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회 하콘 관람기] 알렉스 디 그라시의 편안한 연주를 보고.
  • 등록일2011.10.24
  • 작성자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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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와 저는 같이 10월에 생일입니다. 그래서 같이 10월에 우리들에게 서로 선물을 주곤 하는 데, 메일을 정리하다가 하우스콘서트 소식을 보고 "내 선물은 이거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에 대한 지식도 연주가에 대한 지식도 희박한 저였지만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라는 사실에 기대가 되었어요.  평소에는 메일로만 보고, 홈페이지를 기웃거리기만 했었는 데 이젠 진짜 처음 경험하는 하우스콘서트에 설레였습니다.  그래서 얼른 게시판을 살피고, 얼른 예약하고, 좀 있다 입금하고, 알렉스 디 그라시의 앨범을 찾아 들어보고, 드디어 토요일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약간 출발이 늦어서 매봉역에서 콘서트장소까지 멀지 않을까 좀 걱정했는 데, 약도 덕분에 쉽게 금방 찾아갈 수 있었어요. 계단으로 내려가니깐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습니다. 팜플릿도 챙겨주시고 신발도 정리해주시고요. 방으로 들어가니 벽 쪽과 연주공간 앞의 명당자리는 이미 차 있었고 다들 자유롭게 모여 앉아 계셨습니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방안과 과하지 않은 조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더군요. 어떤 의자 줄이나 선이 없더라도 서로 배려하며 앉아 있는 모습에 그냥 저도 어떠한 긴장 없이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것은 연주가 시작된 후 이야기기지만) 연주자가 자리에 앉았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연주자 뒤에 있던 삼층 유리창으로 비친 연주자의 뒷모습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뒷모습이 세개로 보였는 데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어도 충분하더군요.



박창수님의 공연에 대한 간단한 안내 후 296회 하우스콘서트의 주인공 알렉스 디 그라시가 등장하였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악기가 있지만 기타라는 악기는 그저 보기에는 선을 튕기는 것 뿐인데 이렇게 풍부한 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쿠스틱기타만이 가지는 울림의 소리는 잔잔하게 퍼져나와 제 귓가에 머물더군요. 연주자와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주자의 표정, 손짓, 음악, 악기의 떨림 등을 모두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하우스콘서트에 찾아온 사람들의 특권이었습니다.  그 풍부한 선율과 연주자의 능숙한 손놀림과 그리고 편안하고 흐뭇한 미소와 표정이 어우러져 제 마음이 힘들었던 모든 순간을 콘서트 시간동안만큼은 내려놓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알렉스 디 그라시님은 아주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해주셨고 약간의 실수에 쑥스러워하셨습니다. 음악은 진심이 담기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킨다고 하던데, 제가 감동을 받은 것을 보면 그 분은 진심으로 기타 연주를 사랑하고 즐기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그 곡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순간의 감동이, 그 순간의 치유가 다시 돌아와 지낼 일상 생활의 바탕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가는 길에 제 친구도 힐링캠프에 왔다 가는 기분이라고 하더군요.





모든 연주가 끝나고 와인과 치즈, 간식 시간, 연주자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의 콘서트에서는 관계자 외에는 생각치도 못할 일이죠. 남아 계셨던 분들은 알렉스 디 그라시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으며 인상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 이름이 복잡해도 한분한분 성명을 물어보시고 이름도 함께 써주시면서 사인해주셨어요. 저도 친구와 함께 (와인한잔에 혈색이 돌아서 좀 민망했지만) 서툰 영어로 우리가 이번 10월에 20대 마지막 생일을 맞이하여 왔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알렉스님은 제 말을 이해하셨겠죠? ㅋㅋㅋ 히힛.) 팜플릿에 사인해주셨는 데, 제 긴 이름도 찬찬히 써주시고, Happy Birthday!도 적어주시는 자상함에 다시 한번 감동 받았습니다.



간식들이 모두 맛있었어요. 슈크림이 가득한 슈! 치즈볼! 맛있는 치즈! 미니프레즐과자! 초콜렛! 등 준비하신 분의 세심함이 돋보였습니다.



무엇이든지 개인적인 시각차가 있는 법이지만,

다른 비싼 콘서트도 많죠. 하지만 그런 대다수의 콘서트처럼 일방적인 음악과 노래가 아닌 이렇게 턱이 없는 무대 공간에서 연주자와 관객이 바로 눈빛을 교환하고 바로 손 잡을 수 있으며, 관객과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콘서트는 제 생애 처음이었기에 더욱 인상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요즘같이 매마른 세상에 턱이 없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잖아요.



제 친구에게도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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