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방금 장문의 글을 썼는데 날라갔네요. 너무 아쉬워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첼로는 대지의 소리 입니다."
서양음악 수업 시간,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지요.

첫 하콘 방문,
생동하는 대지의 소리를 마음껏 즐기고 온 터라
잠도 오지 않고, 오늘의 이 느낌을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겨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친구의 소개로 하콘을 알게 되었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터라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하는
큰 공연들은 제법 가본 적이 있지만
하우스 콘서트라니,
궁금증 반, 기대 반
설렘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첼리스트 송영훈씨 공연이라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구요.

8시에 맞춰 하콘에 도착했더니 객석은 이미 가득하더군요.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무대로 향하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처럼 다들 "기대"라는 이름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송영훈 씨가 나오고
라흐마니노프 소나타로 첫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귓가에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이,
마룻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첼로의 울림과 어우러져
공간을 채우는데, 참 환상적이었습니다.
첼로 소리가 왜 대지의 소리인지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보칼리제와 로망스 또한
송영훈씨 특유의 역동적인 연주가 인상적이었어요.
손가락 근육까지 보일만큼 가까운 거리였기에,
정말이지 연주자와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누가뭐래도 가장 좋았던 것은,
앵콜!
피치카토로 장난끼 섞인 재미난 연주도 들려주시고,
다음으로 생상스 백조의 반주가 나오는 순간
"아 난 정말 송영훈의 팬이 될 수 밖에 없구나" 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바이올린을 잠깐 배운 터라 익숙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첼로로 들으니 훨씬 중후한 멋이 있더군요.

이후 5살, 10살의 기억까지 더듬으며
팬들의 성원에 일일이 답해주는 연주자 덕분에
차마 발걸음을 떼기 싫었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콘을 소개해 준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사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는데,
간만에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이었거든요.^^

마룻바닥에 앉아있느라
다리에 쥐가나고, 허리는 아파왔지만 (다음 번엔 방석을 준비해 갈까해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었기에
그런 불평도 금방 사라지더군요.

앞으로 하콘의 열렬한 팬이 될 것 같은 느낌이예요.
회원가입이 귀찮다고 인터넷 쇼핑도 안하는 제가, 이렇게 로그인을 해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음번엔 하콘에서 또 어떤 자연의 소리를 만날 수 있을 지 기대 되네요.
자주 찾아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