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하콘...고맙습니다
- 등록일2008.01.14
- 작성자류보리
- 조회5043
으악...1시간동안 글을 쓰고 있었는데 ㅠ.ㅠ 너무 오랫동안 쓰고 있어서일까요, 작성완료 버튼을 누르는 순간 "권한이 없습니다"라고 뜨면서 로그인을 다시 하라고 뜨네요. 흑흑.
썼던 글을 똑같이 다시 쓸 수 있는 기억력도 안되고 ㅠ.ㅠ
그저 1월 11일 하콘,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주신 정준호님과 박창수 선생님 및 하콘 스탭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만 다시 드리겠습니다. 새해 첫 하콘이자 제게는 두번째로 참석한 하콘이었어요.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린 추운 날씨에도 오히려 후끈한 열기로 달아오른 하콘. 미국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너무 많아 벌써부터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
연주자 싸인씨디 판매를 위해 그날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려요. 하콘 스탭분들께도, 구입해주신 분들께도요. 정말 고맙습니다. ("음악자람"의 뉴스레터를 받아보시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info@musicgrows.org 로 이메일 한 통 보내주세요 ^^)
그날 하콘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관련업계(?)에 있다보니 "음악은 만국공용어인가," "그렇다면 연주자는 범지구인인가, 아니면 특정 국적을 지닌 사람이어야하는가"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는데 그날 본 영상들과 정준호 님의 해설이 어찌나 제 답답한 가슴을 콕콕 찝어 내시는지. 그렇게 즐거운 고문(!)을 당하다가 당한 마지막 일격- 홍혜경씨의 녹음영상과 노래에 가슴이 시원~해지더군요.
그날 하콘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년도 더 전에 썼던 글인데, 그래도 많은 분들과 나누고싶은 마음에서 아래에 살짝 올려놓습니다.
하콘 스탭분들, 그리고 관객분들 모두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지구 반대편에서(ㅠ.ㅠ) 하콘의 관객이 될 날이 어서 빨리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Dame Kiri Te Kanawa), 메조 소프라노 프레데리카 본 슈타다(Frederica von Stade, a.k.a. Flicka)의 공개렛슨 이야기.
* * *
이번 Krannert Center의 워크샵에는 총 5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모두 대학원생들로, 현장에 있었던 M의 표현대로라면 경력도 빵빵하고 그야말로 신분만 대학원생이지 연주자로서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M이 이르길, "they knew what they were doing!").
레슨을 해줄 연주자들이 모두 여성 성악가들이긴 하지만 선발된 학생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반주를 해줄 사람은 두 성악가들의 반주자인 워렌 존스였다.
드디어 워크샵이 시작되었고, 첫 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아, 이 얼마나 떨리는 무대였겠는가.
키리 테 카나와, 그리고 플릭카 앞에서 노래를?? 공개된 무대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있기만 해도 떨릴텐데, 이 엄청난, "세기의 성악가들"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당시의 상황을 전해준, 역시 성악을 전공한 M은 이렇게 말했다. "나같으면 키리와 플릭카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사양할거야. 난 그 정도로 강심장이 아니거든. 게다가 만약 무대에 서야한다고 해도 절대로 첫번째로는 무대에 안서. 정말이지 그 소프라노,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떨더라니까!"
하지만 어쨌든 워크샵은 시작이 되었고, 첫타자로 무대에 오른 이 소프라노는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목소리였다(고 한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두 명의 디바들이 조언했다.
"가사 내용을 억지로 전달하려하지 말고, 이야기(story)를 하듯이 노래해봐요."
조언을 듣고 그 젊은 소프라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넓은 공간에 다시금 울려퍼지는 모차르트의 아리아. 역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두 명의 디바들은 같은 점을 다시 지적했다.
"노래가사를 가슴으로 전달해준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무대 위의 소프라노에게 물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요?"
(이 일화를 전해주던 M은 이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 소프라노의 국적을 언급했다. "참, 그 소프라노, 한국사람이었거든."이라고...*-_-*)
바짝 얼어있던 젊은 소프라노가 대답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러자 이 세기의 디바들이 요청했다.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까, 한국의 노래를 불러봐요. 한국어로 된 노래 말이예요"
이 난데없는 요청에 그 젊은 소프라노는 살짝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말로 된, 한국의 노래를.
그녀의 노래에 대해 M은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키리도 플릭카도, 물론 나도 한국어라고는 한마디도 몰랐지만, 그 노래는 정말 아름다웠어.
우리들 모두 한국어는 모르지만 그 노래가 어떤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거든. 정말로 아름다웠어."
그녀가 부른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이 이 이야기를 전해준 순간, 그 공개렛슨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내가 오히려 감동하고 말았다. 가슴이 뭉클, 해서 순간 당황했을 정도로.
기분이 묘해져서 가만히 있는데, 그런 내 기분을 알기나 하는 건지 M이 덧붙였다.
"그 노래를 듣고 키리와 플릭카가 그러더라구. 모차르트의 아리아도 이런 식으로 가슴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해주어야한다고. 정말이지 그 소프라노,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를 때와 그 한국 노래를 부를 때가 정말 다르더라니까. 물론 모차르트의 아리아도 좋았지만 그녀가 부른 그 한국노래는, it was so beautiful..."
(2006.11.6)
썼던 글을 똑같이 다시 쓸 수 있는 기억력도 안되고 ㅠ.ㅠ
그저 1월 11일 하콘, 소중한 추억을 선사해주신 정준호님과 박창수 선생님 및 하콘 스탭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만 다시 드리겠습니다. 새해 첫 하콘이자 제게는 두번째로 참석한 하콘이었어요.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린 추운 날씨에도 오히려 후끈한 열기로 달아오른 하콘. 미국에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너무 많아 벌써부터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
연주자 싸인씨디 판매를 위해 그날 자리를 마련해주신 것도 정말 감사드려요. 하콘 스탭분들께도, 구입해주신 분들께도요. 정말 고맙습니다. ("음악자람"의 뉴스레터를 받아보시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info@musicgrows.org 로 이메일 한 통 보내주세요 ^^)
그날 하콘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관련업계(?)에 있다보니 "음악은 만국공용어인가," "그렇다면 연주자는 범지구인인가, 아니면 특정 국적을 지닌 사람이어야하는가"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는데 그날 본 영상들과 정준호 님의 해설이 어찌나 제 답답한 가슴을 콕콕 찝어 내시는지. 그렇게 즐거운 고문(!)을 당하다가 당한 마지막 일격- 홍혜경씨의 녹음영상과 노래에 가슴이 시원~해지더군요.
그날 하콘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싶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년도 더 전에 썼던 글인데, 그래도 많은 분들과 나누고싶은 마음에서 아래에 살짝 올려놓습니다.
하콘 스탭분들, 그리고 관객분들 모두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한 한 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도 지구 반대편에서(ㅠ.ㅠ) 하콘의 관객이 될 날이 어서 빨리 다시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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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Dame Kiri Te Kanawa), 메조 소프라노 프레데리카 본 슈타다(Frederica von Stade, a.k.a. Flicka)의 공개렛슨 이야기.
* * *
이번 Krannert Center의 워크샵에는 총 5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모두 대학원생들로, 현장에 있었던 M의 표현대로라면 경력도 빵빵하고 그야말로 신분만 대학원생이지 연주자로서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M이 이르길, "they knew what they were doing!").
레슨을 해줄 연주자들이 모두 여성 성악가들이긴 하지만 선발된 학생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반주를 해줄 사람은 두 성악가들의 반주자인 워렌 존스였다.
드디어 워크샵이 시작되었고, 첫 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아, 이 얼마나 떨리는 무대였겠는가.
키리 테 카나와, 그리고 플릭카 앞에서 노래를?? 공개된 무대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단 둘이 있기만 해도 떨릴텐데, 이 엄청난, "세기의 성악가들"앞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당시의 상황을 전해준, 역시 성악을 전공한 M은 이렇게 말했다. "나같으면 키리와 플릭카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사양할거야. 난 그 정도로 강심장이 아니거든. 게다가 만약 무대에 서야한다고 해도 절대로 첫번째로는 무대에 안서. 정말이지 그 소프라노,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떨더라니까!"
하지만 어쨌든 워크샵은 시작이 되었고, 첫타자로 무대에 오른 이 소프라노는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목소리였다(고 한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자, 두 명의 디바들이 조언했다.
"가사 내용을 억지로 전달하려하지 말고, 이야기(story)를 하듯이 노래해봐요."
조언을 듣고 그 젊은 소프라노는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넓은 공간에 다시금 울려퍼지는 모차르트의 아리아. 역시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두 명의 디바들은 같은 점을 다시 지적했다.
"노래가사를 가슴으로 전달해준다고 생각해봐요."
그리고 무대 위의 소프라노에게 물었다. "어느 나라 사람이지요?"
(이 일화를 전해주던 M은 이 부분에 이르러서야 이 소프라노의 국적을 언급했다. "참, 그 소프라노, 한국사람이었거든."이라고...*-_-*)
바짝 얼어있던 젊은 소프라노가 대답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그러자 이 세기의 디바들이 요청했다.
"아무 노래라도 좋으니까, 한국의 노래를 불러봐요. 한국어로 된 노래 말이예요"
이 난데없는 요청에 그 젊은 소프라노는 살짝 당황하는 듯 했지만 이내 노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말로 된, 한국의 노래를.
그녀의 노래에 대해 M은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키리도 플릭카도, 물론 나도 한국어라고는 한마디도 몰랐지만, 그 노래는 정말 아름다웠어.
우리들 모두 한국어는 모르지만 그 노래가 어떤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는 게 단번에 느껴졌거든. 정말로 아름다웠어."
그녀가 부른 노래가 무엇이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이 이 이야기를 전해준 순간, 그 공개렛슨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내가 오히려 감동하고 말았다. 가슴이 뭉클, 해서 순간 당황했을 정도로.
기분이 묘해져서 가만히 있는데, 그런 내 기분을 알기나 하는 건지 M이 덧붙였다.
"그 노래를 듣고 키리와 플릭카가 그러더라구. 모차르트의 아리아도 이런 식으로 가슴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해주어야한다고. 정말이지 그 소프라노,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부를 때와 그 한국 노래를 부를 때가 정말 다르더라니까. 물론 모차르트의 아리아도 좋았지만 그녀가 부른 그 한국노래는, it was so beautiful..."
(200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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