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9th 김선욱 연주회 관람기
  • 등록일2010.11.30
  • 작성자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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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장종선, 성민제, 김준희 연주회때 박창수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자신있게 비공개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마치 모든 패를 뒤집을 수 있을 엄청난 카드를 들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 주저하지 않고 예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연당일 오후부터 오늘 저녁에 어떤 연주자를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일찌감치 하우스콘서트에 도착해서 피아노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의 연주자가 공개가 되고 낮에 상상하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씨가 오늘의 연주자였던거죠. 공개 순간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면 무척 즐거워집니다.

프로그램을 받아 보았을 때, 리사이틀 프로그램인 베토벤도 반가웠지만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보고 기뻤습니다.
제가 김선욱씨의 연주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주를 들으면서 머릿 속으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음악이 가지는 여러 감정을 들려주면, 포근한 기분이 들게도 하고 산뜻하고 상쾌하게 하다가도 곡의 분위기가 바뀌면 숨통을 옭죄는 듯한 긴장감과 숨가쁜 격렬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월광을 들을 땐, 젊은 사자가 연주장을 어슬렁거리는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주다가 3악장에서는 그 스스로가 사자왕처럼 연주하였습니다.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은 상당한 대곡이었음에도 한시도 집중을 놓지 못하게하는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담담하면서도 서글프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웅장한 연주였습니다. 한 음계 한 음계 꼭꼭 연주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습니다.

이번 연주를 들으면서 하우스콘서트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악을 들었습니다. 바로 김선욱씨의 허밍이었지요. 노래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했을 때, 무릅을 치면서 맞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실제로 듣기까지 한거죠. 의자에서 들썩이며, 노래하며, 온몸의 힘들 쏟아부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습니다. 함께 연주를 들으시는 분들이 모두 비슷한 느낌을 가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 계신 관객들이 모두 함께 집중하여 연주를 듣는 기분을 공유할 수 있었던거겠지요.

저는 이번 11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흠모하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씨의 연주를 전혀 다른 곳에서 듣는 행운을 누린 것입니다. 예술의전당이라는 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무대에서, 그리고 하우스콘서트라는 작고 소박한 무대에서 김선욱씨의 연주를 들었습니다.(제 생일이 11월인데 생일 전후로 김선욱씨의 연주를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생일 선물은 없을 듯합니다.) 예술의전당 연주가 있기 전, 로비에서 박창수 선생님과 하우스콘서트의 스텝분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선생님께서 하콘의 작은 공간과 예당의 큰 공간의 차이를 생각하며 들어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말씀대로 듣고 보니 연주를 듣는 즐거움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두 연주 모두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두고 두고 추억하고, 떠올릴 때마다 기뻐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하우스콘서트 박창수선생님과 스텝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드립니다.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여 모든 관객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하콘에서 먼저 연주를 들은 저로선 그 곡을 다시 들을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그 때 키에프의 대문을 연주하는 김선욱씨의 모습은 마치 스스로가 커다란 대문을 열고 걸어나가는 듯했습니다. 한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지만, 김선욱씨의 멋진 행보를 기대하고 늘 마음 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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