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하우스 콘서트를 다녀와서...^^
  • 등록일2008.05.03
  • 작성자이명건
  • 조회4456
오늘은 하우스 콘서트를 다녀왔다.
전에 우연히 개인 가정집에서 열리는 음악회에 대해서 들었는데...
집도 가깝고 학교에서도 가까운 연희동에 그런곳이 있다니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5월달에는 피아노 독주회 시리즈여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 보았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프로그램도 마음에 들고 왠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중간고사가 끝나지 않았고 공부할것도 태산 같아서 마음이 완전 편하지는 않았지만...
오늘 만큼은 다 잊고 편하게 가서 음악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7시쯤 학교에서 나와서 평온한 마음으로 연희동 하우스 콘서트를 찾아갔다.
막상 가보니 학교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었고 집에서도 걸어서 15분정도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하우스 콘서트가 있었다니...^^
처음 연주회장이 아닌 그 집에 들어갔을때...
우선 예상 보다는 집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대했던대로 분위기 만큼은 참 좋았다.
특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예상대로 모두 아주 여유있고 편한 모습들이었다.
물론 예술의 전당에 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유있어 보이긴 했지만 이곳에 온 사람들은 왠지 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거나 다 안면이 있어 보이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냥 나혼자 만의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이니까 다들 더 편한 모습의 평온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콘서트는 시작되었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뒤가 아닌 1층에서 연결되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와서 관객이 앉아있는 사이에서 나와 인사를 했다.
그런데 피아니스트의 옷이 너무 화려했다.
물론 격식을 차린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가볍고 흔한 정장 정도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어쨌든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 되었는데...
첫곡은 슈베르트의 즉흥곡 이었다.
어렸을때 즐겨듣던 곡인데 오랫만에 들어보니 참 아름답고 좋았다.
잊고 있었던 좋은곡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 뿐만이 아니라 연주도 참 좋았다.
난 원래 미스터치 보다는 음악의 아름다움이나 연주 자체에 더 의미는 두는 편인데...
그래도 보통의 연주회는 미스터치가 많이 들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점점 듣고있는 내 마음이 불안해져서 음악에 집중을 못하게된다.
또 실수하면 어떻하지...?
혹시 저 실수로 연주자의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어쨌든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첫곡부터 미스터치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연주도 아주 깔끔하고 좋았다.
처음에는 피아니스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연주가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이 풀리는듯...
다음으로는 라벨의 곡 이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가는듯 몇번 듣긴 했지만 직접 들으니 참 매력적인 곡이었다.
쇼팽의 녹턴과 연습곡도 참 좋았다.
특히 녹턴은 어쩌면 그렇게 깔끔하고 아름답게 잘 연주하는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리스트의 사랑의 꿈도 그렇고 조용한 곡의 전체적인 특징이 군더더기 없이 참 깔끔하게 잘 연주한다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라 캄파넬라...
군대가기 전에는 나도 흉내좀 내던 곡인데 나한테 참 어려웠던 곡이기 때문에 어떤 연주가 나올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너무 시원스럽고 깔끔하게 실수하나 없이 잘 연주했다.
리스트의 곡이 대체로 그렇지만 특히 라 캄파넬라는 미스터치하기 참 쉬운 곡인데 너무도 믿음감 있는 연주를 들려 주었다.
그다음 슈베르트-리스트 아베마리아는 5월 성모성월을 맞이하여 참 의미있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드디어 헌정...^^
요즈음 내가 정말 푹 빠져있는 곡이다.
매일매일 지겹도록 듣는 곡인데...
정말 너무 좋아서 슈만의 원곡을 들으며 독일어 가사까지 외워서 매일매일 부르고 다니는 곡인 것이다.
그런데 실제 연주로 그것도 너무 깔끔한 연주로 들으니 너무 감동적이고 좋았다.
다음 수자의 행진곡...
원래 군대 행진곡인데 호로비츠가 피아노로 편곡한 것을 오늘의 피아니스트가 다시한번 편곡한 정말 머찐 곡이었다.
특히 군악대 출신인 나로써는 정말 의미있는 곡이었다.
튜바를 마칭용으로 개량해 만든 수자폰의 창시자 수자의 곡까지 정말 폭넓은 선곡이었다.
끝으로 위풍당당행진곡은 솔직히 원곡의 힘과 웅장함에는 못미쳤지만 그래도 힘있는 연주와 편곡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리스트의 편곡과 닮은 기교적이고 화려함이 느껴지는...
큰기대 안했던 오늘의 음악회는 정말 너무 좋았다...^^

쇼팽이 그당시에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해 작은 콘써트를 열곤 했다는데 오늘의 모습과는 달랐겠지만 잠시나마 그런 느낌도 느낄수 있었다.
보통의 음악회에서 흔히볼수 있는 개념없는 박수도 없었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움과 소근거림도 없었고 정말 좋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처음 피아노를 봤을때는 좀 오래된 피아노 처럼 보였는데...
막상 소리를 들어보니 겉모습과는 달리 너무너무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단지 패달 밟을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는데 어렵지 않게 수리할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
음악회가 모두 끝나고 마신 와인도 참 맛있었는데...
혼자 가서 오래 즐기지 못하고 온것이 아쉬웠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같이가서 많이 즐기고 느끼고 와야 되겠다.
처음가본 하우스 콘써트 정말 너무너무 좋았고...^^
앞으로 기회있을때 마다 자주 찾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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