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몸짓
  • 등록일2011.07.23
  • 작성자황인호
  • 조회3413
요즘의 내가 바라는것 한가지. 비온뒤 맑음.

진로에 대한 고민과,
주변으로부터의 기대와,
반복되는 일상과,
괴로운 아침에
장거리연애의 고충까지.
불분명한 모든것에 대한 약간의 희망과 커다란 불안감이 뒤섞여
내 머릿속은 새까만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이십대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내 또래의 모든이들이 그렇듯,

그날이 그랬다.
내가 바라는 내면의 날씨처럼,
긴 비가 지나고
(비록 살갗이 스치기만해도 주먹이 오갈만한 무더위가 왔지만)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흰구름과 높은 하늘이 있었다.
그날이 무트댄스와 세번째 만난 날이었다.

나는 본디 춤이란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하물며 (모든 남자들이 열광할) 옷을 벗어재껴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돌의 춤조차도 흥미가 없을 정도니까.
그런 내가 지구가 아닌 것 같은 폭염이 쏟아지는 날, 가깝지도 않은 예술의 전당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박창수선생님의 음악. 둘째, 무트댄스를 처음 접하였을 떄의 충격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무트댄스 공연을 처음 보았던 날을 잊지못한다. 격렬함과 고요함이 사람의 몸짓에 흐른다는 느낌. 누군가의 움직임에 그토록 몰입을 해본적이 있던가. 불이 꺼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공연이 끝나 박수를 치고있었다.
묘한 꿈을 꾼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빙의된 듯한 무용수들의 몸짓을 쫓다보니 그 넓은 극장객석에 홀로 앉아있는 듯 느껴졌다.
음악은 고막이 아닌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마음속에 묶여있던 수많은 매듭들이 하나씩 풀려나갔다.
이내 무용수들에게 빙의되었던 무언가가 나에게도 왔는지 마치 내가 춤을 추는 것처럼, 그녀들의 몸짓을 쫓았다.
그것은 꿈이였을까. 아니면 환각이였을까.

1부에서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무용수들이 쓰러지는 장면.
내면속 무언가가 폭발해버리는 듯한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싶었던, 하지만 이미 사회화된 인간이기에 그럴 수 없었던 장면.
그리고 2부에서 갑자기 자전거를 탄 무용수가 등장한 장면.
의아함에 멍하게 흘려보냈던 장면.
하지만 그 장면이 몇일이 지난 지금까지 잔상으로 남아있다. 이런 여운조차 의도된 것이었을까..

공연이 끝나고, 김영희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잠깐 뵈었다. 무대위에서는 그토록 거대해보이던 김영희 선생님은 생각보다 너무 가날프고 작으셨다. 그녀를 그렇게 커보이게 만들었던건 그녀가 가진 에너지때문이였으리라.

집에 돌아가는길에
모든걸 씻어내고 모습을 드러낸 선명한 달을 보았다.
스트레스가 가득 쌓였을때 소리를 지른 것 처럼
그리고 오랜만에 화창했던 그날의 날씨 처럼.
왠지모르게 후련한 밤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던것 같다.

                                                    - 김영희 무트댄스 공연(7/18)을 보고.

ps. 사실 이 글은 세번째 다시 쓰는 글이다. 그날의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는게 정말 힘들더라. 냉방병으로 몽롱한 기분을 핑계로, 장염에라도 걸린마냥 배설하는 글을 싸질러놓고는 염치없이 "작성완료"버튼을 누르게 되는것.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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