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가능성 지닌 연주자 김태형씨 연주를 보고 왔어요!^^
- 등록일2008.05.18
- 작성자강준석
- 조회4541
얼굴을 스치우는 미풍의 살가운 춤사위에서 달콤한 꽃향기를 싱그런 풀내음이 시샘하는게 느껴진다.
벌써 5월이구나.
그동안 정신없고 바쁘단 이유로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을 하콘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바람에게 들었다.
따스한 조명과 하콘문패가 오늘도 역시나 날 반겨준다. 벌써 몇몇 사람들은 2층에 들어선듯 하다. 나도 조심히 그곳에 들어선다.
................................................................................................................................
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그곳에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Constantin Brancusi,1876-1957, 루마니아의 조각가
하우스콘서트가 그러했고, 또한 김태형이 그러했다.
16일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멀리서 아스라이 피어나던 행복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하우스콘서트와 김태형을 통해서 말이다.
바하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지금까지 바하는 나이들어서나 좋아질 꺼라며, 지루하고 따분하다며 멀리해왔던 나였다.
하지만 김태형의 연주는 실로 놀라웠다.
김태형의 바하는 그 어떤 표면적 과장으로 점철된 후기 낭만의 화려한 작품들 보다 거대했고 흥미로웠다.
탄탄하고 명징한 타건, 균일하면서도 매끄러운 라인, 하지만 그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쉬기 힘들만큼 강력한 음악적 긴장의 흐름이 놓여있었다.
정교하면서도 그안에서 자유로이 숨쉬는 다양한 빛의 향연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바하를 연주하다보면 자칫 여러 성부들의 모방과 끝없는 흐름의 무게에 짓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청년은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하라는 커다란 전체적 그림을 명확히 주시하고 있었으며, 하나하나 찬란히 빛나는 성부들을 너무도 세심하게 엮어내고 있었다.
그 어떤 씨실과 날실도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고 아름답게 춤추고 있었다. 그 어떤 소리 하나도 존재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완벽? 아니 그 이상이다. 경외감 마저 든다.
그 강력한 충격과 감동은 아마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뛴다. 그런 연주였다.
첫음이 울리고 마지막 화음이 사라지던 그 순간까지 온전히.
베토벤의 소나타 24번.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풋풋한 베토벤의 서정을 20대의 젊은 청년은 과연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연주를 듣기 전 매우 궁금했었다.
자칫 가볍거나 아니면 너무 로맨틱하거나, 아니면 너무 거칠거나. 혹 너무 딱딱하거나.
젊은 연주자가 쉽게 범할지 모르는 그런 실수를 하진 않을까 걱정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바하만큼의 숨막힐 듯한 호연이라고 할 순 없지만,
베토벤의 구조감 위에 담담하게 풀어내는 선율 모양새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생상의 단스 마카브레.
연주자는 어느새 또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바하와 베토벤에서 보여 주었던 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와 타건을 들고 나왔다.
과연 이 연주자는 얼마나 많은 소리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당당하게 시작되는 강한 타건이 점점 더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단스 마카브레.
바하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음악 전체를 꿰뚫는 비장한 카리스마가 무섭기까지 했다.
굉장히 이지적이면서도 매우 야성적인. 야누스였다.
무섭고 두려울 만큼 화려하지만 절대 눈을 뗄 수 없는.
저 천진난만해 보이는 젊은이는 실은 그윽한 깊은 눈빛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서울만큼 정돈된 깨끗하고 순수한 광폭함으로 점철된 후반부는 숨막힐 만큼 찬란했다.
멀리서 봤을때 김태형은 아직은 젊은.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흰색의 도화지 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본 김태형은 오색찬란한 음색을 지닌 한줄기 따스한 하얀 빛이었다.
브랑쿠시의 말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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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의 농무.
인터미션동안 가슴을 진정시키고 처음 들었던 농무라는 현대곡.
어린시절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선율이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리듬위에서 춤을 쳤다.예전 신경림 선생님의 농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혹시나 그것에서 영감을 받으신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리스트의 오베르만의 계곡과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라흐마니노프 편곡)
사랑하는 여인과 여행을 하면서 썼다던 순례의 연보. 그곡중에서 에스테장의 분수와 오베르만의 계곡과 페트라르카를 위한 소네트는 기억에 오래 남을 아름 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잔잔한 호수에 빛나는 은빛 물자욱같기도 하고, 빛나는 남국의 태양아래 굽이쳐 흐르는
급류와도 같이 젊은이 다운 패기와 화려함으로 리스트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게 리스트지.^^ 그 뒤에 이어진 사랑의 기쁨도
젊음의 순수함으로 맘껏 화려함을 뽐냈다.
앙코르로 이어진 스크리아빈 에뛰드도 전혀 지치는 기색없이 거침없는 테크닉으로 쳐냈다.
역시.
...................................................................................................................................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다시금 하콘에 눈을 돌린다. 그 빛나던 연주자는 어느새 해맑은 미소를 지닌 청년이 되어 얘기를 나눈다.
연주회와 함께 하콘에 직접와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아닌가. 연주후의 와인 파티.^^
풀내음 가득 머금던 미풍은 어느새 잦아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곁에는 기분좋은 고요함이 동행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고스란히 내 안에 되새기는 귀중한 고요함이었다.
김태형.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분명 더 좋은 연주자로 성장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온다.
하우스콘서트. 이 콘서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분명 더 좋은 공연장이 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온다.
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하콘에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
벌써 5월이구나.
그동안 정신없고 바쁘단 이유로 느끼지 못했던 시간의 흐름을 하콘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바람에게 들었다.
따스한 조명과 하콘문패가 오늘도 역시나 날 반겨준다. 벌써 몇몇 사람들은 2층에 들어선듯 하다. 나도 조심히 그곳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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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그곳에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Constantin Brancusi,1876-1957, 루마니아의 조각가
하우스콘서트가 그러했고, 또한 김태형이 그러했다.
16일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멀리서 아스라이 피어나던 행복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다.
하우스콘서트와 김태형을 통해서 말이다.
바하의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지금까지 바하는 나이들어서나 좋아질 꺼라며, 지루하고 따분하다며 멀리해왔던 나였다.
하지만 김태형의 연주는 실로 놀라웠다.
김태형의 바하는 그 어떤 표면적 과장으로 점철된 후기 낭만의 화려한 작품들 보다 거대했고 흥미로웠다.
탄탄하고 명징한 타건, 균일하면서도 매끄러운 라인, 하지만 그 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쉬기 힘들만큼 강력한 음악적 긴장의 흐름이 놓여있었다.
정교하면서도 그안에서 자유로이 숨쉬는 다양한 빛의 향연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바하를 연주하다보면 자칫 여러 성부들의 모방과 끝없는 흐름의 무게에 짓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청년은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하라는 커다란 전체적 그림을 명확히 주시하고 있었으며, 하나하나 찬란히 빛나는 성부들을 너무도 세심하게 엮어내고 있었다.
그 어떤 씨실과 날실도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고 아름답게 춤추고 있었다. 그 어떤 소리 하나도 존재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름답고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완벽? 아니 그 이상이다. 경외감 마저 든다.
그 강력한 충격과 감동은 아마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뛴다. 그런 연주였다.
첫음이 울리고 마지막 화음이 사라지던 그 순간까지 온전히.
베토벤의 소나타 24번.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풋풋한 베토벤의 서정을 20대의 젊은 청년은 과연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연주를 듣기 전 매우 궁금했었다.
자칫 가볍거나 아니면 너무 로맨틱하거나, 아니면 너무 거칠거나. 혹 너무 딱딱하거나.
젊은 연주자가 쉽게 범할지 모르는 그런 실수를 하진 않을까 걱정아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걱정은 걱정일 뿐이었다. 바하만큼의 숨막힐 듯한 호연이라고 할 순 없지만,
베토벤의 구조감 위에 담담하게 풀어내는 선율 모양새를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생상의 단스 마카브레.
연주자는 어느새 또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바하와 베토벤에서 보여 주었던 소리와는 또 다른 소리와 타건을 들고 나왔다.
과연 이 연주자는 얼마나 많은 소리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당당하게 시작되는 강한 타건이 점점 더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단스 마카브레.
바하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음악 전체를 꿰뚫는 비장한 카리스마가 무섭기까지 했다.
굉장히 이지적이면서도 매우 야성적인. 야누스였다.
무섭고 두려울 만큼 화려하지만 절대 눈을 뗄 수 없는.
저 천진난만해 보이는 젊은이는 실은 그윽한 깊은 눈빛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무서울만큼 정돈된 깨끗하고 순수한 광폭함으로 점철된 후반부는 숨막힐 만큼 찬란했다.
멀리서 봤을때 김태형은 아직은 젊은. 아무것도 칠해지지 않은 흰색의 도화지 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본 김태형은 오색찬란한 음색을 지닌 한줄기 따스한 하얀 빛이었다.
브랑쿠시의 말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었다.
................................................................................................................................
이영조의 농무.
인터미션동안 가슴을 진정시키고 처음 들었던 농무라는 현대곡.
어린시절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선율이 소박하고 간결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리듬위에서 춤을 쳤다.예전 신경림 선생님의 농무라는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혹시나 그것에서 영감을 받으신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리스트의 오베르만의 계곡과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라흐마니노프 편곡)
사랑하는 여인과 여행을 하면서 썼다던 순례의 연보. 그곡중에서 에스테장의 분수와 오베르만의 계곡과 페트라르카를 위한 소네트는 기억에 오래 남을 아름 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잔잔한 호수에 빛나는 은빛 물자욱같기도 하고, 빛나는 남국의 태양아래 굽이쳐 흐르는
급류와도 같이 젊은이 다운 패기와 화려함으로 리스트를 그려내고 있었다. 그래 바로 이게 리스트지.^^ 그 뒤에 이어진 사랑의 기쁨도
젊음의 순수함으로 맘껏 화려함을 뽐냈다.
앙코르로 이어진 스크리아빈 에뛰드도 전혀 지치는 기색없이 거침없는 테크닉으로 쳐냈다.
역시.
...................................................................................................................................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다시금 하콘에 눈을 돌린다. 그 빛나던 연주자는 어느새 해맑은 미소를 지닌 청년이 되어 얘기를 나눈다.
연주회와 함께 하콘에 직접와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아닌가. 연주후의 와인 파티.^^
풀내음 가득 머금던 미풍은 어느새 잦아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 곁에는 기분좋은 고요함이 동행했다.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고스란히 내 안에 되새기는 귀중한 고요함이었다.
김태형.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분명 더 좋은 연주자로 성장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온다.
하우스콘서트. 이 콘서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분명 더 좋은 공연장이 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온다.
멀리서 보는 것과, 직접 하콘에 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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