다면 주로 집안이 넉넉한 운영자의 사치스러운 유흥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건 반칙이다!!!!!!!!!!!!!!!!!! 기대 이상을 넘어 그저 놀랐다. 너무 멋진 것이었다.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공연장을 운영하고 공연을 기회가흔ㄴ 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최근에 들어 일종의 회의가 들었는데 박창수 하우스가 어젯밤 나를 살렸다. 내가 그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이런 극적인 후기를 남기는 이유다. 좋은 연주회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고 했다. 왠지 좋은 예감이 든다.

   어떻게 이런 재미있는 장소를 만들었을까? 분명 박창수씨는 노련한 chef일거라 의심치 않는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관객 또한) 성숙하지만 옛 시대의 유물처럼 뻣뻣하게 굳어있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더욱 많이 찾아가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말이다.



   Wenzel Fuchs씨는 아주 아름답고 매끄러운 소리를 가지셨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섹시하기 까지 했다. (아니 클라리넷이 이렇게 섹시한 악기였나?) 클라리넷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가 아주 재미있는 연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아쉽게도.....아쉬워서 죽을 것만 같다....... 뿔랑은 대기실의 화면으로 봤다. 하지만 뿔랑이 가장 멋졌던 것 같다. 갈수록 연주에 홀려서 곡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다. 조금 아쉽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공연을 보기 전에 기숙사에서 음반을 들으며 대충 예습을 했는데 솔직히 정이 떨어졌었다. 그런데 실 공연을 봤을 때 같은 곡인가 싶었다. 내가 싫어하는 flat한 연주가 아니라 입체적인 연주였다. (마치 활어같이)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독주자의 연주는 좀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았다. 언제나 이런 연주를 들을 때마다 반주자와 독주자 사이의 음악적 거리감이 자꾸 신경쓰인다 (;;)

아무튼 특히 그는 몸을 많이 움직이는 편이지만 그에 비해 음에 대한 컨트롤이 뛰어나다. 관악은 가만히 서 있어도 음이 불안해지는데... Wenzel Fuchs씨! 당신도 반칙이에요 :) ..

그의 발을 보고 있으면 그가 프레이즈 단위, 혹은 짧은 선율, 음표마다 어떤 표정을 지으려 하는 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그는 발을 살짝 뗐다가 성큼 다가오거나 춤을 추듯 한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뺐다 했다. 거참 이건 눈으로 직접 봐야 가장 와닿는 것 같다. 글의 한계가 가슴이 아프다.



  연주회에 다녀와서 내가 들었던 음들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너무나 무서웠다. 곡들을 다시 듣고 싶었지만 내가 원했던 건 그의 소리였기 때문에 음반을 틀지 못했다. 빨리 하우스 CD가 나왔으면 한다. :)



인생엔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고오는 것"과 "얻어오는 것"의 적절한 조화. 이 일이 한꺼번에 일어날 때가 있다. 좋은 연주회가 그러한 최고의 순간을 만든다. 우리는 음악을 들고 오고 공연장에 우리의 마음을 두고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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