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음악의 성찬
- 등록일2010.01.10
- 작성자이지원
- 조회3762
Anatol Ugorski와 Paul Badura-Skoda가 높게 평가한 피아니스트의 음악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증이 크게 일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1월2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공연이래 하우스콘서트에 가 보지 못했다. 1년하고도 엿새만이니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자괴감이 든다. 공교롭게도 슈만의 환상곡 op.17은 겹치는 연주곡목이어서 비교가 가능하니 기대가 된다. 연주곡목도 학구적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변경된 공연장에 대한 호기심도 인다. 1년여 참석도 하지 않는데 꾸준히 안내 이 메일을 보내 주시는 진행진의 수고도 고마운데, 신년음악회와 공연장소이전 기념으로 무료관람까지 베풀어 주시니 더욱 고맙다.
새로운 공연장은 예전 살던 동내 부근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연시작 약 10분전에야 도착하였다. 무료공연이어서 청중이 너무 많아 입장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자리에 다소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다. 무척 추운 날씨에 몹시 미끄러운 길임에도 많은 분들이 연주회장을 찾았다. 일부는 자리가 비좁아 피아노 뒤편에도 앉았다. 밝은 색조의 나무로 온통 꾸며진 공연장은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이다. 편안하다. 소리의 울림이 좋고 고중저역 모두가 깔끔하게 잘 들려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뵙는 박창수 주인장이시다. 여전히 조용조용 잘 안 들릴 정도로 말씀하신다. 유명세를 타는 인기 음악가보다는 진정한 예술가를 무대에 올리고 싶다 하신다. 변함없는 진정성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 연주의 전반부는 다소 지루할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연주자의 내적 성숙도를 엿보기에 적당한 곡목들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더 컸다.
연주자가 입장했다. 키가 크지만 생각보다는 가녀린 체구이다. 수줍게 인사하고 건반 위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과연 어떤 음색의 어떤 음악일까 궁금증이 증폭된다. 드디어 Domenico Scarlatti의 소나타 L 118의 첫 음이 울렸다. 아름답다. 맑다. 그리고 깊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밝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차분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톤이 무척 마음에 든다. 슬프다. 가슴을 파고 든다. 콧등이 다소 시큰거린다. 저며 든다고 할까? Anatol Ugorski와 Paul Badura-Skoda가 높이 산 것이 바로 이러한 음악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타 L 23은 밝고 경쾌했고 L 380은 정갈하다. 왼 손이 탄탄하다.
Franz Schubert의 악흥의 순간은 이한결 나름의 version이었다. 첫 번째 곡, 치열하다. 음 하나하나에 소홀함이 없다. 편안하다. 고요하다. 슬픔이 울컥한다. 울림이 있다. 흐름이 있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 곡은 잔잔하다. 상투적이지 않고 감상적이지 않아 좋다. 감정의 승화라고나 할까? 관조하는 듯한 내공이 느껴진다. 파고들지만 편안하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곡은 박자가 자유롭게 느껴진다. 일종의 엇박자 같다.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관객인가 했는데 혹시 연주자인가 하는 의아심이 들었다. 흥겹다. 황홀한 몰아지경에 접어들게 한다. 네 번째 곡은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호수를 보는 느낌이다. 눈부시다. 다섯 번째 곡, 장대한 힘과 박력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후반부 곡이 다소 걱정된다. 그래도 깔끔하다. 마지막 곡, 아스라히 저며 드는 행복이 감지된다. 형언할 수 없는 종결부, 아련한, 그리고 혼신의 기도하는 듯한 연주로 끝났다.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여 들려 준 수준 높은 연주였다.
막간에 박창수 주인장께서 연주자가 겸손하고 진지하여 화장실도 가지 않고 너 댓 시간을 연습하더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후반부, Robert Schumann의 환상곡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곡, 잦아드는 연주다. 경과부의 해석이 탁월하다. 느린 부분이 맑다. 세속의 더께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다. 두 번째 곡, 힘과 박력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었다. 내면적인 울림으로도 힘과 박력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바흐 풍의 대위법적인 연주스타일도 느껴졌다. 세번째 곡, 음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듯한 연주였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한 황홀한 시간이 끝나 가고 있었다. 탄식과도 같은 큰 심호흡과 함께 환상의 세계가 끝났다.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앙코르, 라모의 곡이 아닌가 싶다. 첫 번째 곡은 아마도 가금? 두 번째 곡은 닭이었다. 유쾌한 화답이었다.
뒤풀이 때 연주자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바흐 류의 바로크음악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묻지 말았어야 했나?
그냥 신비 속에 남겨 놓을 것을 그랬나?
그러나 호기심 때문에 결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악흥의 순간 세 번째 곡 연주 때 혹시 허밍을 하지 않았느냐고.
역시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나는 마치 글렌 굴드처럼 그랬군요 라고 말하며 쑥스러웠지만 사인을 요청했다.
오랜만에 황홀한 음악의 성찬을 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의아할 정도이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다음에는 모차르트의 곡도 듣고 싶다. 하우스콘서트의 음반 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와인파티 때, 많은 분들이 연주자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늦은 시간임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고 연주회의 감흥을 즐기고 있었다. 밖은 밤이 깊어 가며 점점 추워졌지만 두 번째 나들이 나선 하우스콘서트의 새로운 터전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밤 늦도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새로운 공연장은 예전 살던 동내 부근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연시작 약 10분전에야 도착하였다. 무료공연이어서 청중이 너무 많아 입장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자리에 다소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다. 무척 추운 날씨에 몹시 미끄러운 길임에도 많은 분들이 연주회장을 찾았다. 일부는 자리가 비좁아 피아노 뒤편에도 앉았다. 밝은 색조의 나무로 온통 꾸며진 공연장은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위기이다. 편안하다. 소리의 울림이 좋고 고중저역 모두가 깔끔하게 잘 들려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뵙는 박창수 주인장이시다. 여전히 조용조용 잘 안 들릴 정도로 말씀하신다. 유명세를 타는 인기 음악가보다는 진정한 예술가를 무대에 올리고 싶다 하신다. 변함없는 진정성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 연주의 전반부는 다소 지루할 것이라 말씀하시는데, 연주자의 내적 성숙도를 엿보기에 적당한 곡목들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더 컸다.
연주자가 입장했다. 키가 크지만 생각보다는 가녀린 체구이다. 수줍게 인사하고 건반 위에 손을 얹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과연 어떤 음색의 어떤 음악일까 궁금증이 증폭된다. 드디어 Domenico Scarlatti의 소나타 L 118의 첫 음이 울렸다. 아름답다. 맑다. 그리고 깊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다. 밝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차분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톤이 무척 마음에 든다. 슬프다. 가슴을 파고 든다. 콧등이 다소 시큰거린다. 저며 든다고 할까? Anatol Ugorski와 Paul Badura-Skoda가 높이 산 것이 바로 이러한 음악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타 L 23은 밝고 경쾌했고 L 380은 정갈하다. 왼 손이 탄탄하다.
Franz Schubert의 악흥의 순간은 이한결 나름의 version이었다. 첫 번째 곡, 치열하다. 음 하나하나에 소홀함이 없다. 편안하다. 고요하다. 슬픔이 울컥한다. 울림이 있다. 흐름이 있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 곡은 잔잔하다. 상투적이지 않고 감상적이지 않아 좋다. 감정의 승화라고나 할까? 관조하는 듯한 내공이 느껴진다. 파고들지만 편안하다.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곡은 박자가 자유롭게 느껴진다. 일종의 엇박자 같다. 누군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처음에는 관객인가 했는데 혹시 연주자인가 하는 의아심이 들었다. 흥겹다. 황홀한 몰아지경에 접어들게 한다. 네 번째 곡은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호수를 보는 느낌이다. 눈부시다. 다섯 번째 곡, 장대한 힘과 박력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 든다. 후반부 곡이 다소 걱정된다. 그래도 깔끔하다. 마지막 곡, 아스라히 저며 드는 행복이 감지된다. 형언할 수 없는 종결부, 아련한, 그리고 혼신의 기도하는 듯한 연주로 끝났다.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하여 들려 준 수준 높은 연주였다.
막간에 박창수 주인장께서 연주자가 겸손하고 진지하여 화장실도 가지 않고 너 댓 시간을 연습하더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후반부, Robert Schumann의 환상곡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곡, 잦아드는 연주다. 경과부의 해석이 탁월하다. 느린 부분이 맑다. 세속의 더께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다. 두 번째 곡, 힘과 박력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었다. 내면적인 울림으로도 힘과 박력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바흐 풍의 대위법적인 연주스타일도 느껴졌다. 세번째 곡, 음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는 듯한 연주였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한 황홀한 시간이 끝나 가고 있었다. 탄식과도 같은 큰 심호흡과 함께 환상의 세계가 끝났다.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앙코르, 라모의 곡이 아닌가 싶다. 첫 번째 곡은 아마도 가금? 두 번째 곡은 닭이었다. 유쾌한 화답이었다.
뒤풀이 때 연주자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바흐 류의 바로크음악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묻지 말았어야 했나?
그냥 신비 속에 남겨 놓을 것을 그랬나?
그러나 호기심 때문에 결국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악흥의 순간 세 번째 곡 연주 때 혹시 허밍을 하지 않았느냐고.
역시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나는 마치 글렌 굴드처럼 그랬군요 라고 말하며 쑥스러웠지만 사인을 요청했다.
오랜만에 황홀한 음악의 성찬을 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연주자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의아할 정도이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다음에는 모차르트의 곡도 듣고 싶다. 하우스콘서트의 음반 발매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와인파티 때, 많은 분들이 연주자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늦은 시간임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고 연주회의 감흥을 즐기고 있었다. 밖은 밤이 깊어 가며 점점 추워졌지만 두 번째 나들이 나선 하우스콘서트의 새로운 터전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밤 늦도록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 이전글
- 1월 9일 하우스콘서트 관람기
- 다음글
- * 행복하였던- 그날, ^-^
- 게시물 삭제하기
-
게시물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