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회 관람기]Romantic birthday*
- 등록일2010.06.20
- 작성자차석경
- 조회3796
아는 분의 추천으로 알게 된 이곳은 정말 음악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향유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찾게되는 곳이다. 정말 명절 때 가족들이 모두 모인 집 거실에서 사촌오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것처럼
여느 가정의 큰 거실정도 만한 공간에 커다란 grand piano가 한 대 놓여있고 관객들은 남녀노소 모두 가릴 것 없이
방석 하나씩을 들고 그 방의 절반정도에 모여서 앉는 것이다.
이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자기 몸보다 커다란 듯이 보이는 악기를 열심히 매고 들어오는 꼬마아이, 좀전에 막 회사가 끝나서 저녁 먹을
새도 없이 열심히 달려온 듯이 보이는 회사원들, 느긋이 책을 읽으며 종종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우아한 노부부,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심히 궁금해질 정도로 커다란 백팩을 들고 한 손에는 구식 카메라를 가지고서 연신 이곳저곳을
찍고 있는 남자라든지, 정말 그냥 보면 평범할 수도 있지만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한 자리씩 앉아있는 군상들이다.
그래서 연주 관람도 한몫이지만 관객들을 구경을 하는 것도 은근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참 좋은 사람들만 그 자리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인지, 여느 공연장의 아주 편안한 좌석과 비교하자면 한마디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다. 몇 시간 동안 바닥에 앉아서(사람이 많을 때면 거의 공처럼 몸을 말고 다닥다닥 붙어야 할 때도 있다)
있자면 다리도 저리고, 열기도 후끈거리고 앞에 사람은 어찌나 허리가 긴지 도무지 연주자의 반은 보이지도 않는 등
나름 입이 삐죽거릴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다 서로서로 감내하고 양해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나중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주가 시작되면 불평할 기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곤 한다. 연주자가 음을 내기 시작하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그리고 더 가슴 뿌듯하게 뻗어나오는 선율을 느끼기에 벅차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연주자의 호흡, 감정의 표현, 미세한 떨림까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버리는 이 공연장은 사실
연주자들에게는 고역일지도 모른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코앞에 덩그마니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곡이든 간에
아무렇지 않게 연주할 만큼 강심장인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나는 가끔 심지어 첼로 레슨 선생님 앞에서도 먼지처럼 쪼그라들곤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공연이 사람 냄새나고 즐거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먼 곳의 엄청 커다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신처럼 정교하고 아름답게 연주하던 연주자에서 살짝 벗어나,
한 곡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연주자들과 열심히 시선을 교환하며 타이밍을 맞추려 오묘한 표정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거나,
먼 무대에서는 미처 알아차릴 수 없었을 정도로 미약하게 떠는 손이라든지 이마로 정신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들,
아주 스을쩍 안맞아서 얼른 비브라토로 올려잡은 음이라든지, 종종 양말(혹은 스타킹) 차림으로 등장하여 끝날 때까지
꼼지락거려서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하는 등 그 연주자의 사람 냄새나는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event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이 바로 이 house concert의 진정한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더 큰 묘미는 연주자의 생생한 연주에 담겨있겠지만 말이다.
평소 언젠간 꼭 공연을 보고 말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passacaglia까지 포함된 이번 연주회는 시종 매력이 넘쳐흐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침 나의 생일이기도 하여서 정말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발칙한 자뻑도
감히 하게 될 정도로 행복한 연주회였다. 절대로! 꼭 맨 앞에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일찍 찾아온 남자친구와 나는 다행히 정말 맨 앞에 앉는 영광을 누렸는데,
조금 후에 찾아온 친구커플과 함께 연주자들에게 거의 코가 닿을 것만 같다는 감격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듣고 싶었던 곡인 Dvorak의 trio는 정말 쉽게 구해서 들을 수 없는 명곡이어서,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음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니 ‘아, 정말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우스 콘서트의 정말 큰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흡입력인데, 보통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만 가더라도
모든 관객의 집중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각각의 곡 사이사이에는 긴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 거실에 앉아있는 한 가족으로선 사촌오빠의 공연에 쉽사리 한눈을 팔 수 없듯, 우리의 하우스콘서트에서도
관객 모두가 기침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물론 생리현상이긴 하지만) 분위기에 녹아들곤 한다.
그래서 인터미션이 되어서야 다들 숨을 돌리며 긴장을 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근 2시간에 가까운 연주회 동안 즐거운 긴장감 속에 두 악기의 걸걸한 활털의 부빔과 통통한 건반소리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아름다운 코드의 향연이 계속되었는데, 악기 한 대에서 뽑아내기에 무리일 것만 같았던 웅장함이 그 속에 묻어서 악기 개개의 매력을 빛냈다.
언제나라고 하기에는 아직 횟수가 적긴 하지만 항상 이곳을 찾아가서 연주자들의 곡을 듣고 사람들과 공명하는 시간은
짧은 내 인생에서도 큰 낙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옆 자리에 같이 앉아서 관람했던 노부부처럼,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도 남편과 함께 손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다(꼭 이뤄지길!ㅎ).
하우스 콘서트 화이팅-_-*
마음으로 찾게되는 곳이다. 정말 명절 때 가족들이 모두 모인 집 거실에서 사촌오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는 것처럼
여느 가정의 큰 거실정도 만한 공간에 커다란 grand piano가 한 대 놓여있고 관객들은 남녀노소 모두 가릴 것 없이
방석 하나씩을 들고 그 방의 절반정도에 모여서 앉는 것이다.
이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자기 몸보다 커다란 듯이 보이는 악기를 열심히 매고 들어오는 꼬마아이, 좀전에 막 회사가 끝나서 저녁 먹을
새도 없이 열심히 달려온 듯이 보이는 회사원들, 느긋이 책을 읽으며 종종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우아한 노부부,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심히 궁금해질 정도로 커다란 백팩을 들고 한 손에는 구식 카메라를 가지고서 연신 이곳저곳을
찍고 있는 남자라든지, 정말 그냥 보면 평범할 수도 있지만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한 자리씩 앉아있는 군상들이다.
그래서 연주 관람도 한몫이지만 관객들을 구경을 하는 것도 은근히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참 좋은 사람들만 그 자리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인지, 여느 공연장의 아주 편안한 좌석과 비교하자면 한마디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투덜거리는 사람이 없다. 몇 시간 동안 바닥에 앉아서(사람이 많을 때면 거의 공처럼 몸을 말고 다닥다닥 붙어야 할 때도 있다)
있자면 다리도 저리고, 열기도 후끈거리고 앞에 사람은 어찌나 허리가 긴지 도무지 연주자의 반은 보이지도 않는 등
나름 입이 삐죽거릴 상황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다 서로서로 감내하고 양해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나중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주가 시작되면 불평할 기력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곤 한다. 연주자가 음을 내기 시작하면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그리고 더 가슴 뿌듯하게 뻗어나오는 선율을 느끼기에 벅차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연주자의 호흡, 감정의 표현, 미세한 떨림까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버리는 이 공연장은 사실
연주자들에게는 고역일지도 모른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코앞에 덩그마니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곡이든 간에
아무렇지 않게 연주할 만큼 강심장인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나는 가끔 심지어 첼로 레슨 선생님 앞에서도 먼지처럼 쪼그라들곤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공연이 사람 냄새나고 즐거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먼 곳의 엄청 커다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신처럼 정교하고 아름답게 연주하던 연주자에서 살짝 벗어나,
한 곡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연주자들과 열심히 시선을 교환하며 타이밍을 맞추려 오묘한 표정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거나,
먼 무대에서는 미처 알아차릴 수 없었을 정도로 미약하게 떠는 손이라든지 이마로 정신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들,
아주 스을쩍 안맞아서 얼른 비브라토로 올려잡은 음이라든지, 종종 양말(혹은 스타킹) 차림으로 등장하여 끝날 때까지
꼼지락거려서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하는 등 그 연주자의 사람 냄새나는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event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이 바로 이 house concert의 진정한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더 큰 묘미는 연주자의 생생한 연주에 담겨있겠지만 말이다.
평소 언젠간 꼭 공연을 보고 말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passacaglia까지 포함된 이번 연주회는 시종 매력이 넘쳐흐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침 나의 생일이기도 하여서 정말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발칙한 자뻑도
감히 하게 될 정도로 행복한 연주회였다. 절대로! 꼭 맨 앞에서 보겠다는 일념으로 일찍 찾아온 남자친구와 나는 다행히 정말 맨 앞에 앉는 영광을 누렸는데,
조금 후에 찾아온 친구커플과 함께 연주자들에게 거의 코가 닿을 것만 같다는 감격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듣고 싶었던 곡인 Dvorak의 trio는 정말 쉽게 구해서 들을 수 없는 명곡이어서, 남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
바로 앞에서 쏟아지는 음을 온몸으로 맞고 있자니 ‘아, 정말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우스 콘서트의 정말 큰 장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흡입력인데, 보통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만 가더라도
모든 관객의 집중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고, 각각의 곡 사이사이에는 긴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 거실에 앉아있는 한 가족으로선 사촌오빠의 공연에 쉽사리 한눈을 팔 수 없듯, 우리의 하우스콘서트에서도
관객 모두가 기침소리 한번 내지 않을 정도로(물론 생리현상이긴 하지만) 분위기에 녹아들곤 한다.
그래서 인터미션이 되어서야 다들 숨을 돌리며 긴장을 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근 2시간에 가까운 연주회 동안 즐거운 긴장감 속에 두 악기의 걸걸한 활털의 부빔과 통통한 건반소리가
서로 부딪치며 내는 아름다운 코드의 향연이 계속되었는데, 악기 한 대에서 뽑아내기에 무리일 것만 같았던 웅장함이 그 속에 묻어서 악기 개개의 매력을 빛냈다.
언제나라고 하기에는 아직 횟수가 적긴 하지만 항상 이곳을 찾아가서 연주자들의 곡을 듣고 사람들과 공명하는 시간은
짧은 내 인생에서도 큰 낙이 되고 있다.
그래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옆 자리에 같이 앉아서 관람했던 노부부처럼,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도 남편과 함께 손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다(꼭 이뤄지길!ㅎ).
하우스 콘서트 화이팅-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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