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콘에서 오케스트라를 만나다.
  • 등록일2008.12.06
  • 작성자최경희
  • 조회4252
연희동 집이었으면 오케스트라는 좀 힘들었을거에요. 오케스트라가 2층에 모두 자리하고 나면 관객들은 계단에서부터 내려가면서 앉아야겠지요. 클래식뮤테이션 스튜디오로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간 하콘은 아르떼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김재원씨와 함께였습니다.

악기의 나무바닥에의 울림은 참 좋아요. 그래서 저는 하우스콘서트에 자주 온답니다. 오늘은 피아노 바로 앞에 앉았더니 피아노 의자의 끼익끼익 하는 소리까지 무척 생생히 들리더라구요 ^^ 오케스트라와 관객이 모두 함께 하기에는 조금 좁은 느낌은 있었지만 이보다 더 가까이에서 오케스트라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잖아요. 정말 생생했어요.

인생을 살면서 여러 좋은 시절이 있겠지만 아직 20대가 조금은 남아있는 저도 그렇고, 저보다 연배가 아래인 분들은 "학교다닐때가 가장 좋았다" 라고 말합니다. 예원학교에서부터 서울예고까지 함께 공부하고 연습하며 인생의 가장 예쁜 시간들을 보낸 사람들이 다시 모여서 그 시절에 좋아하던걸, 그리고 지금 각자 따로 하고있는걸 함께 모여서 하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슈만 피아노협주곡... 김재원씨 대단했어요 ^^ 작년 연말에 갈라콘서트에서 처음 김재원씨 봤을때는 긴장한 모습이 보였었는데, 오늘은 여유있어 보였어요. 아무래도 늘 함께하던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는 연주여서였겠지요.

박창수선생님은 오늘 공연을 두고 "실험" 이라고 하셨는데, 연희동 집보다 조금 넓은 공간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걸로 즐거운 실험이었습니다. 다만 벽과 기둥으로 오케스트라 왼쪽 관악기 - 바순 쪽 - 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게 좀 아쉽네요. 오케스트라에 다른 악기에 비해 바이올린이 조금 많았던 점도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베토벤 8번 1악장이 귀에 남네요. 오케스트라가 몸으로 쏟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을까요?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또 하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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