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회 하우스 콘서트 관람기
  • 등록일2009.10.10
  • 작성자장영진
  • 조회3976
  안녕하세요.
  10월 8일 있었던 하우스콘서트 관람기를 부족하나마 올려보려고 합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전 화학을 다루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이에요. 화학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이해하는 동시에 그러한 결과들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하우스 콘서트를 찾는 분들이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 어느 분야에 몸을 담고 계신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저와 같은 이공계 대학원생은 소수가 아닐까라는 (다소 근거없는) 추측을 해봅니다. 대부분의 이공계 대학원생이 하루종일 실험실에서 지내야하는 상황이다보니 이런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이런 콘서트가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예술의 전당 등과 같은 전용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은 인터넷, 신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홍보를 하다보니 이 하우스 콘서트에 비해선 공연 정보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을 테니까요.
  사실 저도 이런 하우스 콘서트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실험실 내 선배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 선배도 과학도의 글을 걷고 있지만 그 마음 속엔 음악(클래식)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요. (공연 전 많이 구입해달라면서 소개해주셨던 "하우스 콘서트" 책도 구입을 해서 저한테 빌려 주었어요.)
  어떤 분들은 과학과 음악(예술)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지도 모르겠네요. 과학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반면 음악(예술)은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라고 생각해보면, 어찌보면 극과 극이라고 여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과학자가 음악을 사랑하여 악기 하나쯤은 다루었어요. 예를 들어,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솜씨좋은 바이올린 연주자였다고 하잖아요.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 라는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의 말처럼 과학과 예술은 동전 앞뒤면처럼 서로 맺어질 수 없는 분야라기보다는 창조적인 사고와 열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점에서 일맥상통한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비록 결과물은 다를지 모르지만 말이죠.

  서론이 길어졌네요. 음악을 사랑하는 선배가 가자는 말에 저와 후배 3명, 총 5명의 이공계 대학원생이 역삼동 하우스 콘서트장으로 가게 되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하우스 콘서트"하면 떠오르는 것은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라는 것이죠.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가 살며시 떠올랐어요. 외국에선 집에서 음악가를 초청하여 감상하는 일이 어느 정도는 흔한 일이련지 모르지만, 지금 국내에선 참 흔한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우리 나라도 과거 조선 시대에서 사대부들이 집에 음악가를 초청하여 감상을 하곤 했었으니 "하우스 콘서트"(이하 "하콘"으로 줄일께요)라는 게 우리 나라에서 아주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지금과 그 때의 모습과 환경, 사람사이의 관계는 다르겠지만 말이죠.

  여름이 지나 서서히 해가 짧아져가는 시기다보니 날이 어두컴컴해지면서, 약도 하나로 처음 가는 장소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콘서트 장소가 큰 길 근처에 있다보니 문제없이 잘 찾을 수 있었어요. 도착한 시간이 한 7시 30분쯤이었나..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리니 이미 오신 분들도 있더군요. 잠시 밖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오니 어느새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회비를 내고나서 다른 분들처럼 방석을 하나 들고 자리를 잡은 후에야 콘서트 장소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어요.
  한 쪽엔 피아노가 있고 그 옆엔 네 분의 연주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한 쪽에선 컴퓨터와 연결된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여기가 바로 공연장소라는 분위기를 제법 뿜어내고 있었어요. 솔직히 "하우스 콘서트" 책에 소개되었던 처음 콘서트 장소와는 다른 곳이라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하콘 장소를 찾아가보니 박창수님과 스탭분들의 노력으로 마련된 이 새로운 장소도 나름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여럿 스탭분들이 부지런히 공연 준비를 하고 계셔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드디어 각각 플룻, 비올라, 첼로, 그리고 바이올린을 들고 4분의 아리따운 연주자분들이 들어오시고 약간의 조율 시간을 가진 후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죠. 연주 전 박창수님이 연주 순서가 프로그램과 약간 차이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저한텐 5 곡들이 친숙한 곡인 아닌지라 크게 상관은 없었죠. 3 곡을 하고나서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 나머지 2곡을 하는 식으로 하콘의 프로그램은 일단락이 맺었어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음악을 전공한(혹은 이와 관련한) 사람이 아니며 부끄럽지만 곡에 대한 지식도 거의 없는 상태. 또한 클래식 공연에 대한 경험도 그리 많지 않다보니, 딱히 다른 분들처럼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을 집어 이런저런 감상을 쓰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공연 후 받은 제 느낌을 짤막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  이랄까요.
  어느 놀이동산에 가더라도 빠지지 않고 꼭 있는 기구가 바로 롤러코스터(혹은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청룡열차)가 아닐까 싶은데, 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심리 변화가 3 단계로 일어나지 않나 싶거든요. 그 날 공연때 제 마음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1단계, 롤러코스터가 일정 높이에 도달하기까지 천천히 레일 위를 올라가는 단계.
  이렇게 천천히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유발시키기 위해서라고 하잖아요.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같은 전용공연장에선 클래식 공연을 몇 번 관람을 한 적이 있었지만, 전용공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클래식을 들어볼 기회가 전무한 저로선 이 하콘은 생소했어요. 살짝 어떤 공연이 될 지 긴장도 되었고 대체 어떤 모습일까 너무나 궁금했어요. 약간 긴장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은 채 공연은 시작되었답니다.
  2단계, 롤러코스터를 타고 짜릿한 스릴을 즐기는 단계.
일정 높이에 도달하고나서는 언제 천천히 움직였냐는 듯이 롤러코스터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거꾸로 한바퀴 도는데, 이를 타고 있는 관객들은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긴 채 짜릿한 스릴을 즐기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고 말이죠.
  연주가 시작되자 4명의 연주자분이 들려주는 곡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연주 도중 몇 군데 의도치 않은 실수나 아쉬운 부분이 있었더라도(중간에 바이올리니스트분이 언급을 하셨지만) 음악에 일가견이 있지 않아서그런지 그런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거나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연주자분이 힘있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하면서 그 연주 소리에 흠뻑 도취되었나봐요. 또한 이 네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을 관람한 적이 없어서 참 새롭게 느껴졌어요.
  또한 이 하콘의 매력 중 하나인 연주자와 관객의 거리가 가깝다라는 걸 눈과 귀로 잘 느낀 공연이라 그 감동이 더욱 크게 다가오네요. 사실 전문공연장에 VIP석을 구입하더라도 이 하콘만큼 가까이서 연주자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테니까말이죠. 너무나 생생하게 그리고 가까이서 연주자의 연주 모습이나 얼굴 표정을 볼 수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참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어디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이 연주가 계속적으로 지속되는 건 아니죠.
  3단계. 드디어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야하는 단계.
  놀이동산마다 롤러코스터 이용 시간이 다르겠지만 그리 길지가 않아요. 그래서 내리고나면 아쉬움이 남죠. 동일한 시간이라면 똑같은 속도로 흘러갔을 터인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던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고 "또 타고 싶다"라는 여운을 남겨요.
  이 날 하콘도 공연을 시작한 지가 얼마되지도 않은 것같은데 금방 끝나버렸어요. 은은하다가도 힘있게 연주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어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어느샌가 5곡이 다 연주되어버렸죠. 시계를 보니 대략 1시간 남직한 공연이었는데 제 마음 속엔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 흘러간 듯 느껴졌어요. 왜 이리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인지 그리고 공연이 이토록 짧게 느껴지던지..똑같은 하루이지만 주말은 평일보다 시간이 빨리 흘러간 듯한 착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은 바로 주말이라는 농담이 있지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여기서 체험하네요.

  좀 더 공연이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여운을 마음에 담은 채 옥상으로 올라갔답니다. 약간 쌀쌀한 밤바람을 맞으며 운치있는 야경을 구경하면서, 같이온 일행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연주자분들이 올라오셨어요. 아름다운 연주자분들과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싸인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소심한 제 성격을 탓하면서 눈물을 머금었답니다. ㅜ.ㅜ.
같이 온 후배는 당당하게 말을 걸어서 연주자분들과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말이죠.
  박창수님이 소개해주신 대로 "수석"이 공통점인 이 4명의 연주자분과 언제 그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아쉬움을 남긴 채 역으로 터벅터벅 걸으면서 참 묘한 여운이 남네요.
일단 이 하콘은 제 마음 속에 기억될 만한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어요. 그리고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저에게 하콘을 소개해주었던 선배도 이런 "하우스 콘서트"는 처음이라 감동이 크다고 하며, 같이 동행한 후배들도 다들 대만족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4명의 연주자분들과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을 공식적으로 마련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을 해봐요. 마치 영화가 끝나고나서의 "관객과의 대화" 인 것처럼 공연 후 박창수님이 사회를 보시면서 짤막하게라고 말이죠. 어떻게 이 무대에 올라오게 되었는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 공연이 개인적으론 어땠는지 등등 과같은 평범한 질문을 박창수님이 던질 수도 있고 궁금한 점이 있는 관객분이 직접 질문을 할 수도 있겠죠. 연주자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기도 했는데, 왠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옥상에서는 연주자분들에게 가까이갈 수 없는 아우라(Aura)가 있어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죠.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상업적 술수가 난무한 현실 속에서, 이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가와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일방적인 관계에서 탈피해서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상호커뮤니케이션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네요. 다른 공연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과 하콘만의 매력을 선사하는 공연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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