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회 클래식기타의 발견
- 등록일2010.12.06
- 작성자배정현
- 조회3853
학창시절 느즈막한 시간에 친구들과 학생회관 앞에서 캔맥주를 홀짝이고 있는데
밴드 동아리 기타를 맡고 있던 친구가 기타를 들고 나와 노래 몇소절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그 때 통통통 연주하던 기타 소리와 차가운 밤공기가 묘하게 몽롱하고 기분좋았습니다.
그 때의 기분을 기대하며 하콘을 찾았는데 연주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섬세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짐작했던 건 어쿠스틱 기타연주 분위기일 듯했습니다.
연주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내가 생각했던 기타에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어림잡아 세어보고는
신기해했습니다. 클래식기타, 어쿠스틱기타,일렉기타, 베이스기타..
그리고 이렇게 다른 성격을 모두 기타로 통칭한다는게 이상하다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관객들로 꽉 찬 공연장은 여느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남녀 비율의 차이 때문인듯합니다.
저처럼 음악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신분들도 보이지만, 기타와 연주자에 대해 많이 알고 계신분들도 많아보였습니다.
드디어 단정하게 기타를 든 부녀가 등장했습니다.
아주 주의를 기울여 조율을 하였는데 연주를 듣고 나니 왜 그렇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 악기를 조율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기타는 척 매고 나와 둥둥 연주하는 악기가 아닌
아주 섬세하고 다양한 음색을 지닌 악기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한 첫번째 곡을 연주하고
두번째 곡을 연주하기 위해 연주자들이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조율을 꽤 길게 하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곡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서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그런데 찬찬히 곡을 듣고 있으니 다양한 연주기법이 사용되는 듯했습니다.
현대음악이어서인지 좀 어렵다고 느껴졌지만, 클래식기타의 아름다운 소리와 공간에 퍼지는 울림을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카나히양의 독주곡은 마치 일본 전통음악을 듣는 듯했습니다.
동양적인 음색이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연주 내내 든 생각이지만 기타를 연주하는 카나히양이 정말 예뻤습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눈꽃처럼 뽀얀 뺨의 그녀가 기타를 안고 있는 모습은
바로크시대 네덜란드 화가의 그림 속의 소녀가 예쁜 손을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듀오로 연주할 때엔 차분하게 아버지와 시선을 교환하는 모습이 나이답지 않게
의젓해보이면서도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슈베르트의 곡을 편곡한 곡은 이날 연주한 곡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래식기타의 애수어린 음색과 섬세하고 예리한 소리, 그리고 공간을 울리는 깊은 소리 때문에
곡 중간중간에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곡을 연주하다가 가즈히토씨가 기타를 몸에서 멀리하여
기타를 허공에 돌리는 듯한 연주기법을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저 연주법이 어떤 효과를 낼까
궁금해했습니다. 듣고있으니 그 연주법을 통해 소리가 보다 선명하고 진한 울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연주 중간중간에 저같은 문외한이 들어도
감탄이 나올만큼 예쁜 음색을 다양하게 들었습니다.
어디에선가 기타라는 악기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할만큼 오래된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되어 다른 악기에 비해 작곡된 곡이 적다고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저역시도 기타를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알고 있는 곡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매일같이 기타 곡을 BGM으로 사용하지만, 전곡을 들려주기보다는
DJ의 목소리가 나오면 어김없이 음악의 소리는 줄어듭니다.
이번 기회에 아름다운 기타 연주곡을 한번 잘 찾아서 들어보아야겠습니다.
앵콜곡까지 모두 연주가 끝나고,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주자가 등장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연주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많은 분들이 무척 반가워하였습니다.
다음날 연주 때문에 오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고 하셔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짧게나마 찾아주신 팬들에게 사인을 했는데, 그 자리에 LP판을 가지고 오신 분께서
가즈히토씨의 사인을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다 즐거워졌습니다.
아마 그분은 오래도록 그 날 연주를 기억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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