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시리즈의 기억들
  • 등록일2011.05.09
  • 작성자황인호
  • 조회3644




매주마다 일류요리사의 멋진 요리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것도 매번 다른 요리사의, 다양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메뉴들을 말이죠.

그래서 저의 지날 4월달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4월달 도곡동의 어느 지하스튜디오에서 토요일마다 환상적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으니까요.



"소리, 맛을 느끼다" 라는 주제로 진행된 작곡가 시리즈가 끝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십대부터 오십대까지의 작곡가들이 차려놓은 맛깔난 음악들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죠.

공연을 함께한 여러분들은 어떠한 기억으로 남으셨나요?



사실, 이번 작곡가 시리즈는 저에겐 다른 공연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저도 한때 작곡가의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거든요.

약간의 좌절과 집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접어야만 했지만요.

그래서 작곡가로의 길은 저에게 아직까지 "꿈"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이번 작곡가 시리즈는 그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환상적인 기회였습니다.



"소리, 맛을 느끼다"라는 주제를 넘어서 오감(五感)모두를 만족시켜준 시리즈가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모두가 같은 호흡으로, 눈앞의 악기가 발하는 진동을 몸으로 느껴 소리를 듣고, 그 안의 맛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이보다 더한 호화가 있을까요.



저는 박창수선생님의 배려로 이번 작곡가 시리즈에 준스텝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우스콘서트의 일부가 되어 공연을 준비한다는 건 무척 행복한 경험이였습니다. 보고 듣고 배울것들이 너무나 많았지요.

특히 공연전의 리허설을 볼 수 있었다는건 커다란 행운이였습니다.

리허설 과정을 지켜보며 "알고는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관한 생각을 했습니다.

한두시간 남짓한 공연에는 그 수십배에 달하는 노력의 시간들이 있다는 것을요.



그곳엔 하루의 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 소중한 곡들을 준비해주신 작곡가분들과 그 악보들을 멋지게 번역해주신 린덴바움 페스티벌 앙상블 연주자분들. 자부심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완성시키는 스탭분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이끌어가시는 박창수 선생님.

꽃피는 봄날의 토요일을 하우스콘서트와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박창수 선생님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짧았던 한달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어찌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요..)

그리고 우리 스탭 형, 누나들. 너무나 수고하셨어요. 제가 어리버리 실수만 해대도 항상 챙겨주셔서 너무 즐겁고 든든했답니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하우스콘서트에 또 다른 즐거움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그곳엔 보고싶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

(아래는 공연을 마치고 끄적거렸던 노트의 발췌입니다)



...양희윤군은 리허설 때부터 공연시작 바로 직전까지도 악보를 놓지 못했다. 얼마나 떨리고 긴장되었을까. 한없이 진지했던 어린 작곡가와 하루 종일 그의 옆을 지켜주시던 그의 어머니의 모습에 이번공연을 위해 들인 노고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성공적인 도전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전민재군의 공연을 끝내고서는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다. 괜한 질투심. 나에게는 멀어져버린 꿈을 그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쥐고 있다. 당당하게 자신이 낳은 곡들을 "자랑"하던 그의 모습에서 일말의 건방짐도 찾아볼 수 없는건.. 그에겐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부럽다...



...가장 신선하기도 가장 식상할수도 있는 "아리랑"의 재창조로 이루어졌던 최명훈님의 곡들에서는 어렸을적 보았던 영화 "서편제"가 생각났다. 그것은 비단 아리랑이라는 매개체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교집합을 이루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그건 최명훈님이 말씀하셨던 "인내의 열매"의 맛이 아닐까...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내리는 빗소리조차 음악의 한 장치로 생각하셨던 최우정님. 공연 내내 매달려 있던 바이올린은 예정에 없던 그의 즉흥성이 만들어낸 작품. 그 바이올린이 울리던 마지막 곡의 허밍과 매달린 바이올린의 잔상이 도통 잊혀지질 않는다...



ps. 작곡가 박용실님의 공연은 정말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꼭 참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