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의 열기
- 등록일2011.10.17
- 작성자장진옥
- 조회3900
쾌청해진 가을 밤, 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내리쬐는 조명, 앙상블의 열기, 그리고 관객들의 시선.
아! 나는 페이지터너다.
어떤 곡이든 마주 할때면, 연주자들 만큼이나 진지한 얼굴로 (나는 진지한데 다들 재밌어하시는) 악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행여 내 실수가 연주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숨소리 조차 조심스러워 하며 아름다운 가을 밤, 나는 하이든, 브람스, 슈만과 싸움하고 있다.
브람스. 나의 브람스.
"Piano Quartet No.3 in c minor Op. 60"
그가 20년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브람스. 그래서 이 곡은 "베르테르 4중주"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브람스를 열심히도 짝사랑 했다. 특히 실내악 곡들과 피아노 왈츠곡들을 좋아했다. 그 성격이 같지는 않지만, 나의 지독스런 과도기적 성향이 그의 질풍노도적 무언가에 강하게 끌렸음 이리라. 이 곡은 그러한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최고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여고생 시절 아주 강하게 했었다. 그래서 CD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엄청나게 들어댔지. 한참을 브람스 없이 보낸 시간들. 오늘 특별하게도, 어쩌면 별일 아닌듯 그를 다시 만났다.
브람스. 나의 브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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