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의 마지막 축제, Gala Concert
  • 등록일2007.12.30
  • 작성자최경희
  • 조회5766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나 대신 내것까지 예매해준 내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다. 연주자 명단을 받고 나서부터 고마웠다. 그만큼 기대도 컸고,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올 한해를 마무리 할 최고의 이벤트인듯 싶다. 내년 하콘도 무척 기대가 되고, 올해보다 더 자주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준, 2007년 12월 마지막 토요일의 갈라 콘서트.

공연에 앞서 영상으로 2007년의 하우스콘서트를 되돌아보았다.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 그리고 1300명이 넘는 관객들. 아는 얼굴도 지나가고 알았으면 하는 얼굴도 지나간다. "아, 저때 즐거웠지" 라고 기억할 수 있는 공연 사진들.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들의 모습.

첫 연주는 만능밴드 wHOOL 이었다. 피아노와 일렉베이스, 태평소, 북, 거문고 등등. 좀처럼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악기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재밌는 음색을 만들어 낸다. 태평소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 다음으로 카운터테너 이희상씨의 Oh, never sing to me again과 Ave Maria. 소리가, 정말 좋다. 그리고 너무 곱다. 카운터테너의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운이 정말 좋은거다. 마음을 담아서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같은 마음이 되는 것 같다.

김선욱씨, 성민제씨, 장유진씨의 Grand duo concertante violin and string bass는 바이올린과 베이스가 앞에서 끌어가고 피아노가 뒤에서 받쳐주는 느낌이랄까. 곡 구성도 그러한듯 하고; (추정치로밖에 쓸 수 없는건 음악적 소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ㅡ.ㅜ) 지난번 성민제씨 하콘에서 박창수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나무로 된 마룻바닥은 현악기를 감상하는데 가장 좋단다. 울림이 그대로 전해진다고.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가 함께 달려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이어진, 김철웅씨의 아리랑 소나타. "어머..." 하고 입을 조금 벌리고; 감상했던 작품이다. 곡에 대한 설명같은것도 듣고 싶었지만 김철웅씨가 연주를 끝내자마자 후다다다닥 나가버리시는 바람에 ㅠ.ㅠ 이분도 꼭 하콘에 다시 오셨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분 연주 찾아가서 꼭 다시 봐야겠다. 아리랑 곡 자체가 원래 좀 한이 가득 담겨있기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절절했다.

고상지씨와 하림씨가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들고 나왔다. (사실 나는 하림씨의 "출국"을 들으며 얼마간 펑펑 울었던 전력이 있어서 하림씨가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잠깐 기대했다만..) 아코디언이랑 비슷하게 생긴 이 악기는 건반 대신 단추를 눌러서 연주한다. 소리가 독특했다. Por una cabeza, 여인의 향기 OST. 이 악기와 참 잘 어울리는 곡이다. 피아졸라의 Libertango와 Oblivion 역시 익숙한 곡들이라 듣기가 편했다. 1부 마지막으로 강산에씨가 신곡 두 곡 - "꼭 껴안고" "답"- 과 "예랄랄라" 를 통키타와 하모니카와 함께 불렀다. "꼭 껴안고" 가사 참 좋다. 노래 가사는 솔직한게 최고다. 그리고...강산에씨 바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10분 쉬고, 2부. EVERBRASS의 Blue Monk, Moon River, All Blues. 관악기로 듣기에 좋은 곡들. 튜바 하시는 분이 정말 머리까지 빨개지도록 열심히 연주했다. 이어지는 김재원씨의 쇼팽과 드뷔시. 사실 쇼팽은 누가 쳐도 좋지만; 정말 건반에서 고양이가 사뿐사뿐 걷는듯한 고양이 왈츠였다. 장은녕씨의 Sempre Libera는 무척 애절하여 나도 같이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어버렸다...;;;;; 그리고 김희상씨와 함께한 Pie Jesu. 나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곡을 들을때면 마음이 무척 평안해진다. 두분 오늘 처음 보셨다는데, 화음이 어우러질때 진짜...^^

권혁주씨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5악장 샤콘느. 내 친구가 무척 좋아하는 곡이고, 나도 좋아라 하고. 언제 보아도 권혁주씨는 정말 온힘을 다해 연주하여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다. 감정을 담은 연주는 연주자의 마음이 소리를 타고 그대로 전해지는것 같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다. 그러니, 연주 끝나고 치는 박수가 형식적으로 치는게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서 치게 된다.

소리공간 느루는 중국의 "여자12악방"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양방언씨의 Frontier를 라이브로 듣게 되다니!! 해금을 가까이에서 본건 처음이었는데, 소리 나는게 꽤 신기하다. 줄은 두줄인가밖에 없는것 같은데.... "신뱃놀이"는 그 작은 체격에서 그런 구성진 소리가 나오는걸 보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드니 성호씨의 기타. 기타곡 세 곡은 모두 처음 들어본다. 종이에 쓴 한국말을 더듬더듬 열심히 읽으시며 다음번에는 한국어로 멘트를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끝나고 와인마실때, 드니 성호씨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2부 마지막이자 오늘 갈라콘서트의 엔딩은 김선욱씨와 고봉인씨. 오늘 처음 만나서 20분 맞춰봤다는데..... 환상이었다. 이 두분, 꼭 협연할 기회가 있었으며 좋겠다. 원래 첼로 소리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고봉인씨의 연주를 8마디만 듣고는 그대로 반해버렸다. 첼로가 이렇게 소리가 예쁜 악기였구나.. 김선욱씨의 피아노는 가슴을 떨리게 한다. 첫 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3악장도 좋았지만, 마지막곡 피아졸라의 르 그랑 탱고는..... 다시 또 듣고 싶다. 이 두사람의 연주로 소장하고 싶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끝났지만, 끝나는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저물어가는 한해를 이런 좋은 공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뻤고, 이 여흥이 가시기 전에 얼른 와서 후기를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집에 오자마자 하콘 홈페이지부터 들어왔다. 고생 많으셨던 하콘 스탭분들께도 고맙고, 박창수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좋은 음악과 함께 했던, 2007년 마지막 축제, Gala Concert.



하나 아쉬운 점은. 아쉬웠다기보단 기분이 좀 상했다. 공연장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 생각한다. 하우스콘서트는 장소만 집으로 옮겨왔을 뿐, 정식 공연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연주자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말 좋아보이지 않았다.

연주자가 입장하거나 퇴장하는 중, 혹은 멘트를 하는 중간 정도에는 사진을 찍을수 있다고 해도, 연주가 시작되었는데도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면 그 "찰칵" 하는 셔터음이 주변 사람에게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연주회장이 워낙 작아 옆사람의 숨소리도 다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인데, 그 큰 셔터음 소리가 연주자에게까지 들릴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 것일까? 엠프 대여섯개 갖다놓고 온 동네가 다 울려서 잠 못잘 정도로 크게 떠드는 대학교 축제 공연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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