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아름다운 음악여행
  • 등록일2008.11.15
  • 작성자김미영
  • 조회4439
하우스 콘서트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딸아이의 권유로 드디어 하콘을 찾게 되었습니다.
작은 음악회는 마포에 있는 이원문화원을 드나들어서 익숙한 편입니다.

거주지가 김포여서 조금 일찍 5시 30분 집을 나섰습니다.
딸아이의 불참으로 짧은 시간 안에 친구를 수배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망서림 없이 혼자서 2시간 여만에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공연장 안의 열기와 기대는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기에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프로그램을 접하는 순간 기쁩은 환희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라프마니노프 소나타는
올 초 정명화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선율에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바로 CD를 마련하여 곡을 외울 만큼 듣고 또 듣던 곡이기 때문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로망스는
수 년 전 장영주의 바이오린 협주곡 공연을 감상하며 읶혔던 작곡가이어서
작곡가의 분위기나 작곡기법에 조금은 익숙해 있었습니다.
강하게 거부했던 불협화음을 안아들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이 번 공연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수 년 전 교향악 축제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가슴에서 배어나오는 열정을 활과 손놀림으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그를 본것입니다.
나는 그의 표현을 가슴을 열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이었나요. 그 때부터 서서히 그의 팬이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번 공연을 감상하면서 정명화와 마이스키, 송영훈의 음의 색갈을 구분할 수 있을까.
관심을 두면서 작은 흥분 속에서 몇 날을 보냈습니다. 조금은 힘들었던 계획이었습니다.
노련하게 연주하는 정명화와 마이스키 보다는 참신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송영훈에게 더 애정이 가는 것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라프마니노프 소나타 3악장 안단테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숨이 멎을만큼 아름다운 선율은 그 곳에서도 황홀경에 빠져들게 합니다.
하지만 두 악기가 극도로 강한 표현을 하고자 했을 때
첼로의 선율이 피아노 건반에 묻혀버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너무 앞에 닦아 앉아서일까요. (둘째 줄)
대형 공연장과 작은 연주 공간에서 음의 전달이 다르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아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끝까지 머물면서 흩어져 있는 선율들을 줏어모아
가슴에 차곡차곡 담아두는 행위였습니다. 시간에 쫓기어 붐비는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번 음악회를 생각하며
오래도록 행복해할 나를 상상해 봅니다.
리드미컬한 발걸음을 내 딛는 나의 어깨 위로 열 이레 둥근 달빛이 촉촉히
내려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6시간의 긴 음악여행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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