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된 기분- 자닌토 공연 & 하콘 첫경험 후기~
  • 등록일2008.06.15
  • 작성자박효진
  • 조회4369
신비한 곳으로 잠시 소풍을 다녀온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보물섬을 찾아가듯
왠지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는 한적한 육교와 골목은 마치 비밀장소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커다란 집의 커다란 대문들이 꽝꽝 닫혀 있는 약간의 위압감이 넘치는 곳에서
유일하게 정겹게 한쪽 문이 열려 밝은 노란 빛이 따스하게 맞아주는 공간에 도착!

신발장의 많은 신발들을 보니 우리만의 비밀장소는 아닌듯 ㅋㅋ
여느집 멍멍이와는 달리 손님따위는 관심도 없을 정도로 득도하신 문 앞의 강아지(라고 부르기엔 큰 개 한마리와 ㅋㅋ)들은 반가워하지도 짖지도 않고~ 그냥 누워있더군요 ㅋㅋ
강아지들이 EBS를 봐서 똑똑한거 아니야? 하는 담소를 나누고~
커다란 개집 위의 예쁜 인형들과 강아지만의 모니터에 웃음이 나왔어요 ㅋ

집까지 오는 것도 넘 설렜는데 아마 1층에 떡하니 공연중이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걸~
또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니 더욱 떨리더라고요-만화에서나 나오는 비밀의 다락방 같은 느낌?!

자닌토 공연을 보았습니다.
애인은 사진을 보고 20대인 줄 알았다는데 찾아보니 실제나이가 ...라고...ㅋㅋ
근데 정말 수려한 외모에 더 화려한 수다의 달인 ㅋㅋ
눈웃음까지 더해져 마치 여고생과 함께 있는 듯한 ㅋㅋ

노래는 정말 예술이었어요~~
애인이 팝페라 같은건가봐 하며 데려갈 땐 왠 팝페라야~! 하는 생각으로 따라갔는데
그분이 입으신 하늘한 옷처럼 한줄기 공기같은 목소리-
너무 부드럽게 다른 공기중에 섞여서 마치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처럼-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을 감고 손을 들어 노래에 따라 움직이시는데
그 섬세한 손동작은 보이지 않는 매끈한 실크천을 매만지는 것 같았어요-
남자의 어떤 모습은 여자보다 더 섬세하구나-
음을 마음대로 주무르려면 그런 음색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게 정말 물에 잉크가 퍼지듯, 아니면 리듬체조 선수의 리본같이
입에서 아주 부드러운 곡선이 나와서 우리를 휘감는 것 같았어요-

설마 ...하는 의혹을 깨시듯 여자를 좋아한다고 당당히? 밝히신 그분~ ㅋ
저는 마이크를 잡을 때 새끼손가락을 안드시길래 아니라구 확신했어요 ㅋㅋ

함께해 주신 데이드림, 동요의 공연도 너무 좋아서
메인요리를 두세번 먹은 듯 뿌듯했어요-

게다가 데이드림의 시집에~~
보지는 못했지만 주인집 아주머니(라고 불리기엔 너무 세련됐을 것 같은)의 무용 공연 티켓까지!!
아내의 공연 곡을 직접 하셨다는 말씀에 왠지 상상속의 예술가 부부가 눈앞에 있더라고요-ㅋ

애인이 동요를 보면서 강동원 같다는데 뭐야 무슨 강동원! 하고 -ㅜ- 무시했는데..
연주 후에는 뭐에 홀렸나..엄청 멋있다고 ㅋ 박해일도 닮은 것 같지 않아? 이러구요-
애인은 바이올린을 배우겠다고- ㅋㅋ

쉬는 시간에 잠깐 내려왔는데 아까 못봤던 시츄가 있더라고요^^
능숙한 주인집 개로써 만짐을 허락해주었지만 왠지 귀찮아 보이는 표정이 웃겼어요 ㅋㅋ

공연이 끝난 후 작은 와인파티가 있었는데
애인은 사진을 보니 안주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저녁을 든든히 먹고 가자 했는데
각종 치즈에 비스켓과 과자까지+_+
내심 사람이 많아서 와인잔이 아니라 일회용 컵에 와인을 마실 줄 알았는데-
모자라지 않게 준비된 많은 와인잔에 운좋게 저는 장식 고리까지 달린 예쁜 잔에 받아 마셨네요-
테라스에서 시원한 공기속에 도란도란 와인잔을 나누며 즐거움을 더해주는 몽롱함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네요~
도심속에 이런 오아시스가-^^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사진을 왜이리 찍으시는지...너무 거슬리더군요-
차라리 락 공연에서 그리하셨다면 신경이 안쓰였을 텐데
너무나 고운 선율을 가위로 석석 자르듯! 매 곡 마다 철컥 철컥!!
녹음도 하시고 기록으로 남기실 것은 많을텐데-
사진에는 무슨 곡을 노래하는지 나오지두 않는데
그렇게 매번 찍으실 필요가 있으셨나 싶어요-
한 두곡 에서만 찍으시거나 리허설을 찍으시거나..
아니면 좀 소리 안나는 카메라를 쓰시거나...
음악을 들으러 왔다가 셔터소리에 자닌토 화보집 들러리 된 듯한..
그 부분은 참 언짢았어요-
공연하시는 분은 신경 안쓰이시나 모르겠네요..

그래도 아름다운 첫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엔 더 기대많이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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