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저녁...
- 등록일2010.06.21
- 작성자게으른사색가
- 조회3906
“그녀의 얼굴은 두 번을 겹쳐 쓴 한 장의 종이 같았다... 검은 색으로 새롭게 쓰인 수도승의 글씨 아래로, 고대 그리스의 연애시인의 싯구(詩句)가 반쯤 드러나 보이고 있는, 교부의 책과도 같았다.” - from 하이네, [하르츠 여행기]
이러저러한 이유로 최근엔 바이올린 곡만 듣고 있다. 벌써 꽤 오래 된 일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 귀는 처음부터 바이올린 소리를 가려 듣기에 바빴었다.
처음 조율을 할 때 들리던 바이올린 소리에 내 가슴이 덜컹거렸다. 거칠지는 않았지만 굵고 묵직한 소리. 건장한 남자라도 다루기 힘들 것 같은, 고집 센 녀석의 목소리 같았다. 그 녀석을 쥐고 있는 손은 너무 작고 너무 가늘어 보였다.
첫 곡...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세 번째 곡... 바이올린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인터미션 후, 세 개의 소리가 모두 다 들릴 때쯤에야 바이올리니스트가 내 눈에 들어왔다. 빈틈없이 정확하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된 음 안에 한없는 풍부함을 담아내고 있는 그녀...
브람스를 들을 때마다 궁금증이 생겼었다. 남의 여인을 향한 마음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 마음을 어떤 모습으로 음악에 담았을까? 젊은 시절에 쓴 연애시를 지우개로 다 지은 후, 그 위에 검은 잉크로 딱딱한 교리(敎理)를 하나하나 써내려가는 교부(敎父)... 어둔 밤 촛불 아래 그는 브람스를 듣고 있지 않았을까?
어느 덧 얌전해진 바이올린을 보며, 벽 앞에 홀로 앉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던 어린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바이올린에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지금, 그녀의 음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그녀는 알고나 있을까?
연주가 끝나자 내 머리 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브람스를 연주한다면 어디든 갈 거다. 독도라도 말이다. 그땐 꽃다발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테니!
행복했던 저녁...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전합니다.
* 다른 두 분의 연주에도 감사드립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최근엔 바이올린 곡만 듣고 있다. 벌써 꽤 오래 된 일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내 귀는 처음부터 바이올린 소리를 가려 듣기에 바빴었다.
처음 조율을 할 때 들리던 바이올린 소리에 내 가슴이 덜컹거렸다. 거칠지는 않았지만 굵고 묵직한 소리. 건장한 남자라도 다루기 힘들 것 같은, 고집 센 녀석의 목소리 같았다. 그 녀석을 쥐고 있는 손은 너무 작고 너무 가늘어 보였다.
첫 곡...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왔다. 세 번째 곡... 바이올린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인터미션 후, 세 개의 소리가 모두 다 들릴 때쯤에야 바이올리니스트가 내 눈에 들어왔다. 빈틈없이 정확하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안정된 음 안에 한없는 풍부함을 담아내고 있는 그녀...
브람스를 들을 때마다 궁금증이 생겼었다. 남의 여인을 향한 마음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 마음을 어떤 모습으로 음악에 담았을까? 젊은 시절에 쓴 연애시를 지우개로 다 지은 후, 그 위에 검은 잉크로 딱딱한 교리(敎理)를 하나하나 써내려가는 교부(敎父)... 어둔 밤 촛불 아래 그는 브람스를 듣고 있지 않았을까?
어느 덧 얌전해진 바이올린을 보며, 벽 앞에 홀로 앉아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던 어린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바이올린에 담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지금, 그녀의 음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그녀는 알고나 있을까?
연주가 끝나자 내 머리 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브람스를 연주한다면 어디든 갈 거다. 독도라도 말이다. 그땐 꽃다발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테니!
행복했던 저녁...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전합니다.
* 다른 두 분의 연주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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