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콘 관람기
  • 등록일2009.05.23
  • 작성자임종빈
  • 조회3884
클래식 기타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네요.
어쩐지 나른하고, 기분좋은 밤입니다.

제가 처음 클래식 기타를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대학교에도 왔겠다, 새로운 것도 접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자 동아리에 들었습니다.
기타 동아리의 문을 두드렸을 때,
사실 머리속은 레드 재플린같은 락 스타의 화려한 모습으로 가득차있었죠.
클래식 기타에서 클래식은 쏙 빼놓고 기타라는 글자에 매료되어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물론,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정적인 음색.
하지만 그 맑고 깊은 음색에 반해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돈을 모아, 당시 아르바이트 시급과 학생이라는 신분을 생각하면
결코 싼 값은 아니었던 기타를 구입했습니다.
여름이면,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무거운 기타 들고 왔다갔다 연습 하고
겨울이면, 시린 바람에 언 손 호호, 불어가며 연습을 했습니다.
군대에서도 간부눈치, 선임눈치 봐가며 기타들고 들어가선 연습도 했죠.

이렇게 써놓으니까 제가 마치 엄청난 연습벌레인 듯 싶군요.
저는 연습을 잘 안합니다. ^^
덕분에 대학교에 입학한 지 햇수로 7년이 지난 지금도 실력은 썩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년식이 년식인 만큼 많은 연주회 무대에는 섰습니다.

학교 이 곳, 저 곳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로 길거리며, 지하철에서도 무대를 가졌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자기 만족? 자기 연민? 우리만의 보람과 우리만의 수고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대학교 동아리 무대에 서다보면
클래식 기타와 같은 정적인 동아리는 락 동아리나, 댄스 동아리의 브릿지 역할 정도 뿐입니다.
저희만의 연주회를 할 경우에도 그리 나아지진 않습니다.
(물론 즐겨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관객의 얼굴에는 지루함이 가득합니다.
연주를 하는 저희도 흥이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생소한 클래식 음악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을 찾아 연주하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연주하시는 선생님들의 박자맞추는 숨소리조차 음악의 한부분인 듯 생생히 들리는 그 공간에서
청중들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연주를,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저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청중들 얼굴에 묻어나던 미소와 터져나오던 박수, 감탄.
그 안에는 물론, 음악 뿐만 아니라 클래식 기타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저보다 월등한 분들도
계셨겠지만, 생소하신 분들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지루해하거나, 어려워 하는 분은 없었습니다.
곤히 잠이 든 아이조차, 마치 꿈 속에서도 음악을 듣는 듯, 음악에 취해 잠이 든 듯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보였습니다.

너무나 멋진 연주였죠. 더할 나위없이 반해버렸습니다.
사실 오늘 연주되었던 모든 곡은 익숙한 곡들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제가 무대위에서 연주했던 경험이 있는 곡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주법이나 악상, 무엇보다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저희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삼 저희의 모자람이 뼈저리게 느껴졌습니다.
"연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다."
후배들에게 말을 했던 나 자신은 무대위에서 얼마나 즐겁게 연주를 했는 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방학 내내 두 세곡을 지겹도록 연습하고도
실수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좇겨 무대위에만 서면 벌벌 떨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적당히 몸을 흔들면서 때로는 흥겹게, 또 때로는 애상적으로
연주를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진정으로 연주하면서 즐거운 연주자의 모습을 봤습니다.

이 모든 게 하우스 콘서트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실 통상적인 무대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청중들의 모습, 연주자의 모습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점.
그 안에서 너도 나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면 마치 내가 연주를 하는 듯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긴장을 하고
연주가 끝나면 깊게 숨을 쉬며 박수를 치는.
2부가 시작될 때부터는 다리가 아픈지도 모르고 서서 곡을 감상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연주에 반해 조금 더 잘 보고 싶은 마음에서 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쉽기도 합니다.
연주하는 모습을 집중해서 지켜보느라 음악 감상은 뒷전이 아니었나 싶네요.
하우스 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단점인 듯 하네요. ^^
앵콜로 나온 두 곡은 눈을 감고 감상해보았는데 역시나 멋지더군요.

연주가 끝이 나고
연주를 하셨던 선생님들과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실례가 될 지 몰라 망설이던 부탁도 아주 흔쾌히 들어주셨고,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좋은 기회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또 다음 기회에 하우스 콘서트 안에서, 또 다른 음악 속에서 뵐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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