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2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밤
  • 등록일2009.01.03
  • 작성자이지영
  • 조회4139
실로  아름다운 밤 이었다.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작은 스튜디오를 가득메운 280여명 가량의 사람들에게
푹신한 의자는 커녕 다리를 뻣을 자리도 없었지만, 그건 중요한일이 아니였다.

한두시간은 기꺼이 서서 기다린, 아니 여섯달을 기다려온 우리는
너무나 행복하게 그의 음악을 만났다.

명료하게 시작된 모짜르트 론도에 왠지 마음이 짠해졌고
깊어진 음색에 함께 숨을 몰아쉬며 진지해진 베토벤 소나타.
슈만의 어린이의정경 쯤에 이르러서야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일 수 있을만큼 편안해졌다.
그리고 아주 시원하게 흘러나온 슈만 환상곡 Fantasie!

6개월을 기다려운 바로 그 사운드
거침없고 섹시한. 그러나 정확한 균형감각을 지난 그의 음악은,
우리 모두를 하루의 수고와 아픈다리 너머
음악 속 4차원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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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물론 더 쉬운방법으로 더 훌륭한 음악을 만날 수 있음을 안다.
방안에서 클릭 한번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음원도
푹신한 의자와 알맞은 온도의 환기를 자랑하는 콘서트홀 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 선욱빠라면,ㅋ
클래식을 전혀 새로운 필터링으로 여과해 전달하는
펄펄 살아있는 그의 음악에 가슴이 뛰는 자 라면
이 밤, 하콘에서 그를 만나야 한다.

오늘 2009년 한국 서울에서의 나의 하루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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