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험(?)기간
- 등록일2010.10.01
- 작성자홍진영
- 조회3610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남자 사회교사이다.
교사들에게는 방학외에도 일명 ‘제2의 명절’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바로 시험기간이다.
사실 시험기간에는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맘 맞는 선생님들과 맛난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약속도 잡지 못한 수요일!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시험감독을 끝내고 나는 평소에 뚫어져라 보기만 했던 하콘 홈페이지에 들어가 애궂은 마우스만 만지작거렸다. 몇 번이나 보았던 하콘 가는 방법과 하콘 즐기는 법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처음으로 약도를 인쇄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하콘을 처음 접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뜨거웠던 여름! 우리 부부가 너무 좋아하는 하림과 강산애 등의 가수들이 어떤 집에서 콘서트를 벌이고 관객은 방바닥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보니 이곳은 굉장히 유명한 곳 같았다. 스케줄을 보니 공연이 일정하지 않았고 대부분 평일날이라 학생 야자 감독해야 하는 나로서는 대부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수요일은 명절(?)기간! 다이어리에 몇 번이고 표시를 해놓았다.
아내가 오후 늦게 일을 하러 나가고 집에 혼자 남았다. 식사를 간단히 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내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못갈 것 같은 슬픈 생각이 들었다. 아직 6시 20분! 급하게 준비를 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할 쯤 아뿔사! 약도를 놓고 왔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냥 지하철에 올랐다. 1시간쯤 뒤 도곡역에 도착했다. 도곡역은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몇 번 본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7시 20분 이었으나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인터넷에 가까이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날따라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동사무소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나서 동사무소를 찾아 무작정 걸었다. 그런데 지하철 역 약도대로 걸었는데 당최 나오질 않았다. 알고 보니 훨씬 지나서 걸었었고 동사무소는 안쪽에 있어 길에서 잘 볼 수 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7시 40분! 선착순이라는 이야기에 서둘러 동사무소 앞으로 가 보았는데 맞은편에 하콘 공연장이 보였다. 앞에 몇 사람이 서성이고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니 공연장이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별로 없었고 티켓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팔고 있는 실황음반도 살펴보았고 내가 좋아하는 하림 cd를 구입했다. 정규 음반에는 없는 아프리카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어 꼭 소장하고 싶은 거였다. 아직은 연주자들이 있어 공연장으로 들어가진 못했고 50분쯤 되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장은 정교하게 나무 판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실제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처럼 음질이 뛰어났다. 아마 적당히 높은 지붕과 나무판이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유리판으로 되어 있는 녹음실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방석을 하나 들고 제일 뒤에 자리잡았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있으려면 허리가 아플 것 같아서였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는 듯 싶었지만 그래서 더 하콘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힘없는 소리로 (아마도 박창수 씨일 것으로 생각되는 분) 공연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들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음악은 참 좋았다. 고독하지만 힘있는 브람스가 있었고 화려한 카르멘이 춤을 추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을 울렸던 이름 모를 베이스 솔로가 있었다. 앙콜로 슈만의 짧은 어린시절을 잠시 엿보았고 열정적인 카르멘이 다시 하콘에 들어왔다.
음악이 끝나고 인터넷에 있는 대로 와인타임이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연주자들도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관객들은 연주자들에게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받았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와인만 마셨다. 옆에 있는 관객과도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와인만 말없이 들이켰다. 왠지 오늘 첫날은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자리를 일어섰다. 밖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랜만에 따뜻한 음악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와인탓인지 하나도 춥지 않았다.
평소에 글을 잘 쓰지 않는 내가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이 소중한 순간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여서 일 것이다. 그 핑계로 하우스 콘서트 홈페이지를 자주 들려 보련다. 오늘 본 젊은 연주자들이 지금도 멋지지만 더 훌륭한 연주자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야자시간을 땡땡이치고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하콘 나무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기분좋게 상상해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험기간을 만들어준 하콘 정말 감사합니다. ^^
교사들에게는 방학외에도 일명 ‘제2의 명절’이라는 여유로운 시간이 있다.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바로 시험기간이다.
사실 시험기간에는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맘 맞는 선생님들과 맛난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약속도 잡지 못한 수요일! 2시간 밖에 되지 않는 시험감독을 끝내고 나는 평소에 뚫어져라 보기만 했던 하콘 홈페이지에 들어가 애궂은 마우스만 만지작거렸다. 몇 번이나 보았던 하콘 가는 방법과 하콘 즐기는 법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처음으로 약도를 인쇄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내가 하콘을 처음 접한 것은 TV를 통해서였다. 뜨거웠던 여름! 우리 부부가 너무 좋아하는 하림과 강산애 등의 가수들이 어떤 집에서 콘서트를 벌이고 관객은 방바닥에 앉아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보니 이곳은 굉장히 유명한 곳 같았다. 스케줄을 보니 공연이 일정하지 않았고 대부분 평일날이라 학생 야자 감독해야 하는 나로서는 대부분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수요일은 명절(?)기간! 다이어리에 몇 번이고 표시를 해놓았다.
아내가 오후 늦게 일을 하러 나가고 집에 혼자 남았다. 식사를 간단히 하고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내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못갈 것 같은 슬픈 생각이 들었다. 아직 6시 20분! 급하게 준비를 하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할 쯤 아뿔사! 약도를 놓고 왔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냥 지하철에 올랐다. 1시간쯤 뒤 도곡역에 도착했다. 도곡역은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몇 번 본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았다. 7시 20분 이었으나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인터넷에 가까이 있을 것 같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날따라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동사무소 근처에 있다는 생각이 나서 동사무소를 찾아 무작정 걸었다. 그런데 지하철 역 약도대로 걸었는데 당최 나오질 않았다. 알고 보니 훨씬 지나서 걸었었고 동사무소는 안쪽에 있어 길에서 잘 볼 수 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7시 40분! 선착순이라는 이야기에 서둘러 동사무소 앞으로 가 보았는데 맞은편에 하콘 공연장이 보였다. 앞에 몇 사람이 서성이고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니 공연장이 있었다. 다행히 사람은 별로 없었고 티켓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팔고 있는 실황음반도 살펴보았고 내가 좋아하는 하림 cd를 구입했다. 정규 음반에는 없는 아프리카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어 꼭 소장하고 싶은 거였다. 아직은 연주자들이 있어 공연장으로 들어가진 못했고 50분쯤 되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연장은 정교하게 나무 판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기다리는 동안 피아노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실제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처럼 음질이 뛰어났다. 아마 적당히 높은 지붕과 나무판이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유리판으로 되어 있는 녹음실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방석을 하나 들고 제일 뒤에 자리잡았다. 오랜 시간동안 앉아있으려면 허리가 아플 것 같아서였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없는 듯 싶었지만 그래서 더 하콘의 모든 것을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들릴 듯 말 듯 힘없는 소리로 (아마도 박창수 씨일 것으로 생각되는 분) 공연에 대한 설명을 간략히 들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음악은 참 좋았다. 고독하지만 힘있는 브람스가 있었고 화려한 카르멘이 춤을 추었으며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을 울렸던 이름 모를 베이스 솔로가 있었다. 앙콜로 슈만의 짧은 어린시절을 잠시 엿보았고 열정적인 카르멘이 다시 하콘에 들어왔다.
음악이 끝나고 인터넷에 있는 대로 와인타임이 있었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연주자들도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관객들은 연주자들에게 말을 걸고 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받았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와인만 마셨다. 옆에 있는 관객과도 이야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와인만 말없이 들이켰다. 왠지 오늘 첫날은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자리를 일어섰다. 밖의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랜만에 따뜻한 음악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와인탓인지 하나도 춥지 않았다.
평소에 글을 잘 쓰지 않는 내가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이 소중한 순간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여서 일 것이다. 그 핑계로 하우스 콘서트 홈페이지를 자주 들려 보련다. 오늘 본 젊은 연주자들이 지금도 멋지지만 더 훌륭한 연주자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야자시간을 땡땡이치고 우리반 학생들과 함께 하콘 나무바닥에 앉아있는 나를 기분좋게 상상해본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험기간을 만들어준 하콘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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