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회 연주회 관람기
- 등록일2008.02.28
- 작성자김창식
- 조회5177
좀 전에 181회 연주회인 드니 성호의 기타와 이정란의 첼로 연주회에 다녀 왔습니다.
제가 워낙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데다가, 드니 성호의 삶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번 연주회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관람기에는 혹평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게시판에 있는 글들을 죽 훑어 보아도 혹평 비슷한 것은 찾지 못했기에 조금은 부담이 됩니다만, 혹평을 쓰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 오늘의 청중들과 느낌을 공유하고자 용기를 냅니다. 이 글은, 생모를 찾기 위해 먼 나라까지 와서 보육원에서 무료 연주회도 하는 드니 성호의 인품에 대한 평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원래 연주회를 가면 연주자들의 손 움직임을 유심히 보는 편이라, 가능한 한 앞자리 표를 구매합니다만 하우스콘서트는 지정좌석제가 아니라서 앞자리 예약은 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오늘 운 좋게도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연주자의 손가락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고, 작은 여음까지도 잘 들렸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소리를 제대로 내기가 무척 어려운 악기입니다. 94세까지 살았던 안드레스 세고비아도, "130살까지 산다면 소리를 제대로 낼 텐데.."라고 안타까워하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만큼 기타는 소리를 명료하게 내기가 어려운 악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프렛 노이즈는 피할 수가 없고, 그것이 오히려 양념처럼 음악에 가미되어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렛 노이즈만 가지고 연주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드니 성호의 연주에서는, 명료하고 맑은 기타의 현 울림을 찾아 보기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소리가 난 음표는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오른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치는 개방현의 소리와 자주 등장했던 하모닉스 정도만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왼손의 중지가 프렛과 프렛의 정중앙을 짚은 불안한 상태에서 현을 퉁김으로써 현이 프렛에 닿았다 떨어졌다 하며 내는 징징거리는 소리가 시종일관 있었고, 왼손의 약지는 다른 줄을 건드리거나 현과 현 사이를 짚는 실수도 자주 하였습니다. 오른손의 검지, 중지 이용한 빠른 교호주법에서는 왼손 운지와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거의 뮤트 상태가 되어 버린 일이 너무나 많았고, 트레몰로에서는 약지, 중지, 검지의 균일성이 매우 낮았을 뿐만 아니라, 손톱이 현을 퉁기며 지나가지 못하고 현에 닿으며 멈춰버리는 듯한 소리만 났습니다.
연주회장은 무척 더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 청중도 더워서 힘이 들었는데,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덥고 힘들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하려 하다가도, 길게 이어져야 할 음이 왼손의 실수로 뮤트가 되어 버리고, 격정적인 흐름 가운데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현을 피해서 헛손가락질을 하여 찬물을 끼얹는 걸 보면 또 화가 나더군요.
잡지나 인터넷에 올라온 평만 읽어 보고 음반을 구입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때로는 평론가들의 평 대로 만족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수준이하의 연주를 들으며 분노하기도 하지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15000~20000원이나 내고 산 음반을 중고 음반 가게에 2000원에 팔아 버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기타 연주는 바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미션 때, 당장 일어나서 나가 버릴까, 아니면 입장료 20000원 중 10000원만이라도 환불해 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까지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반부에 있는 슈베르트의 곡을 듣기 위해 인내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내의 열매는 달았습니다.
첼로 연주를 그렇게 가까이서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의 화난 마음은 많이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이정란의 연주는 훌륭했습니다. 제가 첼로라는 악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자세한 묘사를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처음엔 이정란의 거친 숨소리가 좀 거슬리기도 했지만, 열정적인 연주 듣기에 몰입하다 보니 그 숨소리마저 완벽하게 조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살아 가면서 워낙 많이 듣게 되는 곡이긴 하지만, 첼로와 기타의 조합으로 연주하는 것은 흔히 들을 수 없었기때문에 신선했습니다. 오늘 연주에서는 가끔씩 기타 쪽에서 아름답지 못한 소리와 경박한 소리가 나서 첼로에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여 아쉽습니다. 어디 이런 조합으로 잘 녹음된 음반이 있다면 구입해서 들어 보고 싶군요.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연주 때, 저는 이정란에 대해 한번 더 놀랐습니다. 이 곡은, 드니 성호가 설명한 대로, 원래 플룻과 기타를 위한 곡인데 이정란이 플룻 파트를 첼로로 연주하였습니다. 제가 이정란의 바로 앞에서 악보의 표지를 유심히 보니, 이정란이 보고 있는 악보는 첼로를 위해 편곡된 악보가 아닌 플룻 악보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도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표현을 해내어, 마치 원래 첼로를 위한 곡인 것같은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오늘(쓰다 보니 어느새 "어제"가 되었지만) 연주회 입장료는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주회 후의 리셉션에 참가할 수 없었던 건 아쉽네요. 그냥 두고 온 레드와인과 나쵸와 치즈가 아른거립니다. 그러나 리셉션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드니 성호에게는 할 말이 없고, 이정란에게만 말을 거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우스를 빠져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연주가 훌륭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와 같은 느낌이나, 전혀 다른 느낌이 있으셨다면 댓글 달아 주세요.
제가 워낙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데다가, 드니 성호의 삶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기에 이번 연주회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관람기에는 혹평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게시판에 있는 글들을 죽 훑어 보아도 혹평 비슷한 것은 찾지 못했기에 조금은 부담이 됩니다만, 혹평을 쓰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 오늘의 청중들과 느낌을 공유하고자 용기를 냅니다. 이 글은, 생모를 찾기 위해 먼 나라까지 와서 보육원에서 무료 연주회도 하는 드니 성호의 인품에 대한 평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원래 연주회를 가면 연주자들의 손 움직임을 유심히 보는 편이라, 가능한 한 앞자리 표를 구매합니다만 하우스콘서트는 지정좌석제가 아니라서 앞자리 예약은 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오늘 운 좋게도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연주자의 손가락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고, 작은 여음까지도 잘 들렸습니다.
기타라는 악기는 소리를 제대로 내기가 무척 어려운 악기입니다. 94세까지 살았던 안드레스 세고비아도, "130살까지 산다면 소리를 제대로 낼 텐데.."라고 안타까워하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만큼 기타는 소리를 명료하게 내기가 어려운 악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프렛 노이즈는 피할 수가 없고, 그것이 오히려 양념처럼 음악에 가미되어 매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프렛 노이즈만 가지고 연주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드니 성호의 연주에서는, 명료하고 맑은 기타의 현 울림을 찾아 보기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소리가 난 음표는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오른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치는 개방현의 소리와 자주 등장했던 하모닉스 정도만이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왼손의 중지가 프렛과 프렛의 정중앙을 짚은 불안한 상태에서 현을 퉁김으로써 현이 프렛에 닿았다 떨어졌다 하며 내는 징징거리는 소리가 시종일관 있었고, 왼손의 약지는 다른 줄을 건드리거나 현과 현 사이를 짚는 실수도 자주 하였습니다. 오른손의 검지, 중지 이용한 빠른 교호주법에서는 왼손 운지와의 타이밍이 맞지 않아 거의 뮤트 상태가 되어 버린 일이 너무나 많았고, 트레몰로에서는 약지, 중지, 검지의 균일성이 매우 낮았을 뿐만 아니라, 손톱이 현을 퉁기며 지나가지 못하고 현에 닿으며 멈춰버리는 듯한 소리만 났습니다.
연주회장은 무척 더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는 청중도 더워서 힘이 들었는데, 연주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덥고 힘들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하려 하다가도, 길게 이어져야 할 음이 왼손의 실수로 뮤트가 되어 버리고, 격정적인 흐름 가운데 오른손 엄지 손가락이 현을 피해서 헛손가락질을 하여 찬물을 끼얹는 걸 보면 또 화가 나더군요.
잡지나 인터넷에 올라온 평만 읽어 보고 음반을 구입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때로는 평론가들의 평 대로 만족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수준이하의 연주를 들으며 분노하기도 하지요.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15000~20000원이나 내고 산 음반을 중고 음반 가게에 2000원에 팔아 버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기타 연주는 바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미션 때, 당장 일어나서 나가 버릴까, 아니면 입장료 20000원 중 10000원만이라도 환불해 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까지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반부에 있는 슈베르트의 곡을 듣기 위해 인내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내의 열매는 달았습니다.
첼로 연주를 그렇게 가까이서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의 화난 마음은 많이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이정란의 연주는 훌륭했습니다. 제가 첼로라는 악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에, 자세한 묘사를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처음엔 이정란의 거친 숨소리가 좀 거슬리기도 했지만, 열정적인 연주 듣기에 몰입하다 보니 그 숨소리마저 완벽하게 조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살아 가면서 워낙 많이 듣게 되는 곡이긴 하지만, 첼로와 기타의 조합으로 연주하는 것은 흔히 들을 수 없었기때문에 신선했습니다. 오늘 연주에서는 가끔씩 기타 쪽에서 아름답지 못한 소리와 경박한 소리가 나서 첼로에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여 아쉽습니다. 어디 이런 조합으로 잘 녹음된 음반이 있다면 구입해서 들어 보고 싶군요.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연주 때, 저는 이정란에 대해 한번 더 놀랐습니다. 이 곡은, 드니 성호가 설명한 대로, 원래 플룻과 기타를 위한 곡인데 이정란이 플룻 파트를 첼로로 연주하였습니다. 제가 이정란의 바로 앞에서 악보의 표지를 유심히 보니, 이정란이 보고 있는 악보는 첼로를 위해 편곡된 악보가 아닌 플룻 악보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도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표현을 해내어, 마치 원래 첼로를 위한 곡인 것같은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오늘(쓰다 보니 어느새 "어제"가 되었지만) 연주회 입장료는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주회 후의 리셉션에 참가할 수 없었던 건 아쉽네요. 그냥 두고 온 레드와인과 나쵸와 치즈가 아른거립니다. 그러나 리셉션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드니 성호에게는 할 말이 없고, 이정란에게만 말을 거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그냥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우스를 빠져 나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네요. 물론 연주가 훌륭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와 같은 느낌이나, 전혀 다른 느낌이 있으셨다면 댓글 달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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