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다...
  • 등록일2009.05.30
  • 작성자강영옥
  • 조회4429
(...중략....)

음악회장에 들어섰을 때 빈터라이제, 보리수가 흐르고 있었다.
약간 더운 열기 식하려는 의도인가
근데 월계꽃도 들렸고 슈만곡도 흘러
그냥 리트를 들려주는 줄 알았다

바리톤 같은데..디스카우는 아니고?
아하~ 하콘 실황을 자주 들려줬지...
내 자리에 앉았을 때 생각이 나는 거다

언제나처럼 주인장 박창수씨는 프로그램으로 자주 입을 가리면서
팔짱낀 어색한 몸짓으로 하필 에어컨이 고장났다며
레파토리 두 곡이어서 한 시간 남짓이니 인터미션 없이 진행하겠노라 한다.
관객들이야 참으면 되고 연주자들이 고생이겠다 싶었지만 리허설 중,
복도에서 기다릴 때 두어 번 읽어본 경력란이 화려해서 많이 걱정하진 않았다.

곧이어 검정옷 차림의 송영훈씨 등장했고
소나기 쏟아지는 듯한 박수가 터졌다
진행자 생활 이후 아무데서나 얘기를 하게 된다며 대강의 곡 설명부터 시작했다
"왁짜 웃음" 서너 차례 유발시키는 매끄러운 진행 솜씨도
연주실력 못지않아  금방 객석의 긴장감을 풀어버린다

멘델스죤의 오늘 연주곡은 지금처럼 하우스 콘서트로 시작했단다
그 하우스가 누구네 하우슨지 퀴즈를 내었지만 아무도 못맞추자
다름아닌 괴테의 집이라 하자  객석은 자동으로
"오호~" 오락프로 음향같은  반응이 들렸다.

원래는 가벼운 차림으로 시작하려 했는데...
특별한 날이라 검정옷으로 결정했다며
두 번째 브람스곡은 고인의 추모곡으로 바치겠노라고 ...
.......
잠깐 숙연해지는 분위기로 흘렀다.
참고로 피아노 바이얼린 주자랑 피아노 페이지터너까지 모두 검정색 일색이었다

나는 몇 번 와봤다고 최고로 좋은 로얄석을 귀신처럼 찾아 앉았다.
- 등을 벽에 기댄자리.
- 피아노 반주 악보랑 바이얼린 주자의 악보가 많이 틀리는 것 까지 다 보이는 자리
- 송영훈씨 연주모습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

#
하콘에서 연주자와 관객의 구분은 구두와 양말이다.
아무리 방석음악회라도 연주자의 양말이 보이면 얼마나 어색할까
- 연희동 하콘 시절은 온돌방이어서 이상하지 않았나?
기억이 안난다...이노무 건망증...;;

에어콘 고장난 실내에다 연주자랑 관객 사이의 간격은 1미터도 안되었지만
연주 도중에 팜플렛으로 땀을 식히는 관객들은 헤아릴 정도로 수가 작아
"몰아" 라는 단어가 자주 자주 생각났다.

인터미션 없다했지만 멘델스죤 연주 이후 5분 정도 쉬었던가
브람스 연주하러 들어올 땐 소매를 둘둘 걷고 입장했다.
활에 힘이 많이 들어갈 땐 푸른 정맥이 여실히 드러났다

송영훈씨는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다.
악장이 바뀌는 순간, 연주 사이사이
얼굴을 타고내리는 땀은 손수건으로 훔쳤지만
단추 풀어헤친 목과 가슴으로 흐르는 땀을 닦을 시간은 없어보였다
풀어헤친 검정 셔츠 사이로 조명이 반사되자
목의 땀이 보석처럼 반짝 빛나기도 했다.
.........

#
바이얼리니스트 이경선씨는 내내 흔들리는 긴 머리에 꽂힌 도끼핀만 봤지만
정확한 곡 해설과 성실한 연주를 시종일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얼굴표정을 볼 수 없어 유감이었지만 송영훈씨의 누나뻘이고
어린 시절부터 자주 공연했다는 설명 없어도 손발이 척척 맞아보였다.

작가 베르베르를 약간 닮은 인간성 좋아보이는 피아니스트도
잘은 모르지만 고급스런 연주 같았다.
다른 나라에서도 연주활동과 후학을 가르칠 기회도 많았지만
한국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 수준이 유난히 높아 "일부러" 한국을 택하셨다는
자세한 설명도 곁드려주셔서 우리같은 촛자 관객들에겐 많은 도움이되었다.

#
하콘의 큰 장점은 마룻바닥으로 전해지는 색다른 공명이다
바이올린 주자의 날렵한 하이힐 까닥거리는 소리와
남자 구두의 넓은 소리까지 다 들렸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체 가부좌를 틀고 양손바닥을 자주 마룻마닥에 짚어보았다.
(마침 가부좌 한 다리를 덮을 수 있는 적당하게 긴 블라우스여서... )
첼로의 선률은 핀이 꽂힌 마룻마닥의 좁은 골을 타고
내 손바닥으로 정확히 전해져서 팔뚝을 지나 어깨까지...
그리고 온몸으로 퍼져 내려갔다
찌릿~~~
스필버그 E.T의 손가락이 딱 생각났다.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서로다른 음색은
토카타와 푸가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주연과 조연이 바뀔 때도 있었고
또 어느 한 순간  쏟아지는 폭포를 맞는 기분도 들었다.  

224회 하콘...
아름다운 5월을 마감하는 알찬 선물같은 음악회였다.

#
한가지 아쉬운 점은 첼로를 세우는 핀(정확한 용어 모름...;;) 이 서너 번 삐걱거린 점이었다
마룻바닥 좁은 골 사이를 정확히 찾아 다시 꽂곤 했지만
쓸데없는 노파심을 좀 건드렸다.
앞으로 작은 실수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해없었으면 좋겠다.

f.m 진행자로 아침마다 만나 그간 정이 많이 들었는데
다른진행자로 바뀐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또 예당의 "11시 음악회"도 몇 번 만나 낯설지 않은 분이라



댓글

0개의 의견이 등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