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김한 클라리넷 - 관람후기
  • 등록일2009.09.23
  • 작성자박선영
  • 조회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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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일상에 지쳤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했던 단순한 행위로부터
더 큰 긴장감을 부여받게 되는 일 말입니다.

저는 김한 군의 하우스콘서트로부터 그런 경험을 선사받고 온 관객입니다.
악기 앞에서 겸손하며,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그간 나태해졌던 제 자신에게 자극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작게나마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 맞다 싶어
늦게나마 후기를 올려봅니다.(초대권은..다음 번에 제때 써서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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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연주자라든가 영재라는 표현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정작 그들의 멋진 공연을 감상하고 나면 그런 말들은
처음부터 모두 무색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식상한 생각은 고사하고라도
김한 군과 같은 어엿한 연주자의 모습은 성숙하기 그지없으니까요.

무대의 크기와 관계없이 최선의 연주를 들려주려는 연주자에게 보답하는 방법은
역시 그에 걸맞게 성숙한 관객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어차피 하우스 콘서트라는 것이
좀 더 밀착된 공간에서의 호흡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호기와 흡기가 박자를 맞추어야 할 터이니 말입니다.
아마 앞으로 하우스 콘서트를 갈 때는 한번 더 저 자신을 가다듬고난 후에 "임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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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이 끝나고 저는 같이 갔던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클라리넷이 저렇게 수다스러운 악기라는 걸 원래 알고 있었느냐고요-

-한창 할 말이 많을 법도 한 나이의 연주자는- 굳이 자신을 설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리코더를 잘 불다보니 클라리넷을 시작하게 됐다며 싱긋 웃고,
탱고를 선곡하게 된 것도 그냥 악보가 있어서였을 뿐이라며 또 웃고,
음악적인 영감을 어떻게 얻느냐는 다소 부담스러운 질문에도
그냥... 이라며 멋적게 웃을 뿐이었죠.

번지르르하게 수식해대지 않는 그 담백한 모습을
저는 오래도록 기억했다가, 훗날 그가 구축한 세계를 역시나 담담한 어조로 소개하게 될 것을
나지막이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러니까-한창 할 말이 많을 법도 한 나이의 연주자는-
어떤 화려한 언변이 아닌 클라리넷으로만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내면을 설명 대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을 했을 테니, 이미 박수받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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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함
그럼에도 느껴지는 어떤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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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피아노 반주가 다소 튀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눈길이 자주 가서..
이건,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나이 때문이었을까요? 반주가 아니라 혹시 이중주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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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넷을 하루에 2시간씩(만) 연습한다는 말, 왠지 모르게 고맙습니다.
이 세상엔 음악 말고도 아름다운 게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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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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