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선물꾸러미같던 갈라콘서트
  • 등록일2011.01.02
  • 작성자배정현
  • 조회4094
박창수 선생님의 말씀이 평소의 하콘이 정찬이라면 연말 갈라콘서트는 뷔페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말씀대로 뷔페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결코 평범한 뷔페가 아닌 하나하나 개성이 가득하고 어디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정성 어린 속이 꽉 찬 음악의 향연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프로그램을 하나씩 되짚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때의 기쁨이 되살아났습니다.


갈라의 첫순서는 사진으로 보는 하콘의 1년이었습니다. 그동안 하콘의 멋진 사진을 보면서 늘 감탄하곤 했는데, 드디어 그 사진을 찍어주신 분께 박수를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연주자들과 관객들의 시선을 정말 깊이 있게 찍으시는 것 같아요. 하콘의 아름다운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출간하시는 것도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받아서 출연자 명단을 보면서 생각보다 연령대가 낮아서 적잖게 놀랐습니다.
특히 트럼펫을 연주한 최민님의 연주는 첫 연주부터 오늘의 콘서트가 심상치 않을꺼란 것을 기운차게 불어준 듯했습니다. 금관악기는 어떤 악기보다 "온몸으로"연주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폐활량이 그리 좋지 않은 듯한데, 얼굴색하나 바뀌지 않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모습과 아직 포동포동한 뺨이 대비를 이루는 듯했지요. 언젠가는 최민님의 연주를 하우스갈라에서 봤다는 이야기를 두고두고 할 날이 올 듯한 예감이 듭니다.

서민정님, 김민지님, 박소연님의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는 평소 익숙하게 들었던 곡의 개성을 한껏 끌어내듯 무척 농밀하게 연주했습니다. 매혹과 순수, 갈등과 욕망 등 갖가지 감정을 커다란 솥에 넣고 매력적인 마녀같은 세명의 연주자가 악기를 마술지팡이 삼아 부글부글 뜨겁게 끓여내는 듯했습니다. 열정적인 연주와 첼로와 피아노 연주자의 붉은 드레스가 어우러져서 이런 기분이 든 걸까요.

신년음악회의 주인공 김태형님의 연주를 내심 기대하고 갔는데, 짠하고 나타나서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주해서 더욱 좋았구요.
몬테규와 채플릿을 들을 땐, 하콘연주장 피아노 위에서 기세등등한 몬테규와 채플릿 남자들이 기싸움을 벌이는 듯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갈라무대는 감칠감나니 정기공연을 봐야겠구나 하기도 했구요.

이동현님과 김동균님의 특별한 무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침착하게 연주를 잘 해준게 고맙기도 하구요. 예전에 TV에서 그 친구들이 무대에 따라 연주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그날 무대에 등장했을 때의 표정이 관객들이 마음에 든것처럼 보였습니다. 밝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음악을 잘 들려주었고, 저도 무척 편안하게 음악을 들었습니다.

전통타악연구소 판의 연주는 처음에 머리를 갸웃하게 만들었습니다. 놋쇄그릇같은 걸 손에 올려놓고 막대기로 모서리를 둥글리면서 문지르는데 이상하게 묘한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어릴적 유리잔에 물을 따르고 물묻은 손으로 잔의 입구를 문지르면 소리가 나는 원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주의 모습도 기묘했지만, 거기서 나는 각기 다른 음색을 하나로 합쳐놓는 것도 참 신기했습니다. 갈라콘서트가 아니면 접하기 쉽지 않았을 것같습니다. 새해에는 신명하는 타악기 연주회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신년모임에 가서 하콘에서 정진욱이라는 어린 작곡가의 음악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친구가 TV에서 취재한걸 봤다고 하면서 매우 부러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날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도 프로필이나 얼굴은 어렸지만, 연주할때의 눈빛은 정말 누구보다 진지해보였습니다. 입장할때, 연주회장에 사람들이 가득차있는걸보고 씽끗 웃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게 귀엽더군요. 지금까지 많은 곳에서 연주해봤을텐데, 갈라의 하콘같은 분위기는 그들도 접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기타콰르텟팀의 입담과 연주는 최고였습니다. 다시느낀거지만 클래식기타는 현장에서 들어야만 섬세한 음색을 모두 들을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평소 첼로와 반도네온으로 연주하는 탱고를 즐겨듣는데 클래식기타로 연주하는 탱고도 참 좋았습니다. 클래식기타는 어딘가 몸 구석구석을 산뜻하게 해주는 음색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10줄자리 기타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오리엔트탱고는 평소 자주 접하던 대표적인 탱고음악을 시원시원하면서도 묘한 탱고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습니다. 잘알려진 곡 위주로 연주하는 갈라연주와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습니다. 다른 공연도 꼭 듣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팀이었습니다.

나상아님의 플룻연주는 깔끔하고 가벼운 옷을 입고 살랑살랑 춤을 추는 처녀와 같은 연주였습니다.
재즈풍의 음악을 연주하는 김태형님의 피아노도 개성있고 산뜻했습니다. 이 곡처럼 새해가 밝고 달콤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팀의 연주까지 들으니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습니다.
저는 하콘에서 음악만 듣고 간게 아니라 와인파티시간에 음악을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멋진분들과도 알게되었습니다. 오늘도 하콘의 인연으로 만난 따뜻한 친구와 기분좋게 간식을 먹고, 3부 공연까지 보고 싶었으나 집에 돌아갈 걱정에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품고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2010년 한해를 정말 멋진 이벤트로 마무리 한 듯하여 무척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2011년도 멋진 음악으로 채워봅시다!" 다짐하였습니다.
여러 연주장 중에서도 하콘에서 특별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더 많은 친구들이 하콘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열심히^^ 널리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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