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천 연주회 관람후기]우리 사랑에 빠진 날~!
  • 등록일2008.02.02
  • 작성자양원정
  • 조회5012
우리 사랑에 빠진 날, 피아노 그리고 순수청년 윤홍천

#1. 첫만남
여자아이들은 피아노, 남자아이들은 태권도. 우리의 일반적인 어린시절 교육이다. 나 역시 어머니 손을 잡고 처음 간 피아노 학원과 교회반주 경험이 전부다.
그리고 현실은 입시와 취업, 그리고 직장생활이었다. 클래식도 당연 남의 이야기다.

회사앞 세종문화회관 정오의 클래식을 다니시는 과장님이 어느날 또 사랑에 빠져서 돌아오셨다. 이번에는 피아니스트 ‘윤홍천’ 이란다. 그때 처음 이름을 들었다.

문화역량을 유난히 강조하는 회사덕에 정오의 클래식 정준호 강사의 초청강의에서 클래식 이야기를 맛나게 듣고, 관심도는 업그레이드 됐으나, 어딜? 언제? 막막하고, 직장인 일상에 하순위의 일일뿐이었다. 실천력 강하고 사랑(?)에 빠진 과장님 덕에 하우스 콘서트를 찾아갔다. 2월 첫날, 금요일 부랴부랴 야근 회의를 끝내고, 김밥으로 때우고 택시타고 날아간 곳이었다.

#2. 피아니스트 純粹 윤홍천
집을 개방한 멋진 음악가 박창수님 덕분에 2층에 마련된 따듯한 온돌방과 피아노 한대, 그리고 모인 사람들과 그를 기다렸다. 윤홍천 님은 오자마자 다른 설명없이 피아노 연주부터 시작했다. 어쩌나?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멋있다.
그는 피아노로 우리와 대화를 했다. 피아니스트이기에 피아노로 관객과 이야기하는 것. 그 단순한 진리, 느껴졌다. 어쩌나? 하얗고 순수한 인상의 얼굴마저 잘생겼다. 바닥에 앉아서 50여명의 사람들이 피아니스트와 피아노 연주로 나누는 시간이었다.
작았다 커졌다, 빨라졌다 느려졌다, 들어보지 못했던 선율,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선율, 내가 그 곡을 알건 모르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건 피아노로 이야기 하는 피아니스트의 선물을 내가 즐기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짧은 곡하나 연주 연습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기억에 있다. 그럼 피아니스트는? 그들에게 피아노가 있어 다행이다. 천상 피아니스트인 윤홍천님 같은 분은 피아노가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감동을 전해준단 말인가?
몸이 들썩거릴정도로 온 힘을, 온 정성을, 그리고 열정을, 그리고 순수를 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랄까.. 강렬하고 열정적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순수’했다. 인생에 대한 순수한 결정체를 전해주는 느낌이랄까? 나만의 느낌일까? 나는 그의 코드는 ‘순수’로 느껴진다. (외모 때문일까? 흠.. 나의 진의가 의심되긴 한다..)
3곡을 연주하고 쉬는 시간 후 다윗동맹무곡을 연주할 때 말문을 드디어 열었다. 살면서 기쁨과 슬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존재하듯이 음악에도 그러함을 담은 거란다. 예술가가 갑자기 부러워졌다. 나도 인생이 그런거 안다! 인생과 사랑, 느낌, 아름다움,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말도 조용조용 부드럽게 전달했지만, 미소와 보조개가 일품이다. 여자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역시나 술렁인다.
윤홍천님은 인터넷 검색에는 작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파이널 후보로 진출했었다. 82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를 거쳐 미국에서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와 월넛힐 예술고등학교에서 공부, 활동을 한다. 2001년부터 유럽에서 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유수의 콩쿨 수상도 물론이다. 내가 비록 예술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지만, 대단한 음악가로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칭찬을 마구 퍼붓고 싶다. 왜? 그의 연주에 대한 공감과 그리고 그의 자세 때문이다.
앵콜도 몇 곡 들려주었는데, 진행하시는 박창수님이 오늘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곡을 많이 해서 비교적 쉬운 곡으로 해달라고 하자, ‘저 안힘든데요’라며 선뜻 앵콜곡도 응해주었다. 와 프로~! 멋있고 배아팠다. 나도 좀 배우자 배워!!
*참고로 누님도 오셧는데, 어쩜~ 매우 닮으셨다~! 이런 미니 콘서트이기에 그런 가족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특혜 아닐까?

#3. 하우스 콘서트, 박창수님 감사 또 감사~
처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밝은 얼굴로 맞아주는 스탭분한테 꼴랑 2만원의 관람료를 내고 들어가면 된다. 저렴한 비용부터 우선 감사해야겠다. 감사합니다. 관계자 여러분~
하우스 콘서트라는 그 신선한 아이디어! 집이라는 따듯한 공간, 집 앞의 예쁜 개들은 뽀너스다. 게다가 공연 끝나고 와인타임까지. 남는게 없는 적자 장사가 맞구나 싶다. 다행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함께 한다는데, 이런 장점 백만개인 공연 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
먼저 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있었는데 낯선 사람들도 친근하게 느껴지는 공간. 피아노의 生연주를 코앞에서 울림까지 전해지는 하우스 콘서트, 대형 공연장에서는 절대절대 느낄 수 없는 그 감동. 내 생각에도, 아무리 두들겨 봐도 적자일 것 같은 하우스 콘서트.. 너무 고맙습니다. 잘 운영해 주세요~ 또 올 수밖에 없게 됐거든요..^^ 파이팅 입니닷!!

#4. 사랑에 빠지다
다른 음악가들도 많지만, 이제 윤홍천 님을 그리 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다른 음악가보다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그의 행보에 앞으로 관심을 더욱 갖게 될 것 같다. 참, 사진 같이 찍어주신거랑, 싸인이랑 다 감사해요~.
돌아가는 차 안, 같이 간 여직원 일동은 난리났다. 과장님이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쩌나? 우린 사랑에 빠져버린걸. 앞으로도 멋진 활동 기대합니다!!

[관람후기에 대한 후기]
오늘은 아팠다. 휴일 도서관 계획도 실패했다. TV 프로그램에서 가요를 듣다가, 윤홍천을 검색했고, 곡을 듣다가 관람기를 쓰겠다고 들어왔다. 잘 모르지만, 몇 자라도 적는 게 감사를 전하는 역할일거 같아서다. 최초인 것 같아 설랬고, 꼭 써야겠다고 추진력이 더해졌다. 그리고 지금, 안 아프다~ 우와~^^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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