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은 행복했다.
  • 등록일2008.02.28
  • 작성자김준희
  • 조회4590
빨강 그리고 블랙.

붉고 매혹적인 유혹이 넘쳐나는 피아졸라의 탱고들.

오늘도 마찬가지로 불타오르는 정열을 기대하며 하콘에 가는 차에 올랐다.

연주자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집에 들어갔을때 이미 앉을 자리도 찾을수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남자가 나온다. 생각보다 젊어 보이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청년이었다.

기타의 소리가 들린다. 아주 자그마한 소리. 손가락 움직이는 소리 하나하나까지 다 들린다.

소리가 작다보니 뒤에 사람들은 더 이상의 소음을 허락하지 않는 듯 쥐 죽은듯 조용히 있었다.

어! 이거 내가 기대한 피아졸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조용함 속에서 그는 우리들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이끌어 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들과 시끄러운 소리들로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들의 귀를 작은 기타소리에 적응시키기 위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듯 싶었다.

눈을 감고 조용히 그의 열정에 몸을 실는다.

쥐죽은듯 누구하나 기타소리에 방해가되지 않도록 실오라기 소리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듣고있었다. 그때 유독 한사람이 눈에 보인다.

내 바로앞에 앉은 만삭의 임산부.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있었다.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온것일까 ..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듯.. 굉장히 행복해보인다....

그리 크지 않은 거실정도의 집에서 한 남자는 바쁜 회사일을 잠시 제쳐둔듯 보인다..

한 아주머니는 삶의 잠시동안의 휴식을 위해 몸을 옮기신듯 했고,

또 어떤사람은 친구와 같이 멋진 클래식 공연을 보고싶어서 시간을 낸듯,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사람들속에서 왠지 모를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다.

짧은 Intermission 후엔 첼리스트 이정란과 함께 듀오무대로 꾸며져있었다.

그녀의 아르페지오네 연주는 때로는 제치있게 때론 천진난만한 어린이 같이 표현되었는데

기타와의 앙상블로 듣는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런데로 굉장히 듣는내내 즐거웠다.

하지만 단연 하이라이트는 듀오로 꾸며진 피아졸라

의 "탱고의 역사"였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는 악보는 플룻보인듯 싶었다. 그녀는 원래 플룻과

기타앙상블인 이곡이 실은 첼로로 하는곡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너무나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다.

리드미컬하고 열정에 찬 그들의 연주로 고동치는 맥박은 더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람들이 연주에 집중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고, 연주가 끝났을땐

더운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들은 사람들의 시원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찾아간 하우스 콘서트.

역시나 공연후 만족감에 찬 사람들의 표정들을 보며 같이 즐거움을 나누는 것은 하콘의 묘미이다.

포도향이 물씬 나는 와인을 사람들의 대화로 안주삼아 몇잔 들이킨뒤 오늘도 입가엔

작은 미소를 띄우며,

                                      나는 집으로 가는 행복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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