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손으로 박수를 보내고픈 신년연주회 - 김태형
- 등록일2011.01.08
- 작성자배정현
- 조회3855
2010년을 마무리하고 2011년도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2011년 첫주는 금요일의 하우스콘서트를 기대하느라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 듯합니다.
연주마다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는, 그리고 볼 때마다 빠져드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씨가 하우스콘서트의 새해 첫무대에서 연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한주 한주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오늘 연주는 송년과 신년의 시간동안 기다려온 것을 충족시켜주고도 남는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젊은 연주자의 공연이라 하우스콘서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을까했는데
역시나 김태형씨의 인기는 저의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공연장의 공간을 최대한 세분화하여 관객들이의 자리를 잡은 듯했습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그렇게 가까이 겹쳐 앉는게 쉽지 않을텐데, 모든 분들이 협조하여 큰 소동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위에 앉으신 분께서는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앉을 수있게 양보를 부탁하니 웃으시면서 기분좋게 배려해주시더군요. 비좁은 자리에서 함께온 친구들과 한껏 기대에 부푼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연주를 기다리는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저까지도 덩달아 기분 좋아졌습니다.
박창수 선생님의 인사말이 끝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연주자 김태형씨가 문을 열고 등장했습니다.
객석의 자리는 어둡고, 피아노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벽 뒤에 스텝이 살그머니 열어주어 저벅저벅 걸어들어오는 우아한 무대가 아니라
관객들이 몸을 비켜주어 살짝 열리는 좁은 문과 관객의 발을 밟지 않기 위에 조심하면서
사람들과 피아노 틈사이로 위태위태한 걸음걸이로 연주자 김태형씨는 등장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무대입장이었지만 검은 연미복 차림의 피아니스트 김태형씨가 피아노와 함께 하니
언제나처럼 멋진 앙상블을 이루었습니다.
첫 무대를 유려하고 달콤한 연주로 시작했습니다. 200년전에 태어나서 유럽 사교계에서 전설같은 인기를 얻었던 리스트가 살롱에서 연주를 하면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사교계 아가씨와 부인들의 혼을 쏙 빼놓게 멋진 연주와 근사한 외모였다는 리스트라죠. 하우스콘서트에 모인 많은 분들이 200년전 파리에서처럼 김태형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음악에 흠뻑 빠졌으리라 생각됩니다.
한악장 한악장 어느 소절이든 아름다운 멜로디 때문에 슈베트르의 즉흥곡을 매우 좋아합니다. 김태형씨의 명쾌하고 또렷한 터치 때문인지 더욱 아름다웠던 곡이었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 뚜껑이 열려있는 피아노 속에서 음표하나하나가 오색빛깔로 빛나는 구슬처럼 방울져서 피아노 밖으로 흘러나오는 듯했습니다. 너무도 투명하고 순수한 음악이 차가운 겨울을 녹여낼 듯했지요. 반짝이는 음표들과 자유롭게 흘러가는 멜로디처럼 올 2011년이 잘 될것 같다는 예감이 들더군요.
오늘 연주의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음악이 다양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가끔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면 객석에 앉아서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고민거리는 하콘 입구에서 벗어버리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욱 음악이 주는 다양한 심상을 즐길 수 있었던거죠.
오늘 프로그램은 1부와 2부가 매우 상반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가 유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면 2부는 해머로 현을 때려 소리는 내는 피아노의 타악기적인 성격이 두드러진 곡이었습니다.
마치 한순간에 얼굴과 목소리를 바꾸는 아수라백작의 얼굴이라고 해야할까요?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곡전체에서 풍기는 연극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평소 좋아하던 곡이었습니다. 지난 송년 갈라공연에서도 김태형씨가 5,6,8번을 연주했는데,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었죠. 1번 Folk Dance의 경쾌한 음을 시작하자 마치 연미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피아니스트가 검은 드레스의 피아노아가씨에게 춤을 청하여 사뿐사뿐 춤을 추는 듯합니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7번은 전쟁소나타라는 애칭때문인지 한차례 전투를 치루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김태형씨의 파워풀한 연주가 보는 사람까지 손을 꼭 쥐게 만들었습니다.
희고 검은 건반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손, 쉬지않고 패달을 밟는 발,
거기에 피아노 속에서는 피아니스트가 건반을 칠 때마다 현을 때리는 해머들의 움직임..
이것들이 연주장에서 하나의 전투를 치루고 있는 듯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온 힘을 다하여 건반을 내리누를 때엔 육중한 피아노의 뚜껑 모서리가 공중에서 파르르르 떨리는 듯 보였습니다.
3악장의 피날레를 연주할 때에는 저것을 과연 10개의 손가락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내가 모르는 투명팔 2개가 김태형씨의 어깨에서 돋아나와 4개의 손으로 연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하게하는 굉장한 연주였습니다.
저도 4개의 손으로 박수를 치고 싶을만큼 대단했지요.
관객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으며 커튼콜을 어렵싸리 하다가 앵콜을 연주하기 위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올해 리스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첫 곡을 연주하였기 때문에 앵콜로는 작년의 탄생 200주년이었던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하겠다고 소개를 하였습니다. 아까 그 강렬한 전쟁같던 피아노와 피아니스트는 다시 금빛물결처럼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었습니다.
다시 피아노라는 악기가 주는 상반된 얼굴에 놀라워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하우스콘서트의 매력, 와인파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주이야기로 들떠서 신나게 오늘 연주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김태형씨가 다시 연주장으로 들어왔습니다. 팬들이 모여들어 정신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 띈 얼굴로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상냥하게 귀기울여주고 눈 맞추려고 하는 모습이 참 따뜻해보였습니다. 오늘 연주한 곡들이 꽤 힘든 곡들이었을텐데,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대단했어요.
그리고 와인파티를 하면서 지난 갈라공연에서 트럼펫을 연주했던 최민군과 인사할 수 있었습니다.
연주할 때는 어른스럽고 성숙한 모습이었는데, 또래처럼 편안한 차림의 모습으로 다시 보니 참 귀엽고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하우스콘서트에서 다시 연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몸은 조금 불편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간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씨의 연주를 손뻗으면 닿을 듯한 위치에서 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고요.
연말에 김태형씨 연주를 여러곳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새해에도 멋진 연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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